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군상 집합소라 불리는 연애 리얼리티 <나는 솔로> 그곳에는 왜 늘 빌런이 있을까? 픽카이미지
대중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두고 인간 군상 집합소라고 말한다. 제작진의 의도일까? 매 기수마다 ‘빌런’이라고 불리는 캐릭터가 늘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특정 심리 패턴을 드러내는 유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프로그램 속 빌런의 유형은 ‘자기애적 성향’, ‘회피형 애착’, ‘불안형 애착’을 가진 이들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빌런의 성향은 회피형 나르시스트다.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예의 바르다. 상대의 감정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고, 때로는 자기 절제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까이할수록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일명 ‘쎄하다’로 표현되는 이들의 특징을 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본다.
‘책임’보다 ‘자존심’을 지킨다
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어렵다.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도,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어요.”라며 의도를 방패로 삼는다. 심리학자 W. Keith Campbell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애적 인격은 ‘책임 회피’를 통해 자기 이미지를 보존한다. 즉, ‘내가 틀렸다는 사실’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회피형 나르시스트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문장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건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계산된 제스처다
표면적으로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공감은 감정적 동조가 아니라 관계 유지의 전략적 선택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할까’를 먼저 계산한다.
‘비판’은 곧 ‘배척’으로 느낀다
건설적인 피드백조차 ‘나를 부정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관계 안에서 거절(rejection)과 비판(criticism)을 동일시한다. 그래서 자신이 실수했을 때조차 방어적으로 변명하거나, 일순간 버럭 화를 내서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 버리곤 한다. 이때 그들이 보이는 냉정함은 사실 심리적 패닉 상태에서의 ‘동결 반응’이다.
타인의 성공이 불안을 자극한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축하하기보다, 조용히 자신을 비교한다. 겉으로는 “잘됐네요”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나는 이제 뒤처진 걸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때 나타나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자기혐오와 위축이다. 그래서 회피형 나르시스트는 경쟁의 장에서 빠지려 하며, ‘비교할 수 없는 고립된 위치’를 택한다.
‘무시’당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연락이 늦거나 대화가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 혹은 자신의 언행이 지적을 받았을 때 그들은 극도로 불편해한다. 일반적인 나르시스트는 폭발을 하고, 회피형 성향이 있다면 조용히 연락을 끊거나 갑자기 감정을 차단한다. 이는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수동적 처벌(passive punishment)의 형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 결빙’이 일어난다
위기나 갈등이 생기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급격히 ‘정서적 냉각’이 일어난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할수록 ‘감정 단절(dissociation)’을 방어기제로 사용한다. 이때 그들은 주변의 감정을 감지하지 못하며, 상대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는다.
진심이 두렵다
누군가 “당신이 힘들어 보여요.”라고 말하면, 회피형 나르시스트는 움찔한다. 그 말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 어린 위로나 애정 표현을 받으면 오히려 불편해하고, 급히 주제를 바꾼다. 감정적 친밀함이 생길수록, 그들은 더 빠르게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