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전 5분이 음식의 운명을 바꾼다” 오븐과 에어프라이어의 황금 예열법은? 픽카이미지
‘예열은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요리를 서두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예열을 생략하는 건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일이 아니다. 그 몇 분의 차이가 음식의 식감·풍미·안전성까지 바꿔놓는다. 오븐뿐 아니라 에어프라이어도 마찬가지다.
왜 예열이 필요한가
대부분의 레시피는 이미 ‘예열된 온도’를 기준으로 조리 시간이 설계돼 있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설정 온도에 도달해야 다음 세 가지가 보장된다. 첫째, 균일한 조리 시간이다. 예열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기기마다 편차가 줄고, 조리 시간 예측이 가능하다. 둘째, 맛과 색이다. 고소한 갈색빛을 내는 마이야르 반응은 높은 온도에서 즉시 일어나야 한다. 냉온에서 시작하면 표면이 말라버리거나 질감이 퍼진다.
마지막으로 식품 안전이다. 조리 초반 온도가 낮으면 음식이 40~60도(섭씨 기준)의 ‘위험 구간’에 오래 머물게 된다. 이 구간은 세균이 가장 빠르게 번식하는 온도다.
예열을 생략했을 때, 빵과 쿠키류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오븐이 뜨겁지 않으면 반죽이 제때 부풀지 않아 쿠키는 넓게 퍼지고, 케이크는 윗부분만 솟아오르거나 속이 질척하게 남는다. ‘오븐 스프링(Oven spring)’이라 부르는 초기 팽창 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나 생선류는 겉이 잘 익지 않고 조리 시간이 길어진다. 표면 갈색화가 늦어 육즙이 빠져나가고, 속은 덜 익은 채로 남을 수 있다. 특히 닭이나 돼지고기는 중심온도가 늦게 오르면 세균 증식 위험이 커진다. 채소나 그라탱, 냉동식품도 마찬가지다. 오븐이 차가우면 수분이 오래 남아 채소가 눅눅해지고, 냉동 감자나 치킨너깃은 겉만 익거나 일부가 타버리기 쉽다.
이쯤 되면 에어프라이어에서도 ‘예열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간편 조리기기’로 생각해 예열을 생략하는 사람이 많지만, 원리는 오븐과 같다. 기기 내부의 공기가 설정 온도에 도달해야 음식이 균일하게 바삭해진다.
예열을 건너뛰면 감자는 눅눅해지고, 냉동식품은 겉은 과하게 익는데 속은 차가운 ‘언밸런스 조리’가 된다. 특히 튀김류는 기름이 표면에 남아 느끼해지고, 식감이 떨어진다.
예열은 길게 할 필요도 없다. 일반적으로 180~200도에서 3~5분, 작은 에어프라이어는 2~3분이면 충분하다. 이 과정을 통해 내부 열판과 공기가 고르게 데워지고, 음식이 들어갔을 때 즉시 바삭하게 굽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물론 모든 요리에 예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저온 조리나 슬로우 쿠킹 요리, 푸딩·커스터드·브레이즈(조림) 류는 오히려 천천히 온도가 오르며 익을 때 질감이 부드럽고 풍미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