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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탈북민 후원금은 ‘슈퍼맨’ 목사의 현금인출기다

브로커 황지성씨, 목사가 탈북 지원 비용에서 떼간 돈 최소 10억원대라며 폭로
“허위 영수증 2023년에만 5억8천만원”… ‘영웅 서사’ 영화까지 제작 중
등록 2025-10-17 11:03 수정 2025-10-23 08:08
탈북민의 한국행을 돕는다며 모금한 목사가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을 찾아 고발한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가 2025년 10월13일 경기도 하남시의 자택에서 한겨레21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남(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탈북민의 한국행을 돕는다며 모금한 목사가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을 찾아 고발한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가 2025년 10월13일 경기도 하남시의 자택에서 한겨레21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남(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수퍼맨(슈퍼맨)’ 목사.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사이에서 그가 오랜 기간 불린 별명이다. 본명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김아무개, 최아무개, 영문 이름 등 탈북민마다 아는 이름이 달랐다. 측근이 말하는 ‘슈퍼맨’의 본명은 최아무개씨. 그가 슈퍼맨인 이유는 오랜 기간 많은 탈북민이 한국에 오는 과정을 도왔다고 알려져서다. 슈퍼맨 목사는 20여 년 동안 약 4천 명의 탈북민이 한국에 오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인권단체와 개신교인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고, 직접 탈북 루트도 개척했다고 주장한다. 몇몇 언론과 탈북 관련 서적은 그를 ‘탈북민 구출의 영웅’ ‘한국판 쉰들러’(유대인을 1천 명 넘게 구했다고 알려진 오스카 쉰들러의 한국 버전이라는 뜻)로도 묘사했다.

그런데 이런 슈퍼맨 목사의 행적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슈퍼맨 목사가 탈북민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집해 수억원대 리베이트(뒷돈)를 챙긴 정황이 확인됐다. 그가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의 용처를 허위로 증빙했다는 자료도 다수 발견됐다. 그가 탈북민 구출 규모를 과장했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북한 주민의 무리한 탈북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슈퍼맨 목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탈북 브로커 황지성(47)씨가 한겨레21과 만나서 한 증언과 그가 제시한 자료가 그 근거다. 다른 탈북 브로커와 탈북민 단체 관계자 등도 황씨와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한겨레21에 보탰다.

모금은 목사가, 실무는 탈북 브로커가

슈퍼맨 목사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이해하려면 탈북민이 한국에 오는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탈북민은 일단 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한다. 중국 내 탈북민은 중국 경찰(공안)의 검거 대상이 된다. 탈북민은 이를 피해 북·중 국경 도시에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후 라오스·베트남 등을 거쳐 타이까지 이동한다. 타이에 간 탈북민은 타이 주재 한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으로 오게 된다. 몽골 등 다른 루트로 한국에 오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이 경로를 거친다.

이 과정 전반에서 탈북민의 이동을 돕는 현지 길잡이와 운전기사 등이 필요하다. 이들을 고용할 자금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 2025년 기준 적게는 1200만원부터 많게는 2천만원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중국 내 통제가 강해지면서 5년 전보다 5배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2010년 무렵까지는 탈북민 쪽에서 탈북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일이 많았다. 탈북민의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내주거나 한국행에 성공한 이후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정착지원금으로 후불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다 2010년대부터는 국제인권단체와 선교단체 등이 탈북민의 탈북 비용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이 탈북 비용을 전문적으로 모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주로 북한인권단체 활동가나 목사다. 이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슈퍼맨 목사다. 슈퍼맨 목사 같은 이들이 국제인권단체와 선교단체 등에서 후원금을 모집해 탈북 브로커에게 전달한다. 탈북 브로커는 이 후원금을 받고 북한과 중국 내 탈북 루트를 개설한 뒤 길목마다 연결책을 둬 탈북민의 이동을 돕는다. 탈북 브로커는 주로 한국에 있는 탈북민이나 중국 동포가 맡는다.

