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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호

괴물 폭우에 지도가 바뀐 마을…“과연 어디는 안전할까”

표지이야기

괴물 폭우에 지도가 바뀐 마을…“과연 어디는 안전할까”

“살긴 살아야 하는데 과연 다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어디는 안전할까.”정매연씨(62)는 20대 때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에 시집온 이래 이 마을에서 40년을 살았다. 2011년부터는 민박집을 짓고 체험형 농원을 꾸렸다. 마을을 감싼 연인산에서 발원해 북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이 민박집 바로 뒤에 자리했다. 하천과 텃밭, 화단을 손님들은 좋아했다. 농원은 가족의 생계수단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0일 ‘괴물’이라 불린 폭우가 지나간 후 정씨 부부의 3채짜리 민박집은 1채만 남았다. 남은 1채도 하천 쪽으로 무너진 비탈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을 뿐이었다. 수확을 코앞에 뒀던 고추 하우스 2동이 토사에 휩쓸려 뻘밭이 됐다. 하천 쪽으로 쌓은 축대가 무너지면서 정성껏 가꾼 화단과 텃밭의 일부, 사과나무가 있던 땅덩이가 떠내려갔다.그날 하루 가평군 조종면에는 233.5㎜의 비가 내렸다. 저지대가 침수될 정도의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

  • [취재 후]상식과 업계 관행이 엇갈릴 때
    [취재 후]상식과 업계 관행이 엇갈릴 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 전 짧게나마 인사 검증 취재를 했습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지난주 두 꼭지 기사로 썼습니다. 고민은 기자가 가진 일반인의 상식과 학계의 관행이 상당히 다르다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 문제의식은 제자의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교수가 제1저자를 가져가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학계에선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자들 반응도 “별문제도 아니다”라는 답변부터 “우리 학교 주변에서는 본 적도 없다”는 답변까지 다양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기자도 여러 명이 함께 쓴 기사에 필자를 표시합니다. 언론계 누구에게 물어봐도 ‘바이라인’(기사를 쓴 기자의 서명) 제일 앞머리에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이 나온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논문을 꼭 쓰지 않았더라도 기여도에 따라 제1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존재했습니다.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두 번째 고...

    2025.08.06 06:00

  • [우정 이야기]“함께 이겨내요”…수해지역 금융·우편 지원
    [우정 이야기]“함께 이겨내요”…수해지역 금융·우편 지원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수십명의 인명피해와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기존 치수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례적인 극한 호우가 내린 영향이다.행정안전부는 특히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경기도 가평, 충청남도 서산·예산, 전라남도 담양, 경상남도 산청·합천 등 전국 6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면 수해 복구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고, 주요 시설 복구비 상당수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는 세금 신고·납부 기한을 연장해주고 전기, 통신, 도시가스 비용 등도 감면해준다.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 지역과 지역민을 지원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에 대해 공공기관은 물론 대기업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도 이들 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우정사업본부는 특별재난지역에...

    2025.08.06 06:00

  • [문화캘린더]연극 프리마 파시 - 여성 1인극…3색의 극한 감정선
    [문화캘린더]연극 프리마 파시 - 여성 1인극…3색의 극한 감정선

    [연극] 프리마 파시일시 8월 27일~11월 2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관람료 R석 6만6000원 S석 5만5000원연극 <프리마 파시>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다. 노동자 계층 출신으로 법조계 정상에 오른 변호사 테사의 이야기를 다룬 1인극으로,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토니어워즈와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변호사로서 테사는 재판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기며, 오직 승소만을 목표로 냉철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다뤄왔다. 심지어 성폭력 사건에서조차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를 집요하게 반대 심문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그것이 법의 시스템 안에서 변호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는다.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바로 그 피해자의 자리에 놓이게 되면서 테사의 확고했던 신념이 흔들린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테사는 아이러니하...

