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 32종 서식, 복원 전보다 8배 늘어
전시 통해 생태 보전 가치 확산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담수어류 조사에서 건강한 하천의 지표종인 '쉬리'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복원 전 4종에 불과하던 어류가 이제는 32종으로 늘어나며, 도심 속 하천 생태계가 눈에 띄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올해 실시한 청계천 담수어류 학술조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총 7목 9과 32종 1품종, 약 6700여 개체의 어류가 확인됐다. 복원 전과 비교하면 어류 종수가 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수질이 맑고 산소가 풍부한 여울에서만 사는 쉬리 치어가 청계천 상류 구간에서 처음 발견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일부 구간이지만 쉬리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청계광장 인근 모전교부터 중랑천 합류부까지 6개 지점에서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20년 전과 동일한 지점을 선정해 장기적인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분류체계별로 보면 잉어목이 23종 1품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망둑어목이 4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개체의 38.1%를 차지한 피라미가 우점종이었고, 참붕어(17.2%)와 대륙송사리(12.7%)가 뒤를 이었다.
한국 고유종은 각시붕어, 줄납자루, 쉬리, 몰개, 참갈겨니, 얼룩동사리 등 6종이 확인됐다. 외래종으로는 이스라엘잉어, 구피, 배스가 발견됐으며, 구피 7개체와 배스 1개체는 인위적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된 어류는 모두 현장에서 확인 후 원래의 서식지로 방류됐다.
구간별로는 상류(모전교~마전교)에서 쉬리·버들치·참갈겨니 등 유속이 빠르고 산소가 풍부한 환경을 선호하는 어종이 주로 서식했다. 중류(황학교~고산자교)에서는 참붕어·줄몰개·모래무지 등 완만한 유속과 다양한 하상 구조에 적응한 어종이, 하류(중랑천 합류부)에서는 대륙송사리·납지리·참붕어 등 수질 내성이 강한 어종이 주로 나타나 구간별 생태적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 조사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특별전 '청계어록: 청계천 담수어류 공동 학술연구성과전'을 마련했다. 전시는 AI로 제작한 '청계천 복원 20년 여정' 영상, 한국 민물고기 세밀화, 청계천 탐사대 기록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이 도심 속 생태하천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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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민 관장은 "청계천의 생태 복원은 훼손된 환경도 꾸준한 관리와 협력으로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과학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키울 수 있는 자연 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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