탈북 브로커의 대표 격이 바로 황지성씨다. 황씨는 이 업계에서 ‘큰손’으로 꼽힌다. 탈북민 1천 명 이상의 한국행에 실무를 맡았다. 2024년 기준 연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1천 명도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황씨는 손꼽히는 탈북 브로커라고 할 수 있다.

황씨도 북한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다 가족과 함께 2009년 탈북한, 탈북민 출신이다. 초기에는 일용직 등으로 일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지인이 소개해 탈북 브로커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북한과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규모를 키워갔다.

1인당 150만원… 탈북 못한 사람 몫도 떼가

슈퍼맨 목사와 브로커 황씨는 10여 년 동안 함께 일했다. 슈퍼맨 목사는 자금을 모집하고, 황씨가 중국 내 탈북 실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슈퍼맨 목사의 상황을 잘 아는 황씨는 2025년 10월13일 등 최근 3개월 동안 한겨레21과 네 차례 만나 슈퍼맨 목사의 리베이트 수수 정황을 폭로했다.

황씨가 업무 파트너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게 된 건 “슈퍼맨 목사가 탈북민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소한 모금 받는 사람들이 사기 치는 판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슈퍼맨 목사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파는 것처럼 실체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한겨레21은 황씨가 밝힌 자료와 증언을 확보한 뒤 또 다른 탈북 브로커 10여 명과 북한인권 관련 단체 관계자들의 검증을 거쳤다. 취재 결과, 슈퍼맨 목사는 탈북민 1명이 한국에 올 때마다 15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선 황씨가 슈퍼맨 목사와 대화한 녹취록과 사진을 통해 확인된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사진을 보면, 2025년 4월9일 황씨는 1050만원의 현금 다발을 봉투에 넣어 슈퍼맨 목사를 만나러 간다. 현금 다발에는 ‘1.05’라고 적혀 있다. 황씨는 “1050만원이라는 뜻이고, 7명에 대한 리베이트”라고 말했다. 당시 슈퍼맨 목사는 1명당 150만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다. 황씨는 “슈퍼맨 목사가 1명당 (들어가는 탈북 비용) 1650만원의 돈을 준 뒤 이 가운데 150만원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황씨가 남긴 메모에도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슈퍼맨 목사와 황씨의 배우자가 2025년 7월 통화한 녹취 파일에서도 리베이트의 존재가 드러난다. 황씨는 이때도 탈북민 7명에 대한 리베이트 1050만원을 전달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이 최종적으로 탈북하지 않게 됐다. 이에 황씨 배우자가 슈퍼맨 목사에게 2명 몫의 리베이트를 돌려달라고 말하는 내용이 녹취로 남았다.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황씨 배우자는 슈퍼맨 목사에게 “(7명이 아닌) 5명분 150만원(씩)을 드려야 하는데, 목사님이 ○○하고 ○○ (…) 300만원 가져오라고 해서 드렸거든요. 그 돈(300만원) 좀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여기서 “○○하고 ○○”은 탈북이 취소된 2명의 이름이다. 이에 슈퍼맨 목사는 “미리 (다른 곳에) 보내버려서 송금됐거든요”라며 돈을 돌려주지 않고 기다려보라고 답변한다. 황씨는 “2023년 한 해 동안 현금으로 가져다준 리베이트만 1억7천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2025년 4월9일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 부부가 슈퍼맨 목사에게 받은 후원금 일부를 리베이트로 되돌려주고 있는 모습. 황지성씨 제공

2025년 4월9일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 부부가 슈퍼맨 목사에게 받은 후원금 일부를 리베이트로 되돌려주고 있는 모습. 황지성씨 제공


환전소 지인 통해 허위 영수증 발급… 더는 못해 거절

슈퍼맨 목사가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은 또 있다. 슈퍼맨 목사는 황씨에게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다. 후원받은 돈을 국제인권단체와 선교단체 등의 후원단체에 증빙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실무를 담당하는 탈북 브로커들은 직접 중국에 있는 현지인과 운전기사 등에게 송금하면서 실제로 일했다는 점을 증빙한다.

