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회사와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Z세대에 대해 왜 저럴까를 탓하기보다 ‘어떻게 함께 일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리더의 모습이다”

‘지금’이 중요한 Z세대 구성원과 함께 일하기[김한솔의 경영전략]
드라마 ‘태풍상사’의 한 장면이다. “봉급이 오르면 좋겠지만 그보다 우선은 나라가 잘돼야 회사가 잘되고 또 회사가 살아야 내가 사는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그럴 수 있다. 이 드라마는 199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때는 ‘회사가 곧 나’인 시대였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월 구독 직장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해진 역할 수행을 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기대하는 게 당연한 시대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불안’을 일상의 공기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요즘 직원들이라 어쩔 수 없다.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고 내 노력만으로 대단한 성공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불안이 늘 깔린 세상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잘될 거야’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리더는 ‘불안이 일상’인 Z세대 구성원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이들이 믿는 유일한 시간, 바로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한 3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작은 미션 기회의 힘
첫 번째는 ‘성취 기회 만들어주기’다. 거창한 결과물을 만들도록 해주라는 게 아니다. Z세대 구성원은 아직 그럴 정도의 업무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업무 과정’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성취를 얻게 해주라는 뜻이다.

한 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리더 입장에선 ‘충분한 시간을 줬으니 알아서 잘해내기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을 받은 구성원은 막막함이 더 크다. 그래서 시장 조사, 자료 취합, 내용 정리, 분석, 의미 도출 등 업무 과정을 ‘함께’ 그려가는 게 필요하다. ‘한 덩어리’의 일을 ‘해볼 만한’ 작은 덩어리들로 나누라는 의미다. 그래야 한 달의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작은 성취들을 느낄 수 있어서다.

업무 과정을 쪼개 관리하는 게 ‘마이크로매니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업무 쪼개기를 리더가 해주는 게 아닌 구성원이 ‘먼저’ 해보도록 해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이 갖고 온 내용을 확인하고 더 나은 방법을 조언해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큰 ‘기회’인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막연’한 것도 사실이다. 작은 미션 성공은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오늘의 효능감’을 준다. 작지만 즉각적인 성취가 쌓였을 때 Z세대 구성원들은 ‘이 조직에서 내가 지금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있다’는 동기를 얻는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게 핵심이다.
◆‘셀프 칭찬’의 중요성
두 번째 할 수 있는 일은 성취한 것을 ‘인정’하기다. 해낸 것을 칭찬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방법’이 중요하다. 이들에게 먹히는 인정은 따로 있어서다. 바로 ‘셀프 칭찬’이다. 왜 그럴까.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이들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의 선택’으로 콘텐츠를 찾고 나아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통한다. 아날로그 시대처럼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가 나를 규정하는’ 능동적인 존재인 셈이다. 그렇기에 리더의 일방적인 칭찬보다 더 힘이 있는 게 ‘자기 주도적 칭찬’일 수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팀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구성원 스스로가 해낸 것을 공유하게 하면 된다. 팀 회의 시간을 활용해도 되고 각자의 업무 기여를 어필할 시간을 주기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내용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업무 경험, 내가 얻은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쓸모 있을 수 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Z세대 구성원들을 평가받는 ‘대상’이 아닌 스스로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주체’로 만들어 주자. 이를 통해 조직 내에서 나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을 때, 자신의 언어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냈을 때 그 일에 더 몰입할 확률도 높아진다.
◆“열심히 일하면 내 자산 된다”는 마법
마지막은 개인이 얻게 될 ‘혜택’ 알려주기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회사 매출도 오르고 팀 성과도 좋아졌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 ‘내가 한 일이 의미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으나 ‘그래서 나는?’이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불안이 일상인 Z세대 구성원들에겐 조직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게 ‘나의 자산’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각자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를 넘어 개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것임을 알려주자.

예를 들어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툴을 익혀 더 나은 성과를 냈을 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업무 생산성이 20% 향상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조직’ 입장의 혜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기술을 잘 활용한 덕분에 ○○님이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라는 인식이 조직 내에서 심어진 것 같네요”처럼 개인이 얻게 되는 것도 짚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의 ‘업무적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경험이 본인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도움된다는 걸 리더가 구체적으로 짚어줄 때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 정보가 없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이번 업무 경험이 ○○님의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기록될 것 같나요?”라는 식이다. 나중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경험과 기술, 즉 개인의 자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시도를 해보자.

‘이 일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구나’라는 확신은 Z세대의 업무 의욕을 끌어내는 강력한 동기다. 조직의 성과를 위해 일하는 과정이 나에게도 득이 되는 일을 하는 과정임을 밝혀주는 것이 불안의 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소통 방식이다.

작은 ‘성취’로 당장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의 성과를 ‘주도적’으로 드러내게 하고 현재의 일이 ‘나의 자산’으로 쌓임을 증명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불안을 일상으로 사는 Z세대를 움직여야 하는 리더십의 모습이다.

‘까탈스럽다’,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탓하지 말자. 이게 Z세대만의 모습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1997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태풍상사’에 이런 장면도 나온다. “이번 달 급여는 좀 늦을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는 사장에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구성원. 사장이 자리를 비우자 ‘괜찮다’고 말한 그에게 동료가 묻는다. “진짜 괜찮아?” 이에 대한 답은 “괜찮기는…”이었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회사와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다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더 자연스러워졌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 왜 저럴까를 탓하기보다 ‘어떻게 함께 일할까’를 고민하는 리더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