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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호

조희대의 침묵…사법개혁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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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의 침묵…사법개혁 어디로 가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법원은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례 없는 초고속으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 환송한 판결이 큰 논란이 됐음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현재까지 이 판결 과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논의 참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자체 안을 내놓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은 없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개혁 요구가 많았던 만큼, 법조계에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 큰 틀에서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행정처 “사법부 의사 존중해야”민주당은 대법원의 이재명 판결 직후부터 사법개혁안을 쏟아냈다. 지난 8월 12일 출범한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는 구체적으로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 개선 등 5개 안건을 선정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

  •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지난 9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골목에 자리한 문학서점 ‘고요서사’ 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덟 명의 참석자가 둘러앉아 있다. 이날은 황인숙 시인과 함께하는 정기 프로그램 ‘마지막 금요일 저녁때’가 열리는 날이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마다 서점에 모여 그달의 책을 함께 낭독하는 행사로 이날은 9월의 도서인 박혜경 시집 <한 사람을 생각했다>를 함께 읽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황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황 시인은 “정부의 지원이 끊겨서 동네책방이 힘들다는 기사를 읽고 평소 자주 드나들던 고요서사가 걱정이 됐다. 독서 전초 기지 같은 공간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책 1권을 1시간 동안 이어읽기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낭독회가 시작되자 황 시인을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차례로 시를 소리 내 읽어 나갔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이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온전히 ‘읽기’에 집중했다....

    2025.10.13 06:00

  • 이 대통령 ‘END 구상’이 해법 될까?···“트럼프가 ‘골대’ 못 옮기게 해야”
    이 대통령 ‘END 구상’이 해법 될까?···“트럼프가 ‘골대’ 못 옮기게 해야”

    ‘선(先)비핵화, 후(後)경제지원’을 내세우며 사실상 북한을 적대했던 전 정부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던 탓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골자로 한 ‘END 이니셔티브’를 꺼내 들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소적이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연설 이틀 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미국을 향해서는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발언만 보면 당장 한국이 나설 수 있는 공간...

    2025.10.13 06:00

  • 간병비 걱정 덜 수 있을까···첫 발 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간병비 걱정 덜 수 있을까···첫 발 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은 대부분 가족이 책임진다. 가족이 직접 하느냐 간병인을 고용하느냐의 차이다. 보건의료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간병인 고용 경험이 있는 10명 중 4명은 하루 11만원을 웃도는 간병비(2023년 기준)를 지급했다. 한 달 입원하면 간병비가 300만원을 웃도는데,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간병살인’과 ‘간병파산’, ‘간병실직’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됐다. 환자 입장에서도 더 나은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간병 제도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 부담을 현재 100%에서 30% 내외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간병 지원 제도는 초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인 정책이지만,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는 데다 그간 ‘사적 간병’에 기대왔던 만큼 전문 간병인력 양성 등 ...

    2025.10.13 06:00

  • “구호 넘어 소통과 만남의 사회운동”···‘슈퍼스톰’이 주목받는 이유
    “구호 넘어 소통과 만남의 사회운동”···‘슈퍼스톰’이 주목받는 이유

    “사람들은 시민단체 활동이 뭔가 나와는 굉장히 멀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해요. 완전 다른 세계인 것처럼요. 한편 SNS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후원을 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서로 만나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생겨나는 일들이 있거든요.”지난 9월 10일 정식 론칭한 ‘슈퍼스톰’은 디자이너와 활동가, 작가 등 3인이 의기투합해 만든 비영리단체다. ‘구호’ 그 자체보다 ‘말 거는 방식’, ‘소통의 방식’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영리단체와는 차이가 있다.슈퍼스톰은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다른 비영리단체들처럼 여성, 동물권, 국제 문제 등 하나의 주제를 정해두지 않는다. 대신 평소 느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모여서 스스로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의제를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한다. 일단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테마는 분기마다...

