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도 "2008년과 유사"…美 사모대출 부실에 경고

"금융위기 직전에도 시스템 밖 문제 취급"
美지역은행 CEO도 "시장 커지면 경고신호"
대출채권 ETF선 6개월만에 첫 자금 순유출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사모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수준을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중앙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이날 상원에 출석해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위험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일리 총재는 특히 미국의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 사례를 거론하며 “일회성 문제인지, ‘탄광 속 카나리아’일지는 불분명하지만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사람들이 ‘너무 작아서 시스템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과잉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쓰러지는 미국 기업들이 자칫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모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의 대출 장벽이 높아지자 최근 15년간 급격하게 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 자이언스뱅코프의 해리스 시먼스 최고경영자(CEO)도 20일 실적 발표회에서 “만약 시장에 위험이 있다면 아마도 사모대출에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규모가 커진다면 적어도 ‘옐로 플래그(경고 신호)’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이언스뱅코프는 이달 16일 완전 자회사인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가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13.14%나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올 4월 이후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약 5억 1600만 달러)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LO는 기업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NS)의 일종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앞서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고 모두가 이에 대해 미리 경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