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가상화폐론자들도 일제히 “하락 가능성”…글로벌 투자자 블랙록도 물량 대량 매도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관심 밖으로 내몰려 있었던 ‘가상화폐의 범죄 도구화’ 논란이 국제 사회의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가상화폐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급증했다. 특히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이들마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일부 자산의 매각까지 추진하자 투자자들의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반감기’ 하락 전망에 범죄단체 대규모 매도설까지…가상화폐 대규모 하락 가능성 대두
1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대출업체 레든(Ledn)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존 글로버는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수준(약 10만8000달러)에서 35% 이상 하락해 7만달러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전반적인 추세는 이미 약세로 전환됐으며 향후 수개월 내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경제학자 티모시 피터슨 역시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비트코인이 7만달러 이하로 붕괴할 수 있다”며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버가 비트코인을 담보로 달러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의 핵심 임원이라는 점에서 그의 회의적 전망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이들의 발언이 과거의 주기적 흐름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후 1~2년 사이에 최고점을 기록한 뒤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반감기 초기엔 공급 감소로 인한 희소성이 가격 상승이 급등하지만 이내 거품이 빠지면서 시세가 다시 하락한다.
실제로 2016년 7월 2차 반감기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650달러 수준이었지만 약 1년 후인 2017년 12월 1만9700달러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3200달러까지 추락하며 약 85% 하락했다. 2020년 5월 3차 반감기 당시에도 8700달러에서 2021년 6만9000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채 2022년 1만55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가장 최근 반감기는 2024년 4월로 이후 비트코인은 급등세를 이어가며 이달 초 12만6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상화폐가 범죄 도구로 활용되고 이를 몰수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화폐로서의 신뢰성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몰수를 염려한 범죄단체들이 기존에 소유했던 가상화폐를 시장에 풀게 되면 시세가 급락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일례로 미국 법무부는 이달 초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범죄조직과 이들의 자금책 역할을 한 프린스그룹 회장 천즈(Chen Zhi)를 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천즈 명의로 보유된 원화 약 2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000개를 압수했다.
가상화폐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 각지에서 범죄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폴 등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Lazarus)’는 2017년 이후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해킹·탈취해 이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으로 세탁하고 있다. 라자루스가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는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3억4000만달러이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멕시코의 마약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과 ‘사날로아 카르텔’ 등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 자금의 국제 송금 및 세탁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신뢰도 하락은 글로벌 투자기관의 실질적인 매도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매체 AMB크립토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약 10억달러(원화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블랙록은 그동안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친 가상화폐 성향을 보여온 곳이다.
미국 국세청(IRS) 범죄수사국장을 지낸 체이널리스 글로벌 정책 책임자 제임스 리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범죄조직이 자금 세탁과 국제 송금을 신속하고 은밀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익명성과 탈중앙화 된 구조 탓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워 최근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은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은 점점 더 많은 범죄조직들이 자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특정 세력이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며 “투자자산으로서의 내재 가치는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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