    2025.10.13 0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8) 관계를 살리는 작은 습관들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8) 관계를 살리는 작은 습관들

    우리는 사랑이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되고, 극적인 사건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진짜 사랑은 지극히 평범해서 아침 출근길 커피를 건네는 손길에서, 피곤한 저녁 “오늘 어땠어?”라는 일상적인 물음에서 자란다.관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관계는 평범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배려가 진짜 관계를 만들고 지켜간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 역시 작은 무관심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무심히 던진 날 선 말 한마디, 상대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시선, 지켜지지 않은 작은 약속들. 이런 것들이 쌓여 관계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든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바위틈에 스며들어 결국 바위를 쪼개버리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거창한 선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관계에 활력을 더해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은 배려, 눈에 띄지 않는 세심함, 평범해 보이는 예의가 관계를 든든히 쌓는 진짜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관계를 살리는 사소한 습관,...

    2025.10.10 06:00

  • [꼬다리] 댓글창은 공론장이 될 수 없을까
    [꼬다리] 댓글창은 공론장이 될 수 없을까

    국제부 생활도 어느덧 1년 5개월차, 업무상 매일 외신을 읽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각 언론사의 댓글 정책이다. 내 담당 지역인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일반 독자가 홈페이지에 댓글을 다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신 ‘코멘트 플러스’라는 제도를 운용한다. 아사히가 선정한 전문가에 한해 ‘코멘테이터’로 활동할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이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외국인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달렸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이 데이터도 보이지 않은 채 에피소드 중심으로 외국인에 의한 위협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 외무성 주임 분석관을 지낸 작가 사토 마사루의 지적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보수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나라 공원에서 사슴을 발로 걷어차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더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이후다.아사히는 이 같은 댓글 가운데 기사에...

    2025.10.10 06:00

  • [메디칼럼](56) 긴 연휴,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꿀팁’
    [메디칼럼](56) 긴 연휴,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꿀팁’

    곧 추석이다. 주말을 엮으면 길게 쉴 수 있는 모처럼의 연휴이기도 하다.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나서도 며칠쯤 남을 것이다. 평소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집안 대소사를 돌보느라 바빴던 당신, 연휴에는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며 ‘진정한 쉼’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 것을 말한다. 쉬는 방법은 다양하다. 잠을 자거나, TV·영화와 같은 영상을 보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이런 것이 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쉬는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몸과 마음의 이완이다.하루 대부분을 일하거나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교감신경은 항진되고, 몸의 근육은 긴장돼 뇌에는 피로물질이 쌓인다. 이 피곤함을 매일 조금씩 적절하게 해소하는 것이 휴식의 핵심이고, 만성피로의 확실한 예방법이다. 교감신경은 심장 박동, 호흡, 소화 기능 등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한 부분이다...

    2025.10.10 06:00

  • [구정은의 수상한 GPS](15) 러시아 전투기 출몰, 발트해가 뜨겁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15) 러시아 전투기 출몰, 발트해가 뜨겁다

    부제: 에스토니아 영공 수차례 침범…나토, 대응 전투기 급발진발트해가 요즘 뜨겁다. 러시아 미그-31 요격기 3대가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 12분간 머물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최고사령부(SHAPE)는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F-3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각자 신속 대응 항공기를 띄웠다. 올해 들어 러시아 군용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에 들어간 게 4번이다. 특히 19일에는 전투기 3대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에스토니아는 격앙됐다.9월 21일에는 독일과 스웨덴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에 떴다. 중립지역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정찰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것이다.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2대와 독일 유로파이터 전투기 2대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IL-20 정찰기를 감시하고 촬영했다. 25일에는 헝가리가 그리펜 전투기를 띄워서 발트해 상공의 러시아기 5대를 쫓아냈다.폴란드는 러시아 드론 요격폴란드는 영공을 침범...

