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돌핀즈는 2025년 7월21일 박예은 선수(왼쪽 다섯째 검정 셔츠 입은 이)가 뛰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 경기에 단체 직관을 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정아 제공
풋살팀 FC돌핀즈의 시작은 조금 특별하다. 나는 동네 클럽에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 쓰던 발목에 무리가 가서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차트에 적힌 ‘풋살을 하다 다침’이라는 문구를 본 물리치료사가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가 꿈이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순간 나는 ‘이 사람과 꼭 같이 축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라면 “일주일 뒤에 오세요” 해도 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매주 병원을 찾았다. 마침내 그 물리치료사로부터 명함을 받았고 함께 팀을 만들어보자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한 명의 동지를 구한 나는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청년주택의 채팅방에 모집 글을 올렸다. ‘여자 풋살팀 멤버를 모집합니다. 저는 달리기도 싫어하지만 함께 공을 차는 것은 정말 재밌어요! 운동을 한 번도 해보신 적 없어도 ‘나도 한 번?’이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주저 없이 연락 주세요!’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공 차는 재미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이 재미를 널리 널리 알리고 싶었다. 팀스포츠인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것임을 나처럼 몰랐을 여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2022년 3월 8명의 여성이 모였다. 거의 모든 멤버가 축구는 처음이었는데도 우리는 함께 공 차는 재미에 빠져들어 기온이 33도 넘는 한여름에도, 영하 12도를 밑도는 한겨울에도 공을 찼다. 여름엔 아이스커피가, 겨울엔 핫초코와 귀마개가 응원단이 돼줬다.
취업 준비, 이직 등을 고민하는 멤버가 많은데 모두 이력서에 ‘축구’를 적는다. 그때마다 면접에서 축구 얘기로 화기애애, 결과는 늘 합격이었다. 축구를 만난 것은 우리에게 ‘로또’였을까. 축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엔(n)회차 겨울 엠티, n회차 송년회를 열었다. 엠티와 송년회 때 장 봐온 술은 늘 남아돈다. 이야기하고 게임하느라 술은 뒷전인 열정의 돌핀즈는 축구팀답게 방바닥에 둘러앉아 축구공 풍선을 발로 차서 계속 띄우기, 무릎 씨름 등을 즐긴다.
함께 여자축구 경기도 보러 간다. 여자축구 다큐멘터리를 보고 돌연 팬이 되어버린 인천 현대제철 박예은 선수에게 돌핀즈의 존재를 말하자, 박 선수가 직접 돌핀즈에 찾아와 함께 경기도 하고 코칭도 해줬다. 돌핀즈팀은 모두 박 선수의 팬이 돼버렸다. 외롭게 축구경기를 다녀서 큰 소리로 응원도 못했는데 이제 함께 가서 ‘시끄럽게’ 응원하게 된 순간이 또 감동이다.
돌핀즈 창립 5년차. 놀랍게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세리머니는 우리가 월드클래스다. 한골 한골이 월드컵 결승골처럼 귀하기 때문에 세리머니는 누구보다 강렬하게 한다. 함께 강강술래를 하거나 다같이 환호하면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시끌벅적하게 골의 순간을 즐긴다.
이런 FC돌핀즈는 축구공을 한 번도 차보지 않은 사람도 언제나 환영한다. 우리 모두가 시작은 그랬으니까. 그저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나이스!’ ‘좋아!’ ‘파이팅’ ‘해보자, 해보자’ 응원하며 하루하루 나아간다. 지팡이를 공동 구매할 때까지 서로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낼 우리 팀에 합류하실 분들을 환영합니다. 인스타그램(@f.c_dolphins)에서 구경하시고 연락 주세요!
김정아 FC돌핀즈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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