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의 실효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4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조사에 응한 직장인 1천명 중 288명(28.8%)은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연령별로 교차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30대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30대 남성은 16.9%, 30대 여성은 24.1%가 최근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어봤다고 답변했다.
직위별로는 대리급(21.1%)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사원급(17.6%), 과장·차장급(17.4%), 부장급 이상(9.7%) 순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한 비율은 상사(임원 제외)가 54.5%로 절반이 넘었고, 동료(38.2%)가 뒤를 이었다.
괴롭힘으로 많이 응답한 유형은 복수 응답을 종합하면 폭언(150명), 따돌림·험담(130명), 강요(91명), 차별(76명) 순으로 나타났다.
대처 방법은 '동료와 상담'(131명·45.5%)이 가장 많았지만, '무대응'(90명·31.3%)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 신원이나 사건 내용이 알려져 불이익·비난받을 가능성 ▲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 등을 대표적 사유로 꼽았다.
회사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1년 직장 내 괴롭힘을 겪거나 봤다는 응답자 중 17.0%는 '사직'을 대처 방법으로 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한 근로기준법이 2019년 7월 16일 시행되고 6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업무상 적정 범위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이 대표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업무상 적정 범위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적극적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제도의 낮은 인지도는 또 다른 비판 지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 지원책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교육지원, 지방노동관서 신고 조치, 근로자지원프로그램 상담을 모두 모른다는 응답이 30.0%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회사에서 주된 변화 내용에 대해선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김위상 의원은 "피해 근로자가 걱정하지 않고 노동위원회 등에 직접 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