플랜1.5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현실적 전제에 근거”
입력 2025-10-22 16:46:28
수정 2025-10-22 16:46:45
산업 부문 감축 목표
일본·독일 등 산업 국가 절반 수준
플랜1.5 “근거 공개·재검토 필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에서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정부가 제시한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다른 부문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정책연구 단체 플랜 1.5는 22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초안의 산업 부문 목표가 비현실적인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 NDC(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은 2018년 대비 21~30%를 줄이는 것으로 설정됐다. 반면 전력 부문은 68~79%, 수송은 55~67%, 건물은 47~51%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랜 1.5는 “산업 부문이 2024년 기준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41.3%를 차지하고, 2030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축목표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플랜 1.5는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낮게 설정된 이유가 단순히 산업 구조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기준 시나리오(BAU·Business As Usual)’ 전망을 과도하게 높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업종별 생산량과 배출량을 예측해 BAU 배출량을 추정한 뒤 감축수단을 적용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플랜 1.5는 “BAU 배출량을 높게 잡으면 같은 감축수단을 적용하더라도 목표 배출량이 높게 계산돼 결과적으로 감축률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플랜 1.5는 또 윤석열 정부가 2030년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출 당시 근거로 사용된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를 언급하면서도,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BAU 배출량이 높게 산정됐고, 결과적으로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플랜 1.5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35년 전력·수송·건물 부문의 BAU 배출량은 2018년보다 9~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업 부문만 24% 늘어나 2억9940만t에서 3억7130만t으로 증가한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 BAU 배출량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비중이 2021년 29.4%에서 2035년 27.0%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음에도 산업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플랜 1.5는 이를 “다배출 업종 생산량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결과”로 해석했다.
플랜 1.5는 또 정부가 산업 부문 BAU 산정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업 부문 BAU 전망이 실제보다 높게 설정됐다면, 이는 감축목표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정 근거와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국내 산업 부문 목표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 1.5는 일본의 경우 2013년 대비 2040년까지 산업 부문 배출을 57~61%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를 2018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35년 약 40~43% 감축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연방기후보호법에 따라 1990년 대비 2035년 국가 감축목표를 77%로 설정했고, 산업 부문은 2018년 대비 약 60% 감축으로 추정된다. EU 전체 산업 부문 감축목표도 2035년까지 약 64% 수준이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