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담화문에서 조선, 건설기계, 정유·석유화학 등 사업 부문별 위기를 진단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면서 "특히 조선업은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기계 사업은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정유·석유화학 사업도 상반기 유가와 정제 마진 하락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이런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식 이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전력을 다해 실행해서 결국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건설기계 사업에 대해서는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광산용 장비 시장도 추가 시장 진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정유·석유화학 사업과 관련해선 "국내 경질유 시장 축소에 대비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순환·바이오 등 친환경 제품과 윤활유·발전 등 새로운 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석유화학사업은 공정 전반에 걸쳐 투입원료, 운전조건, 스팀·에너지 밸런스 등을 최적화하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한 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선 "최근 전력 소비의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 회장은 권오갑 명예회장을 향해선 "정말 어려운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HD현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지 16년 만이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1988년 4월 정몽준 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뒤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정몽준 전 회장이 당시 정계에 진출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HD현대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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