    2025.10.10 06:00

  • [IT 칼럼] 다시 죽음 앞에 선 ‘웹’
    [IT 칼럼] 다시 죽음 앞에 선 ‘웹’

    ‘웹’이 또다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용의자는 AI다. AI가 웹의 초기 정신을 파괴하고 개방성과 비차별성을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의 탐색 방식을 뒤흔들며 웹 전반의 트래픽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데이터도 덧붙인다. 1989년 탄생 이후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생존했던 웹이 또다시 생존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사실 웹의 죽음 선언은 전혀 새롭지 않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아이템이다. 2001년 팀 버너스 리의 시맨틱 웹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리고 2007년 아이폰발 모바일앱 생태계가 커져갈 때 ‘웹은 죽었다’는 얘기들이 유행했다. 2013년 구글이 구글 리더를 포기하고 RSS라는 콘텐츠의 자유로운 공유, 개방 규약이 종언을 고했을 때도 웹의 죽음 논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의 ‘갇힌 정원’ 시스템도, 블록체인의 성장 한계도 웹의 죽음이라는 서사를 불러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웹은 늘 죽을 운명에 놓여왔다. 언론이 보도를...

    2025.10.10 06:00

  • [취재 후] 붉은 여왕의 나라
    [취재 후] 붉은 여왕의 나라

    10년 전 열린 SK하이닉스 임원 워크숍의 연구 주제는 ‘삼성’이었다. 하이닉스가 치열하게 일하는데도 삼성을 제치지 못하는 건 결국 삼성이 더 치열하게 일하기 때문이며, 그러니 삼성을 제치려면 두 배로 일해야 한다는 ‘붉은 여왕 가설’에 임원들이 무릎을 ‘탁’ 쳤단다.<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해.” 이후로 하이닉스 임원들의 조기 출근 결의가 이어졌다. 한 부문에선 임원들이 새벽 5시 반에 출근했다. 삼성 임원들이 오전 6시 반에 출근한다고 하니, 그보다 한 시간은 먼저 출근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하이닉스 임원들이 조기 출근하며 삼성을 따라잡겠다고 할 때, 삼성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부문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고 나섰다. 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두고 TSMC와 수주...

    2025.10.08 06:00

  • [우정 이야기] 처치 곤란한 커피캡슐 가져오세요···친환경 동참
    [우정 이야기] 처치 곤란한 커피캡슐 가져오세요···친환경 동참

    편리하고 맛도 좋아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커피캡슐. 산도와 맛에 맞춰 종류만 수십 가지다. 아침에는 진한 풍미의 에스프레소, 점심에는 부드러운 파이크 플레이스 로스트와 같이 상황에 맞춰 골라 마실 수 있다.집에서도 바리스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만,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알루미늄 외에 여러 성분이 섞여 만들어져 재활용이 까다롭다. 통상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데, 자연 분해까지 500년이 넘게 걸리는 환경계의 천덕꾸러기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커피캡슐 처리에 우체국이 팔을 걷어붙였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와 ‘커피캡술 새가버치 캠페인 활성화’ 협약을 맺고, 커피캡슐 우편물 우체국 회수 등 새가버치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지난 9월 29일 밝혔다.‘커피캡슐 새가버치 캠페인’은 사용 후 버려지는 커피캡슐의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카카오의 주문 제작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와 네스프레소가 진행해왔다. 2023년에...

    2025.10.08 06:00

  • [문화캘린더] 전혜진이 전하는 테베 왕가의 비극
    [문화캘린더] 전혜진이 전하는 테베 왕가의 비극

    [연극] 안트로폴리스Ⅱ - 라이오스일시 11월 6~22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5000원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라이오스>가 국내 초연된다. 2023년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신화를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로 2025~2026년 국립극단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국내 초연은 연출가 김수정이 맡았으며, 2025년 한국사회의 맥락에 맞춰 각색됐다. 익숙한 신화에 상상력을 더한 원작은 지배와 피지배, 부모와 자식 간의 대물림 구조를 통해 동시대의 균열을 드러낸다.<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 신화의 기원이 되는 인물 라이오스를 중심으로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이 오이디푸스를 조명해온 반면 그 아버지인 라이오스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작품은 ‘라이오스는 왜 신탁을 거스르려 했는가’, ‘오이디푸스는 ...

