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동산 대출규제'와 '카드론 잔액 급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시장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백화점·마트 결제액은 줄었지만, ‘급전’을 찾는 수요가 폭증하며 카드론 잔액은 42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결제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악화된 카드사들은 이자 수익으로 이를 메우며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412111630376564e30fcb1ba8_1/article.html
그러나 2025년 여름,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카드론 신규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1조 원 이상(7~8월 기준 약 –15.2%) 증발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35.1%, 롯데카드는 –31.5%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무엇이 이 ‘마르지 않는 샘’ 같던 급전 창구를 이토록 빠르게 얼어붙게 만들었을까?
많은 이들이 그 원인으로 ‘6·27 부동산 대책’을 지목한다. 언뜻 “부동산 규제가 왜 카드론과 관계가 있지?” 싶지만,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일환으로 ‘카드론을 신용대출 한도(연소득 이내)’ 규제에 포함시킨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시장의 게임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1. 카드론의 구조: ‘여전채’와 금리의 연결고리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대출하지 않는다. 대신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즉, “3년 뒤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해 기관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구조다.
카드론 금리는 다음처럼 결정된다.
조달금리(여전채) + 가산금리(마진·위험비용) = 카드론 금리
따라서 시장 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금리도 오르고, 조달비용 상승이 곧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인상기에는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치솟았고, 카드론 금리도 급등했다.
반면 2025년 초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여전채 금리가 2.9% 수준까지 안정되며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이론적으로는 카드사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대출을 확대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유는 규제였다.
2. ‘영끌’의 숨은 통로였던 카드론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강화해왔다. DSR은 이미 모든 대출(주담대, 신용대출, 카드론 포함)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하는 제도였다. 즉, 카드론은 예전부터 DSR 계산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신용대출 총한도 규제’였다. 2025년 6·27 대책은 “모든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그동안 ‘기타대출’로 분류되어 별도 한도에서 취급되던 카드론을 ‘신용대출’ 범주로 편입시켰다.
문제는 6·27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카드론도 대출규제로 묶었다는 것이다. 당초 카드론은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DSR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신용대출로 간주하면서 들어가게 됐다. 여기에 7월 1일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까지 더해졌다. 규제 발표 후인 7월과 8월 주요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출처: 매일경제, 2025.10.17.
결과적으로, 기존 대출 한도를 꽉 채운 차주는 추가 카드론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조치로 ‘영끌’ 수요가 완전히 차단되었고, 동시에 생계형 소액대출 수요까지 함께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3. 철퇴가 된 규제: ‘영끌’과 ‘서민’을 동시에 겨누다
이 변화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시장 판도를 바꾼 사건이었다.
영끌 차단: 주택담보대출로 이미 소득 대비 한도를 채운 사람은 카드론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탈출구’가 닫힌 셈이다.
서민 급전 차단: 연 소득 4,000만 원 직장인이 병원비 500만 원이 급히 필요해도,
기존 대출로 이미 한도(연소득 이내)를 채웠다면 카드론 신청이 거절된다.
부동산 투기와 무관한 생계형 수요까지 똑같이 막히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의 취지는 ‘과도한 대출 억제’였지만, 결과적으로 절박한 비상금 수요층까지 돈줄이 막혔다.
4. 풍선효과: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금융 취약층
6·27 대책은 카드론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대출까지 ‘연소득 이내’ 한도로 묶으며 제2금융권 전체를 압박했다.
그 결과, 서민들이 기댈 수 있던 금융 사다리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제1금융권(은행): 고신용자 중심, 중·저신용자는 접근 불가
제2금융권(카드·저축은행): 신용대출·카드론 모두 ‘연소득 이내’ 규제
대부업체: 신청 건수 +85% 급증, 승인율 16.5%→12.8% 하락
저축은행: 신용대출 승인율 24.5%→19.8% 급락
결국, 카드론·저축은행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대부업체로 몰렸고, 그마저도 승인율이 낮아지자 일부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5. 카드사들의 딜레마와 정책의 과제
여전채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며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은 줄었지만, 정부의 ‘총량·한도 관리’ 지침 때문에 대출을 늘릴 수도, 금리를 크게 내릴 수도 없다.
전주 월요일 0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