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커머스 2025’ 건국대서 양일간 개최
K-브랜드들의 성공 노하우 그리고 향후 과제도 공유
“현재 급성장한 K브랜드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재무입니다. 재무가 불안정하면 경영진들은 실시간으로 사업성과 확인이 불가능하죠. 갑작스런 성장으로 맞게 될 재무 감사에도 대응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죠. 재무 문제가 지속되면 인재 이탈과 더불어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기업의 재무팀은 생각하는 게 다릅니다.” (한승호 포트원 CSO)
‘넥스트 커머스’는 국내외 패션, 유통 등의 산업군에서 새로운 기술과 인사이트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컨퍼런스다. 올해 주제는 ‘창의적 돌파, 빈틈없는 레버리지(Craetive Strike, No-Slack Leverage)’로 현 시대의 트렌드, 미래 리테일러와 마케터들에게 비전을 제시했다.
넥스트 커머스를 주관한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대표는 이날 각 분야에서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국내 대표 기업들을 소개하며 “앞으로는 생각을 더 크게 하고 현재와 싸워야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의 첫 날에는 ‘Day of 'Brand'라는 주제로 뷰티, 아웃도어, 서브컬처 등의 분야에서 성장하는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세션에서는 가성비 워크웨어의 새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는 방교환 트레이딩포스트 대표가 ‘가성비 소비 시대의 브랜딩 : 워크업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방 대표는 “패션 시장의 흐름을 보니 젊은층, 여성들 위주로 흘러가는 걸 보고, 우리 같은 아저씨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4050세대 남성들이 소비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었다”며 ‘워크업’의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중년 남성들의 다이소’로 불리는 워크업은 론칭 1년 만에 패션업계 게임 체인저로 평가 받고 있다. 올 연말까지 200호점을 목표로 한 방 대표는 비즈니스성공 전략으로 ‘가성비 제품’을 꼽았다.
방 대표는 “대개 패션 브랜드가 거래처에 요청하는 견적은 대부분 다 비슷하다”며 “근데 일평생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던 공장이 있다. 그런 공장이 품질도 굉장히 우수하고 단가도 싸다. 우린 이런 특화된 공장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핵심은 결제”라며 “공장을 비롯해 모든 대금을 ‘익일결제’를 통해 공급망들과 신뢰를 쌓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워크업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맹비를 월 50만원, 매장 인테리어·사입 규모 등을 모두 점주 자율에 맡겼다.
방 대표는 “프랜차이즈를 하는 브랜드에서 가맹비나 인테리어 비용 등이 중요한 수익구조이지만 본사와 점주 간 신뢰가 우선”이라며 “본사가 투명하게 운영을 해야 점주들도 책임을 다하는 구조가 마련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션에서는 브랜드의 재원부터 개발·규제 대응 그리고 스케일업까지 생산 전 과정을 도맡는 뷰티 파운더리 기업 엔코스의 홍성훈 대표가 ‘K 뷰티의 미래 : 글로벌 뷰티와 경쟁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홍 대표는 최근 K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 흐름에 대해 “한 5~6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뷰티 브랜드가 아마존에 물건을 판매한다고 하면 기본 소유자금이 5~10억원을 투자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브랜드에서 마케팅과 유통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면서 다른 곳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유통과 마케팅을 갖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K컬처, K콘텐츠 등을 통한 브랜드의 경험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K 뷰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90년대 중후반 IMF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홍 대표는 위기 극복에 대한 비즈니스 철학도 공개했다.