    2025.10.08 06:00

  • [시네프리뷰]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시대가 인정한 시네아스트의 작정한 변신
    [시네프리뷰]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시대가 인정한 시네아스트의 작정한 변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상업 영화의 미덕을 충실히 성취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폭넓은 관객층을 겨냥한, 말 그대로 대형 액션 영화다.제목: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62분장르: 범죄, 액션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레지나 홀개봉: 2025년 10월 1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프랑스어 ‘시네아스트(Cinéaste)’는 사전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감독, 작가, 제작자를 두루 이르는 말이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중에서도 자기 색깔이 강한 예술 지향성이 두드러지는 종사자들을 특정하는 말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장편 데뷔작 <리노의 도박사>(1996)를 시작으로 <부기 나이트>(1997), <매그놀리아>...

    2025.10.08 06:00

  • [신간] 휘청이는 남성, 위기 너머의 희망
    [신간] 휘청이는 남성, 위기 너머의 희망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2만2000원“나는 25년에 걸쳐 소년과 남자들을 걱정해왔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세 아들의 아버지이자 계층,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인 저자는 통계자료들을 가져와 오늘날 어떤 부류의 소년과 남자들이 겪는 곤란에 대해 돋보기를 가져다 댄다. 소년들은 학업에서 뒤처지고, 전통적으로 소위 남성적이라 불려왔던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히 빈곤층 남성은 ‘강자’이면서도 경제·문화적 ‘하층민’이라는 ‘이중의 굴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보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보수는 오직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만 할 뿐이다.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남학생의 입학을 늦추고, 직업에 있어 남녀 성별 분류를 없애는 등의 시도를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이런 접근이 결코 현재 존재하는 여성 임금 격차 등 성별 불평등의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

    2025.10.08 06:00

  • [정태겸의 풍경](97) 강원 철원-꽃밭 위로 쏟아진 저무는 햇살에 잠겨
    [정태겸의 풍경](97) 강원 철원-꽃밭 위로 쏟아진 저무는 햇살에 잠겨

    경기 포천시에서 촬영 하나를 마치고 고민을 시작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가까운 강원 철원 고석정에서 가을 꽃축제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났다. 게으름이 짜르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마음은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몸은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고 보채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갈림길에서 운전대를 철원 방향으로 틀었다.한편으로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주차를 하고 걸어서 꽃밭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기대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내가 바라던 풍경이 눈앞에 드러났다. 마치 햇살이 고운 파우더를 공기 중에 뿌려놓은 듯 대지 위로 쏟아졌다. 종일 화사한 빛을 뽐내던 꽃들도 그 빛에 물들어갔다. 꽃 사이를 걸었다. 꽃만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이다. 도리어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꽃 사이의 사람까지 모두 다 꽃과 어우러지는 풍...

    2025.10.08 06:00

  • [독자의 소리]1648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1648호를 읽고

    다시 찾아온 ‘메모리의 봄?’···“반도체 골든타임 3년 남아”반도체 업계가 잔칫집인데, 삼성전자만 초상집이다._네이버 dnjs****이 업계 일하면서 위기 아닌 적이 없다._네이버 hwan****현장 엔지니어를 대우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끝난다. 지금은 쥐어짜서 나올 세대도, 시기도 아니다. 꼰대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삼성도 일본 회사들처럼 망할 수 있다._네이버 duhy****“새를 간과한 공항, 안전은 없다”···무안공항 참사는 뭘 남겼나좁은 국토에 경제·안전을 도외시한 공항이 지나치게 많다._경향닷컴 필****공항 건설비를 나중에 공항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중앙정부에 갚아야 한다면 바로 취소해달라고 하지 않을까._경향닷컴 Plmq****인간이 사는 곳은 조류의 서식 환경이 극악이고, 인간이 비행장의 적지라 생각하는 곳은 조류의 서식환경이 최적이라는 딜레마를 피할 길은 없다._네이버 lg56“유튜브 권력, 후보자 공천에 실제 개입”유튜버들의 ...