    2025.08.06 06:00

  • [시네프리뷰]발레리나 - 킬러로 키워진 여전사의 잔혹 복수극
    [시네프리뷰]발레리나 - 킬러로 키워진 여전사의 잔혹 복수극

    제목: 발레리나(Ballerina)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24분장르: 액션감독: 렌 와이즈먼출연: 아나 데 아르마스, 키아누 리브스, 가브리엘 번, 최수영, 정두홍개봉: 2025년 8월 6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21세기에 들어서며 액션 영화 장르는 큰 변혁을 맞는다.신체의 운동 능력 극대화를 반영한 <야마카시>(2001), 첩보 영화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본 아이덴티티>(2002) 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태국 영화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2003)가 그 포문을 열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말 그대로 몸을 던져 빚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라기보다는 사실 고행에 가까운) 장면은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고,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액션 영화는 <옹박>이 구축한 파장 안에서 변이를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2025.08.06 06:00

  • [신간]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신간]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내가 죽는 날애니타 해닉 지음·신소희 옮김·수오서재·2만원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해 써낸 기록이다. 조력 사망은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 중단보다 더 적극적 죽음 행위다. 책은 미국 오리건주 등 조력 사망이 합법화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지를 그려낸다. 조력 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법적 요건, 경제적 제약, 문화적 낙인 등 복잡한 현실도 따라간다.결국 책은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료가 끝내 해결해줄 수 없는 고통이 있을 때, 그 고통을 무조건 환자가 겪어야 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죄인가 존엄인가.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마땅한가. 한국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있다. 다만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로 알려진 존...

    2025.08.06 06:00

  • [신간] 함께하는 교실, 함께하는 성장
    [신간] 함께하는 교실, 함께하는 성장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이수현 지음·후마니타스·1만8000원발달장애가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학교 영어 교사인 저자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통합 교육’의 교실을 이야기한다. 욕설을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는 발달장애 친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그는 그것이 반 친구들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라고 설명하고, 그 친구의 마음에서 상황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아이들은 체육이나 놀이 시간에도 장애인 친구가 함께할 수 있도록 ‘깍두기’ 같은 규칙을 만들어 배려한다. 저자는 “통합 학급을 운영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 돕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는다”고 말한다.첫째 아이 연우가 자폐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교직을 그만두고 7년간 치료에만 매달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동정과 연민, 희생의 손길에 (아이는) 숨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나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 연우는 그...

    2025.08.06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4) 제주 서귀포-수줍은 천사, 청줄돔

    2023년 여름, 제주 서귀포시 문섬 해역.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바다숲 사이로 파란 형광 줄무늬를 몸에 두른 청줄돔이 고개를 내밀더니, 인사를 건네듯 눈을 맞추었다.청줄돔은 흔히 ‘에인절피시(Angel Fish)’라고 불린다. 7~10줄의 반짝이는 파란 줄무늬와 노란 몸빛이 어우러져 천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필리핀 등 열대 해역이 고향인 청줄돔이 제주 바다를 비롯한 연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우리 연안이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해역이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속하므로 청줄돔의 출현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난류에 떠밀려온 이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방문자이자 반가운 손님일 뿐이다. 이중 소수가 우리 바다에 적응해가는데 아열대화를 논할 정도로 충분한 개체 수는 아니다. 청줄돔은 다소 수줍음이 많지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아 수조 안에서는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통 수...

    2025.08.06 06:00

  • [독자의 소리]1639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1639호를 읽고

    한국 학술지 수준 어땠길래…‘국제기준 미달 123개’ 굴욕국제기준 도입이 목적이 아닌 더 나은 연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계단이 됐으면 합니다._경향닷컴 s531****저널 수준이 높아지려면 우수한 논문이 게재돼야 한다. 좋은 결과 나오면 다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내려 하지 누가 국내 학술지 내려고 하나._네이버 johy****국내 학술지는 발로 써도, 학부생이 써도 충분히 퍼블리시된다. 권위 따윈 없고, 대충 졸업시키는 통로일 뿐이다._네이버 tean****“강선우 사태, 조국 사태 될 뻔했다”민주당은 조금만 더 잘하면 되는데, 그걸 아직도 못하고 있네._경향닷컴 자가당착****민주당은 내로남불이 문제여._경향닷컴 kiha****현 정부와 강선우는 민심에 촉각을 기울여야 했고, 조금 더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 _네이버 kw20****소비쿠폰, 어떻게 쓰는 게 유리할까어제 고기 사 먹어서 끝났다._...

