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2025년 9월1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저한 정신세계’를 보고 있자니, 이 시국에 우리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닌 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2025년 9월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고 난 첫 느낌도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와, 이 사람 통치를 진짜 즐기는구나.
제아무리 잘나거나 성실한들, 운이 좋은들, 즐기는 사람만큼 결실을 거두기는 어렵다. 이날 나온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선출권력과 임명권력 사이 ‘일종의 서열’” 표현을 두고 야당이 뒤늦게 공세에 나섰다. 트집 잡고 떠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먹잇감이 되었으나,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보지 않고 일부러 다시보기로 꼼꼼히 본 나는 그 발언을 국민주권을 강조하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반론적 해석으로 들었다. 그는 이날 최대한 표현을 절제하고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자리의 무게를 잘 아는 태도였다.
대통령 못지않게 참석한 기자들의 행동거지도 가감 없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데 초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정치권이 이런 자세로만 문제를 해결한다면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될까 하는 ‘국뽕’까지 은근하게 차오를 지경이었다. 의심해야 할 것들이 ‘지천’인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난데없는 정치 호르몬 교란이라니. ‘글로벌 약탈자’ 트럼프 탓이 틀림없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은 효과일 수도. “협상의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다. 또 그렇게 만들어야 되겠다.” 특유의 앙다문 표정으로 한 단어 한 단어 뜸을 들이며 내뱉었다. ‘이를 갈며 참는구나, 딱 내 마음 같다’며 많은 이가 공감했을 장면이었다.
일각에서 ‘만기친람’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글쎄, 대통령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챙기고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다. 자기 신념이나 이념보다는 정책 실효성을 먼저 따지는 태도도 지금 같은 나라 안팎 분위기에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정상회담까지 했는데 사인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비난한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 요구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이 될 만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조현 외교부 장관)니, 그야말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노사인(No Sign) 만세’다. 우리가 일본처럼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외환보유액이 넉넉한 처지나 미국과 약정대로 통화를 맞교환하는 스와프 계약을 맺은 상황도 아니지 않나.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겠다, 국익에 반하는 결정도 하지 않겠다, 그래서 좀 어렵다”는 대통령에게 사정을 알고도 트집을 잡는다면 야료이고 모르고 시비를 건다면 아둔함이다.
국민의힘은 이 와중에 ‘일종의 서열’ 표현이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발언이라며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장외투쟁도 벌이겠단다. 대선 자금 문제로나 내란 가담 문제로나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데 결속도 안 되고 국민 지지도 없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 이해한다. 기왕 거리로 나갈 거면 국익에 도움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돈 없어 못 줘’(No Money No Pay)나 ‘우리끼리 그러기야’(You are not alone) 등 대내외 겸용 손팻말을 들길 추천한다. 편한 곳에서 편한 분들과 하시라. 대신 대통령은 일 열심히 하게 두길 바란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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