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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매경포럼] 기업·노동 '양날개론'… 균형 잃으면 추락

심윤희 기자

입력 : 
2025-09-08 17:49:38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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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양날개론'은 기업과 노동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는 리영희 교수가 강조한 좌우의 대립 가치의 균형과 일치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정책은 노동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져 있으며, 기업들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방어권을 복원하고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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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풍 속 기업 날개 꺾이는데
균형추는 노동 쪽으로 기울어져
위기의 한국 경제 비상 위해선
실용주의 리더십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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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양날개론'은 진보 지식인 고 리영희 교수가 남긴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공동체가 건강하게 존속하려면 대립하는 가치인 좌와 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결코 비상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양날개론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활력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고, 노동자의 권익은 사회적 안정과 연대의 토대라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쪽에 지나치게 힘이 실리면 날개가 비대해져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최근 양대노총과의 만남에서 "노동 존중 사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노동 존중 사회)와 이명박 정부(기업하기 좋은 나라) 국정 어젠다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간단치 않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본질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임금 인상과 교섭권 강화, 고용안정성을 주장한다. 정부가 아무리 중립을 표방해도,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다른 쪽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양 날개의 균형을 말했지만, 이미 균형추는 노동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등 반기업 법안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하고, '산재와의 전쟁' 선포로 노동권 강화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업들은 위축되고 있다. 취임 초 '실용'을 내세워 성장 기대감을 높였던 것과는 확연히 기류가 달라졌다. 특히 미국발 관세 폭풍이 몰아치며 기업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약해진 기업 쪽 날개를 보강해야 하지만, 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동계는 기세가 등등하다. 민주노총은 이 대통령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제안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면서, 사측을 뺀 '노정(勞政)교섭'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주 4.5일제 시행, 65세 정년 연장,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보호 확대 등 '후속 청구서'까지 내밀었다. 산업 현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도 전에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파업, 시위,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친노동 드라이브' 가속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경쟁력을 상실하면 단순히 경영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세수 기반이 약화되며, 그 파장은 결국 노동자와 사회 전체로 되돌아온다. 기업의 날개가 꺾이는 순간, 노동의 날개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날개론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황에 맞는 유연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시급한 것은 기업의 방어권을 회복시키는 보완 입법이다. '소송 남발법'이라 비판받는 상법 개정에는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기업 활동의 족쇄가 된 배임죄를 폐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파업 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같은 안전장치 마련이 불가피하다.

결국 관건은 리더십이다. 균형을 잡아내는 것은 법이나 제도만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섬세한 정치적 감각과 결단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초 강조했던 '실용주의'는 바로 지금 같은 기로에서 진가를 드러내야 한다. 양날개론이 공허한 구호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한국 경제를 다시 날게 하는 동력이 될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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