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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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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목사의 엑소더스 뒷거래

등록 2025-10-17 14:13 수정 2025-10-23 08:08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한국으로 오는 여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다. 탈북민은 중국을 지나며 중국 경찰(공안)에 잡힐 위험에 노출된다. 중국이 이들을 강제 북송하면 북한 내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험한 길을 지나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조력자와 이들을 고용할 돈이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탈북민에게 지원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탈북 비용은 북한인권단체와 개신교 선교단체 등이 모금한다. 탈북민을 후원하는 이들이 낸 돈을 모은 이 단체들은 탈북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고, 탈북 브로커는 현지 길잡이와 운전기사 등을 고용해 탈북민의 이동을 돕는다.

이런 탈북민 조력으로 명성을 얻은 이가 있다. 20년 동안 탈북민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해온 목회자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슈퍼맨’ 목사라고 부른다. 2023년 발간된 책에서 슈퍼맨 목사는 ‘탈북민 구출의 영웅’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슈퍼맨 목사가 이 후원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후원금을 브로커에게 준 뒤 일부를 뒷돈으로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가 후원자들에게 후원금 용처를 허위로 증빙했다는 자료도 다수 발견됐다. 슈퍼맨 목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탈북 브로커 황지성(47)씨가 그의 비리를 고발했다. 그는 슈퍼맨 목사가 이런 방법으로 수억원대 후원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한다. 한겨레21은 그의 주장과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탈북 브로커나 단체 사람들에게서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이뿐 아니다. 황씨와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슈퍼맨 목사 등이 이끄는 개신교 선교단체는 탈북민에게 선교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이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2024년 12월 선교단체 주도로 중국에서 종교 교육을 받던 탈북민들이 무더기로 공안에 검거됐다.

선교단체들은 탈북민의 탈북을 조력하면서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오기 전 동남아 국가에서 3개월간 반드시 종교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계약서를 내민 것이다.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고액의 탈북 비용을 물어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슈퍼맨 목사와 선교단체 등은 후원금 유용과 무리한 선교 논란을 부인한다. 하지만 탈북 브로커 황씨는 오랜 기간 일하며 겪은 일과 자료를 토대로 이들을 고발하려 한다. 그가 문제를 제기하게 된 이유는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늘 누군가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탈북민은 그냥 저 강가에 떠다니는 풀잎처럼 가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죽는 존재인 거죠.”

황씨가 말한 ‘탈북 비즈니스’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조윤상 다큐멘터리 감독(전 한겨레 피디)

■ 1585호 표지이야기 ‘탈북 뒷거래, 폭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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