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 진작 팔았어야 했나'…금값, '12년 만의 최대 낙폭' 5.7% 급락

금값, 올 들어 60% 급등…차익 실현 매물 출회
미·중 무역 합의 타결 전망에 안전자산 이탈
은·백금도 동반 약세

국제 금값이 최근 급등세를 멈추고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은과 백금 가격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최근 금·은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데다, 다음 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이 커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진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값이 고공행진하며 골드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을 찾은 고객에게 직원이 골드바 견본품을 보여주고 있다. 2025.2.18. 강진형 기자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5.7% 하락한 온스당 4109.1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하루 만에 급락한 것으로, 이 같은 낙폭은 201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은값의 하락폭은 더 컸다. 12월 인도분은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7.2% 떨어진 온스당 47.45달러를 기록했다. 백금 역시 12월물 선물 기준 8% 급락했다.

이번 금·은값 하락은 최근 급등으로 인한 과열 우려 속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금값 가격은 약 60% 치솟으며 랠리를 이어왔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 증가, 미 달러화에 대한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 전쟁 우려 등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이날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여기에 미 달러 강세로 인해 다른 통화 보유자 입장에서 금의 상대적 가격 부담이 커진 점도 낙폭을 키웠다. 또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에서 최대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가 끝나고 결혼 시즌이 시작되면서 금 구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점도 수요 약세로 작용했다.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안전자산 수요 역시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갖고 무역 합의를 타결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긴장이 완화되고 위험 회피 심리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TD 증권의 바트 멜렉 글로벌 상품 전략 수석은 "최근 귀금속 시장의 강력한 랠리 이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급등세는 역사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스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금속 가격이 급등한 만큼 최근의 매도세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최근 투자자층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시장이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삭소 뱅크 AS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가는 "조정과 이후의 (가격) 고착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며칠간 트레이더들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의 진정한 힘은 조정 국면에 드러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기저 매수세가 살아 있어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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