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 국민의힘 대구 수성을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윤석열 당선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인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문제를 살펴보는 가운데, 윤석열 부부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 외에 이인선 의원의 대구 수성을 지역구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에서 핵심 당직을 맡았던 ㄱ씨는 한겨레21과 만나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에 김영선을 공천하는 건 당 입장에서 큰 문제도 아니었다. 수조물 마시면서(김영선 전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앞둔 2023년 6월30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족관 물을 손으로 떠 마시고 “이거 먹어도 된다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상해졌지만, 김영선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여성 의원으로는 스펙 좋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그때 더 큰 문제는 대구 수성을(에서) 유영하, 이인선을 정리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어 “박근혜를 (2022년 5월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부르는 것과 연결된 문제였는데, 그래서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마지막까지 결정을 못하고 윤석열·김건희 연락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이 이인선을 꽂으며 유영하, 박근혜의 뒤통수를 친 공천이다”라고 덧붙였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상황을 잘 아는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ㄴ씨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문제가 아닌 대구 수성을이 진짜 문제였다”며 “그때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위세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고, 당을 안 되는 문제 되는 문제 없이 다 맘대로 할 때다.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7곳 공천을 다 주무를 수 있는데 창원 의창에만 개입했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방송(MBC)은 2025년 4월 윤석열이 재보궐선거 공천을 앞두고 “‘홍준표가 밀어낸 이인선을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녹취를 보도하기도 했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는 7곳에서 치러졌다. 경남 창원의창과 대구 수성을을 비롯해 인천 계양을(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 강원 원주갑, 충남 보령·서천, 제주 제주을이다. 특히 대구 수성을에서는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재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당시 전 대통령 박근혜는 앞선 2021년 12월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박근혜는 이후 2022년 4월 대구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한 최측근 인사인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유 변호사는 이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뒤 방향을 바꿔 대구 수성을 지역구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022년 5월10일 이례적으로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단수공천했다. 이 과정에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의 불법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6·1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특검도 이미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에 주목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2025년 7월8일 윤상현 당시 공관위원장의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했고, 2024년 총선에서 김상민 전 검사를 공천하기 위해 김건희씨가 움직였다는 사실 등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윤상현 의원의 소환조사가 7월27일에 예정돼 있다고 7월23일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부부의 이인선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여부로 수사가 확대되느냐는 한겨레21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해보면, 당시 윤석열 당선자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 취임식에 박근혜를 초대하는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는 박영수 특검에서 본인이 직접 구속했던 인사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상황에서 박근혜와 정치적 화해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하는 조처가 박근혜의 취임식 참석이었다고, 다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말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최종 결정일이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10일로 맞춰진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ㄱ씨는 “당시 공천을 앞두고 윤석열과 윤상현의 소통은 대부분 유영하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윤상현을 비롯해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 부여된 역할이 박근혜를 취임식에 데려오는 것이었다. 배신감에 치를 떨던 박근혜를 데려올 수 없었는데, 그래서 (윤석열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취임식 참석 조건으로 유영하를 꽂을 것처럼 굴었다”며 “(내가) 윤상현 공관위원장과 유영하 공천 문제로 상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 ‘끝까지 기다리면 그 인간(윤석열)이 연락할 테니 결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피의자 박근혜’의 마지막 법률 대리인으로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석열과 맞선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은 내심 유 변호사의 공천을 원하지 않았지만,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박근혜를 취임식에 초대하기 위해 시간을 끌며 유 변호사에게 (재보궐선거 공천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공관위와 윤상현 공관위원장은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한 채 윤석열의 결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초 취임식 초청 명단에 없던 박근혜는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이 직접 초청장을 전달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취임식에 참석했다. 다만 취임식 종료 뒤 신라호텔에서 열린 만찬 등에는 참석하지 않고 바로 대구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공천되는 줄 알았던 유영하가 취임식 도중에 안 되는 걸 알고 끝나자마자 (박근혜를) 데리고 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하 의원은 “당시 이인선 공천 경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재보궐선거라 당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천에서 떨어진 것을 안 것은 대구 도착 이후인 (2022년 5월10일) 오후 4시 이후였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한겨레21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인선 의원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 공천을 받아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으며, 이후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은 저의 활동과 기여를 당이 평가해 정당한 절차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사적 관계에 의한 ‘낙하산 공천’이라는 표현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이미 그때부터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으로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이익공동체를 형성할 수만 있으면 정치적으로 안 되고, 절차적으로 안 되고, 도의적으로도 안 되는 일들도 그냥 해버릴 수 있는 구조였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패널인 장성철 정치평론가도 “유영하와 이인선 공천 바꿔치기 사례는 윤석열이 정당 민주주의와 공당의 시스템을 따를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국민의힘 대다수 관계자들이 아직도 부인하거나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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