    2025.10.08 06:00

  • [편집실에서]언젠가는 보물이 될 거야
    [편집실에서]언젠가는 보물이 될 거야

    <개그콘서트>는 한때 저의 최애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봉숭아학당’, ‘고음불가’, ‘감수성’ 같은 코너는 매주 일요일 밤 많은 웃음을 주었죠. 방청을 위해 KBS 별관 앞에서 몇 시간을 줄 서며 설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있었습니다. 대중에게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개그콘서트>를 기획한 사람, 수많은 후배를 무대에 세운 스승이 바로 그였습니다. 최근 그의 타계 소식과 함께 쏟아진 후배 개그맨들의 추모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발인식 날 빗속에서 개그맨 조세호는 스승의 운구차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김신영은 고인의 병실에서 나흘을 지내며 마지막을 함께했고, 그를 “나의 어른”이라 불렀습니다. 김신영과 전유성이 생전에 나눈 대화는 여운을 남깁니다.“저 이제 한물갔어요”, “한물 가고, 두물 가고, 세물 가면 보물이 되거든. 너는 보물이 될...

    2025.10.08 06:00

  • [렌즈로 본 세상]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렌즈로 본 세상]추석맞이 풍경, 방앗간과 자전거

    봄에 씨를 뿌리고,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고, 모기 입이 삐뚤어질 무렵 수확하고, 가을볕에 말리느라 허리는 꼬부라졌을 텐데,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아낙네의 품새는 어느 남정네보다 힘이 넘쳤다. 방앗간에 도착하자 젊은이가 나와 자전거 짐칸에 실린 고추 꾸러미를 옮겼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낙의 허리는 예상대로 곧게 펴지지 않았다.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0월 1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을 둘러보던 중 마주친 장면이다. 오일장은 다음날이었지만, 방앗간은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돌아오는 길, 장터에 걸린 시골 아낙들의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다양한 꽃무늬, 파스텔톤과 화려한 원색의 향연, 그리고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루즈 핏. 꼬부라진 허리 맵시를 감싸 줄 아낙네의 패션은 요즘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다. 뽀글뽀글 파마도 마찬가지. 시장 근처 미장원에서 들려오는 찰진 사투리가 지친 발걸음에 추임새를 놓는다.

    2025.10.07 06:00

  • [주간 舌전]“구치소가 호텔인가…밥투정 뻔뻔”
    [주간 舌전]“구치소가 호텔인가…밥투정 뻔뻔”

    “호텔인가. 밥투정 뻔뻔하다.”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구치소 수용 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한 데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정 장관은 지난 10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 측이 수감 중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궤변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렇게 적었다.정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수용실에서 ‘서바이벌’이 어렵다고 하고, 변호인단은 구치소 식사를 트집 잡아 밥투정을 하고 있다”며 “곧 구치소에 투룸 배정과 배달앱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참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 한 내란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며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 특검 소환, 영장 집행, 재판 출석 등 사법 절차에 협조하면서 수용자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전직 검찰총장이자 법조인으로서의 기본자세”...

    2025.10.06 06:00

  • ‘여적여’ 말고 ‘워맨스’···<은중과 상연> 등 여성 서사 드라마의 힘
    ‘여적여’ 말고 ‘워맨스’···<은중과 상연> 등 여성 서사 드라마의 힘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른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오래된 성차별적 통념을 드러내며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가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공개된 <은중과 상연>(넷플릭스), 방영 중인 <백번의 추억>(JTBC) 등의 드라마만 봐도 이 대통령의 젠더 인식이 얼마나 단선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이들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인물 간 관계성, 시대 배경 모두 다르지만 ‘두 여성 주인공의 우정’을 중심 서사로 끌고 간다. 역시 최근 방영 중인 <달까지 가자>(MBC)와 지난 6월 방송된 <살롱 드 홈즈>(ENA)는 다수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 등을 그리는 ‘워맨스(women+romance)’ 드라마의 명맥을 잇는데, 최근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여준다. 콘텐츠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았...

