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중독’ 프랑스, 정치적 난국 벗어나려 연금개혁 포기?

    기자 지유진 | 기사입력 2025.10.10 16:34
  • 재정개혁 두고 여야 계속 충돌
    사임 총리, 개혁 중단 여지 논의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공영방송 프랑스2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공영방송 프랑스2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프랑스가 긴축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9개월 새 총리 3명이 사퇴한 가운데,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해 온 연금개혁을 중단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엘리제궁은 지난 8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에 신임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전 총리가 취임 27일 만에 사임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출범한 마크롱 2기 행정부의 다섯 번째 총리로, 그의 사임으로 마크롱 2기 행정부는 불과 2년도 채 안 돼 여섯 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앞서 전임인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9월 의회 불신임 투표 패배로 실각한 바 있다.

    바이루에 이어 총리직에 오른 르코르뉘는 내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정당과 타협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각 당의 정치적 셈법이 갈리며 실패했고 또다시 불신임 위기에 놓이자 사임을 결정했다.

    마크롱 2기에만 총리 다섯 명이 잇따라 사임하고 긴축 반대 시위와 파업이 계속되며 국정 마비가 일상이 되자, 연금개혁을 중단하는 카드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8일 “지난 6일 사임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가 2주 전 재정경제부에 연금 개혁을 중단했을 때 경제적 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임 이후에도 “정파 간 합의를 끌어내라”는 마크롱 지시를 받은 르코르뉘는 우파·중도 진영과 회동에서 연금개혁 중단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개혁 당시 정부를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도 7일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연금개혁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여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공화당 우파부터 개혁주의 좌파(사회당·PS)와도 함께 일해야 한다”며 “연금개혁 중단이 금기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이 72%로 세계 최상위권인 프랑스 연금 제도는 재정적자 원흉으로 지목된다. 이에 마크롱은 연금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사명으로 추진해왔다. 그는 2023년 연금 수령을 위한 법정 은퇴 연령(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완전 연금 수령 기여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개혁안을 강행했다.

    프랑스 은퇴 제도는 62세에 일을 그만두고 바로 연금 수령이 가능해 유럽에서 가장 후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마크롱은 이에 대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노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강경 좌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은퇴자들이 주요 지지 세력인 강경 우파 국민연합(RN) 등 야당은 극렬히 반발했다. 이에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단독 입법하는 헌법 규정까지 발동해 밀어붙였으나, 2년이 넘도록 연금개혁은 사실상 표류 상태다.

    한편 르코르뉘 전 총리 사임 이후 야권에선 조기 총선 실시와 마크롱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이날 “이 정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반대하겠다”며 새로운 총리 지명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유일한 해결책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임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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