    2025.08.06 06:00

  • [편집실에서] AI에 묻는다, 고로 존재한다
    [편집실에서] AI에 묻는다, 고로 존재한다

    지독하게 더운 날들입니다. 독자 여러분, 폭염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주말 가족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지에서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를 읽었는데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인공지능(AI) 시대에 바둑 프로기사들이 갖는 무력감과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9년 전 AI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긴 후 바둑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습니다. 프로기사들은 AI처럼 바둑을 두기 위해 AI 프로그램으로 연습하고, AI가 둔 수와 자신이 둔 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대신 인간의 감각은 최대한 억누르고, 인간이 그동안 쌓아 올린 바둑 지식은 잊으려 합니다. 기계의 룰에 익숙해지는 게 이길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죠. AI 학습법이 보급되면서 바둑기사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높아졌다고 해요. 또 바둑을 배우고 싶다면 예전처럼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 유학하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학습할 수 있게 됐죠.하지만 기사들이 AI 포석을 ...

    2025.08.06 06:00

  • [렌즈로 본 세상] 뜨거워진 지구의 경고 ‘폭염’
    [렌즈로 본 세상] 뜨거워진 지구의 경고 ‘폭염’

    한반도 곳곳이 역대급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는 7월 한 달 동안 22일 나타나 1908년 기상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최다 기록은 1994년의 21일이었다. 유일하게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지역이었던 강원도 태백도 지난 7월 29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같은 날 인천 하나개해수욕장은 본격적인 휴가철임에도 한산했다. 몇 안 되는 피서객마저 양산을 쓰고 따가운 햇볕을 피했다. 한 피서객은 “바닷물이 너무 미지근해서 놀랐다”라며 “이제 바다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쉽지 않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가축과 양식어류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전국에서 128만7694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7079마리와 비교하면 6배다. 어민들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를 막기 위해 수개월간 키운 물고기 10만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다. 해수온이 오르며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

    2025.08.05 06:00

  • [주간 舌전]“안철수는 하남자…권성동은 하수인”
    [주간 舌전]“안철수는 하남자…권성동은 하수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하남자”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7월 30일 자신의 SNS에 “안 의원이 (특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며 “‘특검은 특검법에 찬성한 유일한 여당 의원이라 연락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적었다.그는 “위헌 요소로 가득한 특검법에 홀로 찬성표를 던지고 이후 동지들을 ‘인적 청산’이란 이름으로 절벽 끝에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안 의원”이라며 “스스로 만든 상황 속에서 마치 희생자인 양 비장미를 연출하는 모습에 ‘여의도 대표 하남자’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고 전했다.같은 날 안 의원은 이에 맞서 자신의 SNS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권 의원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받은 화면이 찍힌 것으로, 안 의원은 사진 아래 짧게 ‘하수인’이라고 적었다.권 의원과 안 의원의 설전은 ...

    2025.08.04 06:00

  • ‘정부 거수기’ 국교위를 어찌할꼬
    ‘정부 거수기’ 국교위를 어찌할꼬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중순을 목표로 정부조직개편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기능과 위상을 어떤 식으로 재편할지도 관심사다. 국교위가 ‘정파를 초월한 교육의 백년대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2022년 출범했지만, 1기 활동이 끝나가는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 없이 사실상 정부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다.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올해 초까지 마련할 계획이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발전계획)’ 시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발전계획은 2027~2036년 교육정책의 방향, 대학입학정책, 교원정책 등 향후 10년간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골자를 만드는 작업으로, 국교위의 핵심 업무다. 국교위의 발전계획 시안 발표는 지난해 9월 목표로 추진됐으나 올 1월, 5월 등 발표 시점이 계속 연기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오는 9월 종료되는 1기 활동 기간 내 시안 발표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5.08.04 06:00

  • “재생에너지, 공공이 나서야 한다”
    “재생에너지, 공공이 나서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법 제도를 정비해 규제를 풀고, 금융지원 등으로 민간의 투자를 늘리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풍력·태양광발전의 90% 이상을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해상풍력은 올해 3월 용량 기준으로 94%가 민자사업(2만9821㎿)으로, 외국 자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농촌에는 업자들이 주도한 태양광이 난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키웠다. 민간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빠르게 키운다는 전략이었지만, 여전히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남짓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에 “민간투자를 늘리는 방식의 재생에너지 전략은 틀렸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의로운전환 202...