    2025.10.06 06:00

  • 지방선거 여권 압승? 낙관 어렵다
    지방선거 여권 압승? 낙관 어렵다

    “녹록지 않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두려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돼야 하는데 여러 여론조사에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종전까지 주간경향이 접촉한 선거 컨설턴트·정치평론가들의 예상은 여당인 민주당 낙승이었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시 접촉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녹록지 않은 선거’가 되리라는 것이다. 안 대표의 말이다.“지난 대선 결과를 복기해보면 이재명과 권영국의 득표율 합이 50.4였다. 김문수와 이준석을 더하면 49.49다. 내란과 탄핵 후 치러진 선거였는데도 51:49의 본질적 구도를 유지하는 대선이었다. 이준석 지지층의 대다수가 민주당에 반감이 높은 청년 세대다. 내년 광역단체장 후보 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도 중요한 변수인데, 개혁신당과 ...

    2025.10.06 06:00

  • ‘퇴직금 200만원’의 벽···부장검사는 왜 지휘부 감찰을 요구했나
    ‘퇴직금 200만원’의 벽···부장검사는 왜 지휘부 감찰을 요구했나

    현직 부장검사가 상급자인 검사 두 사람을 감찰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발단이 된 건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못 받은 사건이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A 부장검사의 뜻과 달리 쿠팡은 무혐의 처분됐다. A 부장검사는 상급자들이 쿠팡을 봐주려고 일부러 사건의 핵심 쟁점을 못 본 체했다고 의심한다. 상급자들은 쿠팡을 봐줄 생각이 없었고, 부장검사가 허위사실로 무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급자가 서로를 감찰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검찰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는 것 이외에도 이 사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 제도권이 일용직과 대기업의 분쟁을 다루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노동집약적인 사업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은 최소화하려 했다. 그전까진 일용직에게 지급하던 퇴직금을 아끼기 위해 쿠팡은 2023년 규정을 바꿨다. 퇴직금을 못 받게 된 적잖은 수의 일용직이 고용노동청 ...

    2025.10.06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오늘을 생각한다]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지난 7월 21일 부산지역 고등학생 19명이 개최한 기자회견의 제목은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다. 학생들이 정부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한 제도냐고? 학생보다 제도가 중요하냐고? 한두 학년쯤 피해 봐도 괜찮냐고? 그 한두 학년이 자그마치 87만명이다. 이재명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인다면 현재 고등학교 1학년 42만5400명, 중학교 3학년 44만8999명의 학생들에게 나쁜 정부·나쁜 대통령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지난 9월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이하 대책)은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고1·중3 학생들의 절박함을 철저히 외면한 엉터리 대책이다. 단지 교사 업무 과중 문제만 해결한 교사용 대책이다.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조차 교사 편의를 우선하여 기초학력 포기 방안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고교학점제와 패키지로 추진되던 대학 입시 개선(수능 절대평가 등), 특권학교(자사고·외고·국제고 등...

    2025.10.03 14:57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0) 우드스톡, 인류역사상 최대의 축제

    ‘개미와 베짱이’, 이 유명한 우화의 원전은 ‘개미와 매미’라는 이솝우화다. 이 이야기가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매미가 베짱이로 변한 것이다. 그 핵심은 개미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매미나 베짱이처럼 놀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다. 일리가 있지만, 유희를 죄악시하고 노동을 일방적으로 찬미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일과 노동을 미화함으로써 민초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자본의 지배 이데올로기’다.인류 역사에서 ‘개미 이데올로기’에 의해 억압돼온 것이 디오니소스(술의 신)와 놀이, 축제다. 나는 이 억압에 반기를 든 ‘인류역사상 최대 축제’를 찾아가고 있다. 몇만명이 아니라 무려 50만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3일간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술 마시고 춤추며 놀았던 엄청난 축제다. ‘음악과 평화의 3일’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공식 명칭은 ‘우드스톡 음악과 예술박람회’)이다.‘20세기 최고의 문화적 사건’이라 불리는 이 축...