홍 대표는 “비 온 뒤 땅이 굳건해지고 더 좋은 시장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의 마인드가 창업자에겐 꼭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Tech Talk’ 세션에서는 강성훈 스튜디오랩 대표가 ’AI와 로보틱스 기반의 커머스 콘텐츠 혁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플랫폼은 물론,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제품의 상세 페이지를 제작하는 건 필수로 꼽힌다. 제품의 설명을 담은 상세 페이지가 구체적일수록 매출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브랜드에서는 상세 페이지 제작을 위해 담당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시간과 인력을 공들여야 하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 주목한 강 대표는 10여 년 간 근무한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터의 명함을 내려놓고 창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강 대표는 “과거 모든 기업들이 수작업으로 상세 페이지를 만들었다. 평균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했으나 AI 기반 상세 페이지 자동 생성 서비스로 단 몇 초, 길게는 반나절 만에 작업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인이나 사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끔 UX/UI를 쉽게 구현했으며, 향후에는 고객 구매 유도를 위해 트래픽 분석 등 매출의 최적화된 상세 페이지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9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던 가전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앳홈의 나세훈 디자인&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가 ‘앳홈:빠른 성장과 지속가능한 브랜딩 사이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나세훈 이사는 단기간 내 높은 성장세를 보인 비결에 대해 “브랜딩과 디자인은 수단으로 제품의 기능을 우선에 두고 집중했다”며 “디자인과 제품에 연결된 부분들이 같이 어우러졌을 때 그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성장의 포인트로 잡고 주력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병행하며 노하우를 쌓아 온 나 이사는 “대기업이 항공모함이라면 스타트업은 배를 만들면서 동시에 노를 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신 하는 업무에 대한 성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이 스타트업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와들, 싱클리 등 국내 내로라하는 솔루션 서비스 기업들이 현장 부스를 열어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자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장 부스에 참여한 미디버스 커머스의 박소희 매니저는 “넥스트커머스의 경우 유통·패션 분야의 현직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자사몰 내에서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저희 서비스를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대표
‘넥스트커머스 2025’의 주제가 ‘Creative strike, no-slack leverage’인데요. 이 주제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올해는 주제를 잡기 매우 어려운 해였습니다. 리테일 산업이 두 가지 큰 변화에 휩쓸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하나는 더 빨라진 글로벌 연결이죠. 틱톡과 아마존이라는 날개가 북미라는 양질의 시장을 K브랜드들에게 열어주면서 ‘수출 지향 브랜드’라는 스타들이 탄생하게 됐어요. VC 자금도 IT가 아닌 K뷰티에 몰리고 있을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문제는 갑자기 뛰어든 K브랜드 간 ‘동질화 트랩’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이 시기에 10년, 20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Creative strike, no-slack leverage’의 creative strike는 ‘브랜드 전략’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커머스 사업의 확장이에요. 월마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 1/3은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이 ‘RMN’이란 광고 네트워크를 시작해, 다른 기업에게 자신의 광고를 판매 중이죠. 또 최근 오프라인이 재편성되면서, 이케아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들은 스스로 부동산을 개발하는 디벨로퍼로 거듭나는 중이기도 하죠. 중소기업 역시 자사 앱을 추가적으로 수익화 하는 방법을 도모하고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단선적인 비즈니스 방식을 뛰어넘는 것이에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주요 백화점들은 개별 빌딩이 아닌 타운을 개발하고 있고, 유통사들이 모두 광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 비즈니스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고, B2C기업들 또한 다른 기업이 나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변화를 인지하고 주도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넥스트커머스 두 번째 주제로 꼽았습니다. Creative strike, no-slack leverage’의 no-slack leverage는 기업이 핵심 자산인 부동산이나 데이터들을 빈틈없이 레버리지하는 2025년의 씬을 의미합니다.“
올해 넥스트 커머스를 채워 준 패널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브랜드 전략과 레버리지 전략에 무게를 두면서도, 2025년 한국 유통의 주요 키워드를 모두 담고자 했습니다. Day1은 가성비소비, 중고거래, 뷰티 등의 키워드를 골고루 포함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초청하고, 가장 중점을 둔 점은 ‘트렌드를 뚫고 나오는 브랜딩’에 공감하는 분들을 모셨습니다. Day2에서는 ‘하이브리드’에서 파워를 발휘하는 스피커님을 주로 모셨습니다. 백화점 기업이지만 디벨로퍼로서의 강점을 가지셨거나,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강점을 가진 기업, 부동산 기업이지만 리테일러로서의 MD력을 갖춘 기업 등 다양한 관점을 조망해보고자 했습니다.”
침체된 경기 속에서도 저력을 보이며 성장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입니다. 브랜딩의 파워는 침체된 시장이나 치열한 경쟁, 트렌드의 변화를 뚫고 나옵니다. 설빙이라는 오래된 브랜드가 메가커피의 컵빙수 선전에도 불구하고 7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비결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연세크림빵이 급변하는 디저트 트렌드 속에서도 여전히 빠르게 매진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요. 웍스아웃이 ‘멀티숍은 스케일업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IPO를 내다볼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부분이죠.”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매번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 창업자·리테일러들이 알고 준비해야할 소비 트렌드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의 소비 시장은 이중적이에요. 모두 ‘가성비’를 이야기하고 가성비 소비에 집착하는 반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에 대해선 두 배의 지갑을 여는 플렉스 소비도 커지고 있죠.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올해 상반기 내수 경기가 그렇게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휴 인천공항에는12만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소비 시장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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