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살래” 일 대신 살림하는 미국 MZ 늘었다
최근 미국에서 일을 하지 않고 부모 집에서 거주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집값 상승과 불안정한 일자리 시장, 인플레이션 등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부모 집에 머물며 가사 노동을 전담하는 ‘전업 자녀’ 형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취업 대신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밥을 만들고 청소를 하는 등 가정일에 전념하는 방식이다. 이런 아들을 일컫는 ‘허브-선즈(Hub-Sons·남편 아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뉴욕포스트는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루크 파크허스트(34)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직장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며 전업 자녀로서 집안일을 도맡고 있다. 파크허스트는 “장을 보고,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굽고, 수영장 청소와 기타 집안일을 한다”며 “엄마가 직장을 다니며 집과 생활비 등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2025년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8~34세 성인 3명 중 1명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 업체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18~34세 성인 자녀를 둔 미국 부모의 59.0%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퓨 리서치센터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실업률 상승으로 해당 연령대 남성이 여성보다 부모와 함께 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25~34세 남성의 경우 2023년 기준 혼자 사는 비율(12.6%)이 전년보다 0.1%P 감소한 반면,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18.8%)은 1%P 증가했다. 여성의 부모 동거 비율(11.4%)은 같은 기간 0.2%P 감소했다. 18~24세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사는 비율이 남성 57.7%, 여성 54.1%로 각각 1.9%P, 0.5%P 상승했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심리학자이자 가족 치료사 캐서린 스머링은 뉴욕포스트에 “오늘날 20~30대는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상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부모의 존재가 안전한 피난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요인도 크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설문조사에서는 Z세대 성인 절반 이상이 “높은 물가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서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연 소득은 최소 9만 2210달러(약 1억 3,000만원)에 달한다. 금융정보 웹사이트 고뱅킹레이츠는 미국 인구조사국과 노동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미국 59개 주요 도시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적정 연봉을 계산했다. 생활비 50%, 여가비 30%, 저축 20%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뉴욕에서 독신자가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면 연간 18만 4,420달러(약 2억 6,000만 원)가 필요하다. 뉴욕은 자가보다 임대 거주 비율이 높고 월세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보다 비싸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소득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편안한 삶’을 위해 가장 많은 연봉이 필요한 도시로는 캘리포니아 산호세가 꼽혔다. 이 지역의 적정 연봉은 26만 4,946달러(약 3억 8,000만 원)에 달하며, 이어 샌프란시스코(25만 1,398달러·약 3억 6,000만 원), 샌디에이고(20만 6,353달러·약 2억 9,000만 원), 로스앤젤레스(19만 4,920달러·약 2억 8,000만 원) 순이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