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체율 전 연령 중 최대…무방비로 방치된 청년세대 빚투, 되든 안 되든 ‘문제 심각’
20대 청년층의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행위) 행위로 인한 부작용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무리한 대출을 기반으로 한 투자에 실패하면서 사회 초년부터 채무에 시달리거나 커리어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을 좇는 무분별한 투자 행태가 자신뿐 아니라 미래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20대의 빚투를 두고 “기름통을 들고 불구덩이에 뛰어 드는 행위”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온다.
“잃으면 채무고통, 벌면 노동경시” ‘빚투’에 망가지는 20대 청년들의 인생
17일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가계대출 잔액은 34조5660억원에 달했다. 대출 규모 자체는 30대(195조4933억원), 40대(221조1409억원) 등과 비교해 작지만 대출의 부실 정도는 가장 심각했다. 20대 5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단순 평균은 0.41%로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1년 전(0.39%) 대비 에 비해 0.02%p 상승했다.
흔히 ‘신용불량자’로 일컬어지는 20대 신용유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말 기준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2021년 말(5만2580명) 대비 2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 증가율이 8%에 머물렀던 점과 크게 대비된다. 신용유의자는 빚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하거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한 사람을 뜻한다.
20대 대출 부실의 주요 원인으론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식·코인 등의 ‘빚투’ 행위가 지목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을 소유한 20대 이하 투자자는 137만9814명으로 38만1910명이었던 2019년에 비해 무려 3.6배 가량 증가했다. 10대의 경우 수익이 없고 증권사 통장 개설조차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연령대 투자자 대다수는 20대일 것으로 추정됐다. 또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절반은 코인투자를 하고 있거나 과거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발산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정한 씨(29·남)는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한 중견 건설사에서 2년간 근무한 뒤 퇴사했고 퇴직금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일을 안 해도 투자만으로 근무 당시 한 달 월급을 벌었었는데 하루 만에 코인시장이 폭락하며 20%가 넘는 손실을 입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점 매수 타점이라 믿고 투자금 만큼 연 6%대 신용대출을 받아 재투자를 했으나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며 “현재 원금의 30% 가량 손실을 본 상태로 6000만원 가량이 묶여 있어 매달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 중이라는 박준호 씨(27·남)도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모은 5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수익을 빨리 내고 싶어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늘렸다”며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 손실이 났고 현재는 이자 부담 때문에 생활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금 회복 생각에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전히 하루 20번 이상 주식 계좌 앱만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이러한 투자 행태를 두고 노동소득 없이 투자로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게 되면 지속적인 노동을 경시하게 되고 반대로 손실을 입을 경우 사회 초년부터 빚에 허덕이며 제대로 된 자산 형성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돈을 벌어도 문제, 잃어도 문제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 때의 ‘빚투’ 유혹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제3자의 개입을 통한 빚투 방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20대는 자산 형성을 위해 저축을 시작해야 할 시기인데 이 시기에 빚을 지게 되면 향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빚 부담으로 인해 노동 의욕이 떨어지고 결혼이나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초기에 투자로 수익을 얻은 일부 청년들이 그 경험에 의존해 전업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일시적인 수익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며 “직장에 들어가 경력을 쌓아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반드시 자신의 여유자금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며 “고정 수입이 불안정한 사회 초년생들이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는 것은 평생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용대출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을 학창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가르치고 또 다른 방식의 제재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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