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2025년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조국혁신당이 당내 성폭력과 괴롭힘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뒤늦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 당의 김재원 의원은 2025년 5월 의원 중 유일하게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를 지지하고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불행히도 그의 경고 이후로도 당내 위계 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4개월 뒤 피해자들의 집단 탈당으로 귀결됐다. 피해자가 떠난 자리에서 김 의원은 다시 목소리 높여 당의 쇄신을 촉구한다. 9월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당의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혁신당 비대위 출범 이후 많은 분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진다. 대부분 당이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빠른 해결을 촉구하지만 일부는 과도한 공격을 하는 중이다.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을 함부로 콘텐츠화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오픈채팅방에 ‘특정 의원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펴는 식이다. 이제는 비대위 위원까지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대위가 흔들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니 답답하다.”
—9월15일 비대위가 출범했다. 풀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당 안팎에서 이 일(당내 성폭력·괴롭힘)이 ‘사건’으로 인식된 게 벌써 4개월 전이다. 그때 즉각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시간도 많이 흐르고 2차 가해 등 사건도 점점 많아졌다. 비대위 위원들이 짧은 시간 내에 그 많은 것을 다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분들을 채근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도와야 한다.”
—2025년 5월 혁신당 의원 중 유일하게 피해자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는 5월 초 기사를 보고 사건을 처음 알았다. 당 지도부는 4월부터 인지했다는 얘길 듣고 ‘미적거리다가 기사까지 났구나’ 생각했다. 그때 빨리 조치가 됐으면 갑자기 기사가 나가서 당에서 당황하고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이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자기 의견을 얘기하며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을 거다. 더 안 좋은 양상으로 확산되기 전에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 지도부가 너무 느긋한 게 아닌가,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 안팎의 2차 가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나.
“피해자를 도우려던 의원의 보좌진이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 피해자를 도우려던 다른 당직자도 괴롭힘을 당했다. 사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적정선에서 논의하는 게 아니라 당 안팎에서 너도나도 비판과 공격을 했다. 그렇게 서로 간의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 이어져 당원들끼리도 갈등과 불편함이 생겼다. 이제는 악의적인 목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득을 보려는 이들까지 가세하면서 일파만파 퍼지는 2차 피해를 더 파악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간 이 사안에 대해 당 안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소통했나.
“지난 7월 당에서 외부 조사기구를 통해 조사를 마쳤다고 발표했을 때 몇몇 의원이 조사 보고서를 요청했는데 받지 못했다. 또 개별적으로 질문했는데 ‘피해자 보호 때문에 일일이 얘기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은연중에 정보를 누설하거나 의도치 않은 2차 가해를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의원들도 집요하게 묻지는 않았다. 이후 처리가 잘되리라 믿었는데 충분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당내 성폭력·괴롭힘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피해자가 본인들보다 훨씬 큰 조직과 외부 시선에 맞서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걸 누가 속 시원히 같이 울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나도 예전에 가수 생활 하면서 억울하게 모함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지난겨울 청년들이 검찰개혁과 내란세력 청산만을 바라고 광장에 나왔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바란 건 모두가 똑같이 출발선에 서는 삶의 정의였다. 큰 정의, 작은 정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의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고 큰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너 운다고 내가 신경 써야 해?’ ‘너만 참으면 되는 일 아니야?’ 이렇게 묻는 건 옳지 않다.”
—많은 정당 조직이 성폭력 피해자와 조력자를 ‘적’으로 몬다.
“나만 해도 이런 인터뷰를 한다고 ‘해당 행위’(당을 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기 당이 망가지는 것을 좋아하는 의원이 어디 있겠나. 다만 당을 살릴 수 있는 길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다를 뿐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2025년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사태가 이리 될 때까지 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였다고 보나.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이 부족했다. 우리 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페이지에 당원 게시판이 없었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당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논의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소통의 장이 없으니 각종 오해가 생겼다. 당 차원에서도 의원 수가 12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모두가 의견을 내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좀더 수평적 구조로 갈 수 없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당의 주요 의사결정은 마지막 단계가 최고위원회인데 평의원들은 최고위에 못 들어갔다.”
—당이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나.
“제 눈에는 피해자들과 의원들, 당원들이 나날이 더 크게 상처받고 있다. 이런 양상이 이제는 진영 전체로 번졌다. 우리가 집회할 때는 항상 동지라면서 이런 부분에선 왜 서로 죽일 놈이 돼야 하나. 피해자에게 이런 태도가 정말 도움이 될까. 지금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처절한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다. 서로 조롱하고 물어뜯기보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성숙한 태도로 돌아봐야 한다. 프레임을 짜서 서로를 공격하는 게 피해자를 비롯해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당은 피해자 탈당 뒤에도 계속 ‘팩트체크’를 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데.
“그렇게 말 한마디 한마디 붙잡고 논박하는 방식으로 사안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자를 외롭게 두지 말자는 뜻으로도 들린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 피해자에게 전화해 수다 떠는 게 그분을 돕는 일도 아니고, 우리는 친분이 있던 사이도 아니다. 하지만 동지란 개인적 친분이 없어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자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와 차 마시고 밥 먹고 개인사를 속속들이 안다고 동지가 되는 게 아니다. 지난겨울 아스팔트에 나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얼굴은 다 기억 못해도 서로 동지라 부르지 않았나. 탄핵을 이뤄내고 어마어마한 권력에 맞선 사람들 아닌가.”
—그 권력을 이겨낸 사람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여야 할까.
“한 사람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와 일에서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자기 의견을 속 시원히 얘기할 수 있는 사회다. 약한 이가 힘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는 사회, 힘이 없는 개인에게도 동등한 자격과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곁에 동지가 있는 사회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다양한 의견을 내어 숙고하고 토론하고 정의가 실현되도록 할 의지가 있는 사회다. 광장을 메운 청년들이 원한 건 대단한 권력이나 돈이 아니었다. 누구나 사소한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길 바란 것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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