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FACT] "저게 뭔가? 개그프로인가?" 안덕근 전 산자부 장관, 계엄날의 증언(영상)


비상계엄 선포에 '개그 프로 하는 건가 생각'
안덕근 '계엄 해제 안건 번호조차 확인 안됐다'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기범 기자]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선언이 나와서 '저게 뭔가 개그프로그램을 하는 건가' 생각했다."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사건의 3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부가 앞서 특검의 재판 중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날 재판은 공판이 시작되는 오전 10시부터 중계됐다. 중계 영상은 재판이 끝난 뒤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온라인에 공개된다.

이날 공판에는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해서 눈길을 끌었다.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3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에 불려 갔다가 국무회의 정족수가 채워지자 되돌아갔으며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 전 장관은 짙은 회색 정장과 넥타이를 메고 참석했으며 특검 및 재판장의 계엄 관련 질의에 그 날을 회상하듯 조금씩 표정이 굳어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안 전 장관은 여러 관련 질의에도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증언을 이어나갔다.

안 전 장관은 재판에서 계엄 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회의가 종료됐다는 문자를 받고 귀가했으며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와중에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선언이 나와서, 처음에 '저게 뭔가' '라디오에서 개그프로그램을 하는 건가' 생각하고 기사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특검 측이 "국무회의에서 계속 논의가 이뤄졌다면 어떤 의견을 개진했을 것인가"라고 묻자 안 전 장관은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비상계엄에 찬성할 수 없다며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재판장의 "비상계엄 해제에 왜 시간이 걸린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왜 이렇게 늦어지냐고 총리가 타박을 하는데, 담당관이 와서 ‘안건 번호조차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말했고, 재판장이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가 절차 없이 진행돼, 안건 번호를 확정할 수 없어 어떻게 할지 못 정한 게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 전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회의에서는) 의안 번호를 넣고 행안부 장관이 제안하고, 총리가 채택을 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절차도 약식으로나마 진행됐다"며 "앞에(비상계엄 선포 전 회의)는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공판 당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청사 북문을 폐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 강화에 나선다. 청사 경내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일체 금지되며, 집회 또는 시위용품을 소지한 경우에는 청사 출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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