    2025.08.04 06:00

  • 건진법사는 어떻게 김건희 무속 비선 권력이 됐을까
    건진법사는 어떻게 김건희 무속 비선 권력이 됐을까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의 이른바 비공식 비밀캠프로는 신사동 예화랑,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호 프로젝트(서초동 캠프) 등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른바 ‘복조리 캠프’다. 복조리는 식당 이름이다. 지금도 검색하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서울 역삼동 법당 주소로 나온다. 식당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법당이다. 이전부터 재벌가, 정치권,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복조리 캠프는 서희건설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역삼동 캠프’로 불렸다.김건희 여사와 무속 문제는 당시에도 윤석열 캠프의 뜨거운 감자였다. “건진법사가 윤석열 선대위 고문으로 일한다”는 세계일보 첫 보도가 나온 것이 2022년 1월 17일이었다. 당시 조용헌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윤석열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준 사람은 J법사’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후...

    2025.08.04 06:00

  • [꼬다리] 대통령의 한마디
    [꼬다리] 대통령의 한마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보 한걸음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요즘 절감한다. 부차적 과제로 여겨졌던 ‘산업재해’가 주요 국가 의제가 됐다.“산업재해 예방은 고용노동부만의 일이 아니다. 사망사고 방지와 사후 책임 강화를 위한 대책을 전 부처가 총괄적으로 정리해 보고하라”(7월 5일 국무회의), “산재 사망 국가 1위라는 소리가 더 나오지 않게 잘 대처해달라”(7월 22일 국무회의),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7월 25일 SPC 시화공장 방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7월 29일 국무회의).이재명 대통령이 7월 중 산재 관련해 발언한 것만 모아도 네 차례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이달 열린 국무회의 6번 중 절반을 유관 부처에 산재 대책을 주문하는 데 쏟았다. 7월 29일에는 국무위원들과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주제로 1시간 넘게 생중계 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에서도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나면...

    2025.08.01 14:21

  • [오늘을 생각한다] 벼랑 끝 내몰면서 그물망 설치하기
    [오늘을 생각한다] 벼랑 끝 내몰면서 그물망 설치하기

    2010년 한 해, 애플 제품을 생산하던 중국 내 폭스콘 공장에서는 무려 14명의 노동자가 연쇄 자살했다. 당시 이 공장의 대만인 창업주가 내린 대책은 10대 노동자들의 자살을 “의지가 약하기 때문”으로 치부하고, 공장 기숙사 건물 아래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대 사망 원인의 42.3%, 20대 사망 원인의 50.6%는 자살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률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1.4명으로 세계 3위(2022년 기준)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2016년 7.8명(10만명당)이었던 자살률이 극심한 경쟁 문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증하고 있다.뭐가 문제일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이나 진학 스트레스”(32.9%)를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강남 학원가에 횡행한다는 ‘7세 고시’와 광기에 가까운 의대 열풍...

    2025.08.01 14:21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3) ‘나’를 연기하는 배우들, ‘현실’ 비춘 무대극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3) ‘나’를 연기하는 배우들, ‘현실’ 비춘 무대극

    잡념을 떨치고 어느 한 대상에 몰입해 도달하는 과정을 ‘삼매경(三昧境)’이라 한다. 여기서 ‘삼매’는 산스크리트어 ‘samādhi’의 음역으로 자아와 대상을 초월한 ‘무아의 경지’다. 정치·사회 문제에 휘둘려 제대로 본질에 다가서지 못했던 공연예술계가 다시 예술의 본질, 예술가들의 현실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예술활동 확장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여러 층위를 넘나들고 경계를 허물어가면서 자신을 ‘응시’하는 최근 무대극들이 그러하다. 예술 자체를 돌아보고 질문하는 사유의 장은 어느새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연극 <삼매경>,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연극 <미러> 등이 그러하다. 이 작품들은 연극의 연극, 뮤지컬의 뮤지컬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동시대 문화예술계의 현재를 되묻는다.관객은 공동 창작자?연극 <삼매경>(이철희 재창작·...