    2025.10.03 14:56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3) 독감 예방접종 꼭 해야 할까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3) 독감 예방접종 꼭 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은 2025~2026절기 독감 예방접종을 9월 22일에 시작해 내년 4월 30일까지 한다고 공지했다. 작년에는 4가 백신을 했지만, 이번에는 3가 백신으로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국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따른 것이다.환절기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한가하던 병원 대기실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젊은 남녀 학생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면 나도 모르게 긴장한다. 두려움 속에 주사실로 끌려가듯 들어가 팔을 걷어붙인다. 그리고 외면하듯 고개를 돌린다. 따갑게 어깨 근육을 파고드는 주삿바늘. 그 순간, 독감 예방접종이 더 이상 예방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계절마다 되풀이되는 우리의 일상이라 여겨진다.그런데 병원을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간다. “작년에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해?”, “나는 건강한데 굳이 맞을 필요가 있나?”겉보기에는 이런 의문이 꽤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제대로 된 예방주사라면 ...

    2025.10.03 14:55

  • [박성진의 국방 B컷](42) 합참의장은 전혀 몰랐던 서해 공무원 피살···합참 정보본부는 왜 먹통이었나
    [박성진의 국방 B컷](42) 합참의장은 전혀 몰랐던 서해 공무원 피살···합참 정보본부는 왜 먹통이었나

    대한민국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 의장(합참의장)이 44대 김명수 대장(해사 43기)에서 45대 진영승 대장(공사 39기)으로 9월 30일 바뀌었다. 합참의장의 한국군 평시작전지휘권도 이날 0시 1분쯤 비화폰 전달과 함께 이양됐다.5년 전 이맘때인 2020년 9월 23일에는 합참의장이 41대 박한기 대장(학군 21기)에서 42대 원인철 대장(공사 32기)으로 교체됐다. 이날은 바로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실종된 후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바로 다음 날이다.당시 박 합참의장은 북한군 총격으로 이씨가 숨진 사실과 그 과정을 전혀 몰랐다. 한국군 작전지휘권이 2020년 9월 22일 자정을 기해 41대 박 합참의장에서 42대 원 신임 합참의장으로 이양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이를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임인 원 합참의장이 이 사건을 개략적으로 보고받은 시점은 9월 23일 취임식을 준비하기 위해 출근...

    2025.10.03 14:54

  • [기고]의료 취약지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건강권
    [기고]의료 취약지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건강권

    의료 공백은 단순히 의료진의 숫자나 병상의 부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특히 농어촌을 비롯한 읍·면 지역에서의 의료 공백은 인구 감소, 고령화, 의료 인프라의 지역 불균형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현실 타개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 확대’와 ‘편의점 의약품 품목 확대’를 주요 정책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편의성을 앞세운 이 같은 방안이 과연 실제 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편의점 상비약 10년’과 뚜렷한 한계지난 7월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전국 읍·면 지역 거주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수요조사 결과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지역 주민의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응답자의 58.8%가 편의점 의약품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60대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79.2%에 달했다. 이는 10년 넘게 운영된 편...

    2025.10.03 14:54

  • 월드컵도 트럼프 맘대로? ‘정치 축구’에 휘둘리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도 트럼프 맘대로? ‘정치 축구’에 휘둘리는 세계인의 축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과 행보가 국제 축구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안전하지 않은 도시에서는 월드컵을 치를 수 없다”며 개최 도시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는 이스라엘의 월드컵 참가 문제까지 끌어들였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 언론은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 쇼”라고 비판하면서도,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밀착 관계 속에서 실제 압박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우려도 표시하고 있다.■“위험 도시론”으로 불붙은 개최권 논란트럼프는 지난 9월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범죄가 만연한 도시에서는 세계인의 축제를 치를 수 없다”며 월드컵 개최권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직접적으로 도시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대도시들이 주요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실제 범죄율 수치를 살펴보면, 시애틀의 2024년 폭력 범죄...

    2025.10.03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