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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한겨레21 보도한 ‘권성동 압력’ 필리핀 차관 사업 “즉시 중지”

한겨레21 기사 링크 공유하며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부실사업으로 판정된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
등록 2025-09-09 15:01 수정 2025-09-09 22:28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차관 지원을 거부한 필리핀의 7천억원 규모 토목 사업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압력으로 지원이 재개됐다는 한겨레21의 단독 탐사보도(제1580호 표지 이야기)를 인용하며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2025년 9월9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단독]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EDCF 지원 곤란” 판정 뒤집혔다’는 제목의 한겨레21 기사 링크를 공유한 뒤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부실사업으로 판정된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그마치 7천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겨레21은 제1580호 표지이야기에서 부정부패와 부실사업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정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을 거부한 7천억원 규모의 필리핀 토목 사업이 권 의원의 압력에 의해 차관 지원 재개로 결정이 뒤집혔다는 의혹을 탐사해 단독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농촌 350곳에 ‘모듈형 다리’를 설치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자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초저리의 EDCF 차관 4억3900만달러(약 6117억원)을 요청했다. 기획재정부가 이 사업에 대해 수개월 검토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너무 많고 △부정부패 전력이 있는 필리핀 현지 기업이 참여하며 △한국 기업들의 참여 의사가 저조했다는 등의 이유로 2024년 2월 “지원 불가” 결론을 내고, 같은해 4월 필리핀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권 의원이 2024년 2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 이상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접촉하거나, 기재부 관계자들을 의원실로 부르는 등 사업을 진행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참여 의향이 있다”고 압박했고, EDCF를 운용하는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이 필리핀 정부 관계자들에게 ‘외교결례’를 범했다는 주장까지 하며 사실상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을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권 의원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업 규모를 1100억~1300억원(8천만~1억달러)로 줄여 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사실상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하면서 사업은 멈추게 됐다. 

특검 수사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개발도상국에 경제 원조를 하는 EDCF 지원이 사업 목적과 달리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 정부의 실세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이 EDCF 차관 지원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21은 2025년 9월4일부터 지속적으로 권 의원과 보좌진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지만 보도(9월8일)된 뒤까지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기재부와 수출입은행도 이날까지 권 의원의 압력 의혹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말 이외에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다만 권 의원은 2025년 9월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며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 대통령은 특히 한겨레21의 보도를 두고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이자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 공정한 세상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진실을 널리 알리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신 언론의 용기와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025년 9월9일 국회에 보고됐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여야는 표결 일정을 협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9월11일에 본회의를 열어 권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권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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