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 전송 방식 한계 극복
선진국 제품 대비 높은 기술 경쟁력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이 중전압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전력 전송 방식인 '멀티 터미널 직류(Multi-terminal DC)'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직류 송배전은 효율이 높고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이 높아 각광받고 있지만 사고 시 고장 전류 차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시간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교류(AC)와 달리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는 자연적인 '전류 영점'이 없어 고장 전류를 차단하려면 전류 영점을 강제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KERI는 기존 전력반도체 스위치, 기계식 고속 스위치, 에너지 흡수 장치의 장점만을 모아 조합해 '42kV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개발했다.
전력반도체 스위치가 직류 고장 전류의 영점을 강제로 만들고 기계식 고속 스위치는 아크(전기 불꽃)가 없어진 뒤 유도되는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딘다. 에너지 흡수 장치는 과도 차단 전압의 최대치를 제한하고 시스템 내 잔류 에너지를 흩어 사라지게 만든다.
해외 선진사도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딜 수 있도록 다수의 전력반도체를 이용해 장치 가격이 비쌌고 전력반도체에 의한 통전 손실이 발생하는 등 송전 효율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했다.
KERI가 개발한 기술은 기계식 고속 스위치로 전력반도체 역할을 대체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했다. 직류 차단기를 21kV와 42kV 두 가지 모듈로 개발하고 이들을 적층해 전압 확장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 전압에도 유연하게 대응해 활용성도 높다.
그동안 직류 전류 차단 어려움으로 우리나라는 2개 지점 간 '단일 접속형 직류 송전'만 대부분 운영했으나 KERI 직류 차단기를 통해 여러 지점 간 유연한 직류 송·배전망 구현이 기대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전기차 충전소, 에너지 절감형 직류 가전제품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MV급 직류 차단기 시제품 개발과 공인시험기관 검증까지 마친 KERI는 국내외 기술이전 및 수출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100kV급 이상의 고전압 직류 차단기 기술을 국산화해 앞으로 추진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직류 송전망 구축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KERI 친환경전력기기연구센터 안현모 선임연구원은 “기계식 고속 스위치와 전력반도체 스위치 간 전압 분배와 전류 전환, 잔류 에너지 소산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직류 차단기의 차단·절연·통전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경쟁력 있는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직류 차단기 시장을 잠식하려는 선진국의 시도를 막고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