그런데 2024년 황씨와 슈퍼맨 목사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황씨는 슈퍼맨 목사에게 14장의 허위 영수증 캡처(갈무리)를 보낸다. 그리고 ‘중국돈 41만(위안), 우리돈(한국돈) 8030만 영수증 보내드립니다'라는 설명도 보낸다. 탈북 브로커 황씨를 통해 탈북 지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수증만 요청한 것이다. 만약 다른 탈북 브로커를 통해 탈북 지원을 했다고 해도 굳이 황씨에게 영수증을 만들어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황씨가 수천만원짜리 송금 영수증을 수시로 보낸 카카오톡은 2023~2024년 여러 건 남아 있다.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8천만원까지 보낸 기록이다. 황씨는 “슈퍼맨 목사가 요구하면 아는 환전소 사람을 통해, 다른 사람이 중국에 송금하는 영수증을 구해와 목사에게 줬다”고 말했다. 황씨는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준 사례는 2023년 한 해에만 5억8천만원 규모”라며 “슈퍼맨 목사가 탈북 브로커에게 일을 주는 입장이어서 처음엔 거절하지 못했다. 2024년에는 목사가 더 큰 돈에 대한 영수증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이제는 영수증을 만들기 어렵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슈퍼맨 목사가 리베이트를 받거나 유용한 돈의 규모는 최소 1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맨 목사의 지시로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가 허위로 발급해서 건네준 영수증. 황지성 제공

슈퍼맨 목사의 지시로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가 허위로 발급해서 건네준 영수증. 황지성 제공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도 황씨와 같은 증언

2018~2019년 탈북민을 구출하라며 모금해 슈퍼맨 목사에게 후원금을 전해준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도 황씨와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사건 경과는 이랬다. 슈퍼맨 목사에게 후원자가 탈북 비용 명목의 후원금을 내면, 지원받은 탈북민은 본인의 탈북 비용을 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탈북 브로커들은 슈퍼맨 목사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하나원(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12주 동안 사회적응교육을 하는 통일부 산하 기관)을 나온 뒤 이들을 찾아가 “당신들이 탈북할 때 들었던 비용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슈퍼맨 목사가 탈북 브로커들에게 제대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상황을 인지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해당 탈북 브로커들에게 왜 그런 요청을 했는지 물었다. 또한 슈퍼맨 목사를 통해 탈북한 사람들을 찾아 실제 얼마를 탈북 브로커에게 줬고, 어디에서 어떻게 탈북했는지를 물어 탈북 비용을 계산해봤다.

그러자 사건의 경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탈북 브로커가 받은 금액과 저희가 후원금으로 전달한 금액을 비교하니 탈북민 한 사람당 50만~1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며 “미리 활동비를 떼어간다는 말도 없는 상태에서, 슈퍼맨 목사가 일부를 제하고 탈북 브로커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탈북 브로커 ㄱ씨도 “슈퍼맨 목사와 함께 작업해온 다른 브로커가 있는데, 그 역시 후원금 중 일부를 슈퍼맨 목사가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는 허위로 발급한 수억원어치의 영수증을 슈퍼맨 목사에게 건넸다. 이 영수증들은 후원단체에 탈북 비용의 용처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다. 황지성 제공

탈북 브로커 황지성씨는 허위로 발급한 수억원어치의 영수증을 슈퍼맨 목사에게 건넸다. 이 영수증들은 후원단체에 탈북 비용의 용처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다. 황지성 제공


이지성 작가의 영웅 서사 콘텐츠도 의혹투성이
이지성 작가가 쓴 책 ‘1만 킬로미터’. 교보문고 갈무리

이지성 작가가 쓴 책 ‘1만 킬로미터’. 교보문고 갈무리


후 원금 유용 의혹이 여러 곳에서 상당 기간 제기됐음에도 슈퍼맨 목사는 최근 들어 ‘탈북민 구출 영웅’으로 더 많은 명성을 얻었다. 슈퍼맨 목사의 영웅화에는 유명 작가인 이지성씨가 맡은 역할이 컸다. 이 작가가 2023년 펴낸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하 ‘1만 킬로미터’)와 이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등에서 슈퍼맨 목사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한겨레21 취재 결과, 이 작가의 슈퍼맨 목사 관련 콘텐츠 또한 의혹투성이다.

