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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사라졌어요”...20대 인구, 70대보다도 적어

양유라 기자
입력 : 
2025-10-13 15:38:13
사회 중심축 20대에서 60·70대로 이동
20대 고용률 60%대 붕괴…실업률 최고치
탑골공원에 앉아있는 노인들. (사진=매경DB)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20대 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70대 이상 노년층 인구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등록센서스 방식)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인구는 630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9만3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10세 미만(-19만2000명), 40대(-16만9000명)를 웃돌며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20대 인구는 2020년 70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4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유입 등으로 변동 폭은 있으나 매년 14만~21만명 수준의 순감이 지속되는 추세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20대 인구(630만명)가 70대 이상(654만3000명)을 밑돌았다. 192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령별로는 50대(871만3000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780만9000명), 60대(779만1000명) 순이었다. 약 30년 전 20대가 전체 인구 중 가장 많았던 시기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은 국내 소비시장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인구의 소비 총액은 243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2% 증가했으며,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7%로 역대 최고치였다.

반면 생산·소비의 중심인 15~64세 인구의 소비 증가율은 6.3%에 그쳐, 고령층 소비 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의 질적 변화도 눈에 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민간소비는 150조원으로 전년 대비 14.9% 늘었다. 의료비보다는 여가·문화·외식 등 ‘삶의 질’ 관련 지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층은 세 부담에서도 두드러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종합부동산세 납부자 46만3906명 중 60세 이상은 52%를 차지했으며, 이들이 낸 세액은 전체의 57%(1조952억원 중 6244억원)에 달했다. 60세 이상 세액 비율은 2020년 49.1%에서 꾸준히 상승 중이다.

반면 20대는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8월 20대 고용률은 60.5%로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으며, 같은 달 실업률은 5%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5.4%) 이후 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 기조가 확산하면서 사회 초년생이 첫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진 것도 한몫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중 28.1%가 경력직이었으며, 이는 전년(25.8%)보다 2.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제조업 둔화, 건설업 불황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20대의 사회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대의 경제적 불안이 혼인과 출산 기피로 이어져 인구 구조 악화를 가속할 것”이라며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