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휴전 안해?” 푸틴에 실망한 트럼프, 러 석유기업 추가 제재

트럼프 “미러 정상회담 취소... 적절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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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주요 석유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첫 대러 제재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협상에 러시아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내린다”면서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 이유에 대해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약화된 경제를 지탱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영구적인 평화는 러시아가 선의를 갖고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재무부는 평화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제재 권한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공식 발표 전 백악관에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협상 테이블에 임하지 않았다”며 “비공식적인 물밑 협상은 계속되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협상 상황에 실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발표되기 전인 이날 오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폭격을 가해 어린이를 포함한 7명이 사망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베센트 장관은 “이제 살상을 멈추고 즉각적인 휴전을 해야 할 때”라면서 “(제재 대상에 오른) 석유 회사들은 크렘린궁의 '전쟁 기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로스네프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고르 세친이 이끄는 국영 기업으로, 민간 기업인 루코일과 함께 러시아 최대 석유 생산 기업이다. 두 기업의 원유 수출량은 러시아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석유와 가스 사업 세금은 러시아 연방 예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번 제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상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에 대한 주요 제재를 보류하는 한편, 향후 몇 주 안에 푸틴 대통령과 만나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돌연 태도를 바꾸고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취소했지만 우리는 미래에 회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러제재를 결정한 배경에 관해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미국의 비공식적인 승인을 받아 전날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브랸스크의 폭발물 및 로켓 연료 생산 공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이 승인했다는 것은 가짜 뉴스다. 미국은 그 미사일이 어디에서 오든, 우크라이나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든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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