먼저 ‘1만 킬로미터’는 슈퍼맨 목사의 금전 문제를 파헤쳐봤더니 “루머였다”는 주장으로 슈퍼맨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책 내용을 보면, 이 작가는 “수퍼맨은 모 북한선교단체 목사와 돈 문제 루머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북한선교단체는 신뢰하기 힘든 단체”라며 “아니나 다를까 돈 문제는 슈퍼맨이 아니라 그 선교단체 목사가 일으킨 것이었다. 즉 그 목사는 슈퍼맨이 북한 암살조의 위협 때문에 공개적인 해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자신의 잘못을 슈퍼맨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한겨레21이 확인한 것처럼 슈퍼맨 목사의 금전 문제는 루머가 아니다. 황씨 등 탈북 브로커 5명과 선교단체 관계자가 슈퍼맨 목사의 금전 문제를 사실이라고 증언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현금 사진 등도 있다. 반면 슈퍼맨 목사가 후원금 유용 관련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이 작가의 주장은 되레 입증되지 않는다. 슈퍼맨 목사의 일방적인 해명을 토대로 서술됐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맨 목사의 역할도 과장됐다는 게 탈북 브로커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 작가는 책을 통해 슈퍼맨 목사가 코로나19 이후 “중국 일꾼 조직 복구”를 하고, “중국 공안의 첨단 감시 기법에 절대 노출되지 않는 기상천외한 수송 작전을 기획해서 중국 일꾼을 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탈북 브로커들과 탈북민들은 슈퍼맨 목사의 역할은 오로지 후원금 모집에 그쳤다고 말한다. 황씨는 “실제 중국에서 일어나는 탈북 과정을 슈퍼맨 목사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탈북 브로커 ㄴ씨도 “목사는 돈을 모아 오는 역할만 했다. 실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책에 소개된 한 탈북민도 “슈퍼맨 목사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실제로 자금 후원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탈북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연락한 건 브로커다”라고 했다.

탈북민 수 줄자 위험 무릅쓴 무리수 요구

슈퍼맨 목사의 역할이 과장됐다는 근거는 또 있다. 이 작가는 유튜브를 통해 2024년 슈퍼맨 목사가 110명을 구출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황씨는 “이 중 최소 4명이 실제 한국에 온 것이 확인되지 않거나 중국 공안에 검거됐다”고 했다. 황씨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슈퍼맨 목사가 사과한 카카오톡 메시지도 남아 있다. 황씨가 “올라간 영상들에 실종되거나 북송된 이들이 있다”고 하자, 슈퍼맨 목사는 “영상 만들 때 급해서 보내온 사진들 있는 것 캡처해서 만들었다”며 “(해당 탈북민) 가족에게 혹시 상처가 됐다면 더 신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해줘”라고 답한다. 이 영상은 현재 수정된 상태다. 이 사건은 이 작가의 콘텐츠가 검증이 부실한 상태에서 제작됐다는 의혹과 슈퍼맨 목사가 탈북민의 한국행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의혹의 근거가 된다.

아울러 탈북 브로커 황씨는 슈퍼맨 목사가 코로나19 이후 탈북 경로가 상당히 위험해졌는데도 무리하게 탈북민의 이동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탈북민 수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었다. 북한과 중국의 통제가 심해진 결과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2018년 1137명, 2019년 1049명 등이었으나,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 2023년 196명, 2024년 236명 등으로 줄었다.

