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 강화로 노후화 아파트가 화재에 더 취약
영구임대·50년공공임대 80%가 미설치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 아파트 3채 중 1채에 스프링클러가 미설치인 상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임대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임대아파트 단지는 전국 1453곳 중 32.7%인 475곳에 달했다.

세대수로 따지면 총 96만5169가구 중 41.7%에 달하는 40만2048가구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갈수록 강화됐다. 소방법상 2004년 말까지는 사업승인 기준 16층 이상만 설치하도록 명시되어 있었으나,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 2018년 이후부터는 6층 이상 건물 전 층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게 됐다.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된 노후 공공임대주택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노후 임대주택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대주택 유형별로 보면, ‘영구임대’와 ‘50년 공공임대’ 186개 단지 중 80%인 150개 단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국민임대’는 770개 단지 중 38%인 295개 단지가 스프링클러 미설치 상태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행복주택’은 총 320개 단지 중 90%인 290개 단지에 스프링클러가 전 층 설치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임대주택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는 총 821건에 달한다. 연평균 164.2건의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에는 7월 기준 117건 불이 났다.

임대주택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사망이 22명에 달한다. 부상 183명, 물적 피해는 134억5372만원으로 집계됐다.

LH는 올해 4월부터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단지를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97곳, 1만4935가구가 여기 속한다.

전용기 의원은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한 임대아파트가 오히려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스프링클러 의무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미설치 단지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