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우리 편 결계’는 이제 그만

온 국민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은 오로라 빛깔… 국정 개혁·내란 극복, 다름을 수용하며 단호하고 찬찬하게
등록 2025-09-04 22:07 수정 2025-09-06 17:09
2025년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그렇게 시끄러울 일인가. 위원장도 아니고 고작 간사 선임 따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소란-고성-삿대질-퇴장을 반복해야 했을까. 감옥에 갇혀서도 엽기 행각을 벌이는 내란 수괴 부부 때문에 안 그래도 눈과 귀가 심란한데 말이다. 나경원 의원 그냥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하라고 하자. 누군들 대수라고.

‘내집단 편향’이 심해질수록 사람은 사리분별을 못한다. 수치심도 못 느낀다. ‘정쟁’하면 될 일을 매사 ‘전쟁’처럼 한다. 어쨌거나 일이 되게 해야 하는 여당이 결국 책임을 더 많이 질 수밖에 없다. 당장 국민의힘을 빼고 국회를 운영할 수는 없지 않나. 의원 개인의 위법성이나 당 차원의 위헌성이 확실해지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다.

특검 응원하고 검찰 해체하고 법원 감시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되 다름도 받아들여야 하는 시절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한 사람 안에도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가 섞여 있다. 그런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그 ‘혼종성’이 얼마나 크겠는가. 각 당의 지지자들이나 비판자들도 다 같은 빛깔이 아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도 이재명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 온 국민이 매우 ‘하이브리드’한 상황을 건너는 중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자면서도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주자, 주지 말자 의견이 갈린다. 지귀연 판사와 조희대 대법원장을 영 불신하지만 내란재판부 설치에는 견해가 맞선다. 검찰의 못된 버릇을 지적해온 현직 검사장의 ‘검찰 5적’ 발언을 두고는 충심인지 분란 유발인지 평가가 다르다.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취향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오로라 빛깔이다. 가령 누군가는 주식양도세 면제 기준점을 10억원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지만 이를 반대하며 열심히 설명하고 다니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좋아한다. 법사위 소동이 몹시 불편하지만 그 와중에 나경원 의원의 초선 의원 비하와 고압적 태도에 대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의 ‘샤우팅’은 매우 응원한다. “내란 앞잡이에 준하는 이가 법사위 간사를 할 순 없다”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그런 나 의원을 배척하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처신은 못마땅하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총선 전 광폭 행보를 지지했어도 사면 이후의 조국은 반성과 자숙이 더 필요하다고 여긴다. 저마다의 신념과 이해와 성향과 개성이 뒤섞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진영논리가 때론 약이 됐다. 필요한 이를 밀어올리고 지켰다. 마땅한 정책 집행을 도왔다. 그러나 독이 되기도 했다. 핑계를 받아주고, 위선을 감싸고, 다른 소리를 틀어막았다. 그리하여 응당 살펴야 할 일을 놓치게끔 작동했다. ‘우리 편 결계’만으로는 불완전했던 셈이다. 정치는 이쪽 편을 만족시키는 것 못지않게 저쪽 편이 수긍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그걸 무시한 정권이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았음을 줄곧 보지 않았나.(윤석열 정권은 그 범주에 넣기에도 우세스럽다. 아예 무맥락이었으니.)

때를 놓치면 정권 초기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개혁 방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여당 안팎에 있다.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그래선 일이 되지 않는다. 내란 극복과 국정 안정을 조급함과 윽박지름으로 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잘해서 동력을 키울 생각을 해야지, 왜 지지율 떨어질 걱정부터 하나. 지금의 혼란을 건너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견디어야 한다. 단호하되 찬찬하게 정치의 ‘혼문’을 완성하자.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한층 새로워진 댓글 서비스를 위해 준비 중입니다
업그레이드된 기능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공지사항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