현재 탈북민이 중국 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한겨레21이 만난 탈북 브로커 ㄱ씨는 “중국 내에서 탈북민이 검거되면 북송되거나 오랜 기간 구금되기에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다. 또한 중국인 현지 길잡이도 탈북민 이동을 도운 뒤 구금된 사례가 있고, 길게는 수년의 징역을 살기도 한다. 나 또한 탈북을 도왔다고 중국 공안에 체포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슈퍼맨 목사가 이런 상황에도 무리하게 탈북민의 한국행을 시도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탈북 브로커들은 현장을 아니까, 여러 이유로 공안에 등록된 북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안다. (공안에) 등록된 사람이 포함된 탈북민들을 이동하도록 하면, (탈북 루트는) ‘사람 죽는 길’이 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슈퍼맨 목사는) 그런 사람들을 포함해서 ‘무조건 탈북 시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황씨는 이어 “슈퍼맨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탈북민의 이동이 위험해졌는데도 러시아 루트 등 안전하지 않은 길로 자꾸 탈북민을 빼내라고 했다”며 “모금은 해야겠고 구실이 없으니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법당국도 골머리… 실태 조사 급선무

슈퍼맨 목사는 요즘에도 탈북민 구출과 관련한 모금에 주력하고 있다. 그가 모금하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먼저 ‘여리고미션’(JM선교회)이라는 단체를 직접 이끈다. 기부도 이 단체를 통해 받는다. 2024년 이지성 작가가 이 단체에 5억원을 기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단체는 법인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슈퍼맨 목사의 업적을 영화로 제작해 홍보하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지성 작가의 책 ‘1만 킬로미터'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후원금을 모아 영화 제작을 하는 것이다. 이는 여리고미션 내 단체 공지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단체는 “(탈북 선교 관련) 다큐를 만들고 있다”며 “아주 중요한 자료들과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탈북 비용을 지원한다며 후원금을 모집하는 단체의 자금 집행을 투명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대훈 전 성공회대 평화학 연구교수는 “오랜 기간 정부와 사법당국이 골머리를 썩어온 문제”라며 “당장 착복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탈북민 이주를 돕는 과정에서의 비리나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씨도 탈북 지원 단체들의 회계 등이 정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가 슈퍼맨 목사에 대한 폭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 정말 하고 싶은 말도 이것이다. “정부의 방치 속에 모금해서 탈북민 지원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그 사람들은 ‘쉰들러’가 되고자 하는데, 실제로 쉰들러가 유대인 피로 자기 배를 불렸나요?”

슈퍼맨 목사는 후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슈퍼맨 목사는 한겨레21에 “(후원금으로) 돈 남기고 그러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는) 1원도 안 남긴다는 게 삶의 신조”라며 “150만원을 돌려받은 것은 동남아 국가에서 이동하는 탈북민들 식비를 현금으로 주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선 2018년 벌어진 일에서 단체가 보낸 돈과 브로커가 받은 돈 차이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한국행 중 붙잡힌 이들 관련 비용을 내는 데 사용했고, 결과적으로는 제 돈이 더 들어가서 빚을 졌다. 브로커와도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자료는 모두 나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여리고미션은 교회에 소속돼 있고, 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단체”라면서도 “교회 재정부에서 모두 정산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코로나19 기간에 탈북민을 데려오지 않았다”며 무리한 탈북 요구를 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슈퍼맨 목사 “후원금 1원도 남긴 적 없다” 반박

이지성 작가도 한겨레21에 전자우편을 보내 반박했다. 책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한겨레21의 지적에 대해 “목사님을 음해하고 있는 탈북 브로커 황모씨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근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브로커들은 자신이 관여하는 라인의 단순 업무만 담당한다”며 “슈퍼맨 목사님 관련이나 ‘1만 킬로미터’ 책 관련해서 탈북 브로커 황씨 등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의존한 채 당연히 엄격히 거쳐야 할 ‘팩트체크'와 ‘근거자료확인'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조윤상 다큐멘터리 감독(전 한겨레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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