    2025.08.01 14:21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4) ‘트럼프 벨트’로 변한 러스트 벨트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4) ‘트럼프 벨트’로 변한 러스트 벨트

    “오하이오, 트럼프!” 2016년 11월 9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중계하던 방송은 오하이오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아이오와주 등 중북부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과 2012년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던 이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철강, 자동차 등 미국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공장들이 남부의 선 벨트(Sun Belt)나 중국 등 해외로 옮겨간 ‘녹슨 지역’은 세계화를 외쳐온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류정치인들과 달리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을 내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철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산업의 기본이다. 철도, 자동차, 건축, 조선 등 ‘철 없는 산업’은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제철 산업은 185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발전했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급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성장한...

    2025.08.01 14:2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5) 사람 보는 눈, 나를 아는 눈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35) 사람 보는 눈, 나를 아는 눈

    “너는 어찌 그리 사람 보는 눈이 없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아내를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1986년에도 그랬다. 쌀쌀맞은 표정과 깍쟁이 같은 서울 말씨. ‘이 사람은 아니다’ 싶었다. 그런 판단은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장모님도 나를 ‘날라리’로 판정했다. 나와 처가의 사람 보는 안목으로는 애당초 맺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런 아내와 36년째 살고 있다. 연애 기간까지 합하면 무려 40년이다.이런 기억을 떠올린 건 한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다. 어느 유명 여자 가수가 예능 프로에서 남자친구를 공개하자 댓글 창에 비난이 쏟아졌다. ‘저 친구는 나이가 몇인데 사람 보는 눈이 저래?’, ‘지금이라도 헤어져야 해’, ‘저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용기를 내 남자친구를 공개한 그를 응원하기는커녕 사람들은 낯선 남자친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각자의 기준으로 마음껏 재단하고 평가했다.우리는 정말 사람을 잘 보고 있는 걸까?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토드로프...

    2025.08.01 14:20

  • [박성진의 국방 B컷](37) “너도나도 소극적 대응했다”···12·3 계엄 ‘특별진급의 덫’
    [박성진의 국방 B컷](37) “너도나도 소극적 대응했다”···12·3 계엄 ‘특별진급의 덫’

    “상부 지시에 따랐을 뿐이다.” 12·3 내란 사태에 동원된 대다수 군 간부의 강변이다. 많은 예비역도 여기에 동조한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게 군인의 자세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군대에서 복종은 충성의 한 형태다. 군은 명령과 복종 위에 존재하고, 질서가 없으면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러나 충성이 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일어난 한 병사의 죽음과 이에 얽힌 진실을 밝히는 영화 <어 퓨 굿 맨>의 한 장면을 보자.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 우린 잘못이 없습니다.” 군사법원에서 산티아고 이병의 죽음에 대해 두 명의 해병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자 그중 한 명인 로든 다우니 이병이 하는 말이다. 자신은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다우니 이병에게 상관의 명령에 따른 충성은 죄였다. 상관의 명령이 정의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명령을 따른 복종은 면죄부가 아니었...

    2025.08.01 14:19

  • [박상영의 경제본색](5) ‘TRS 악용’ 계열사 부당 지원···편법 채무보증의 그림자
    [박상영의 경제본색](5) ‘TRS 악용’ 계열사 부당 지원···편법 채무보증의 그림자

    사례 1. 2014년 말 조현준 효성 회장이 68.27%의 지분을 보유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부채비율이 1829%에 이를 정도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금난에 직면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당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경영난으로 CB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이 CB를 인수한 금융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연 5.8%의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2년 후 계약이 끝날 때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금융회사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손해 금액을 내고, 반대로 이익이 나면 SPC가 효성투자개발에 이익금을 주는 방식이었다.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은 약 300억원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효성투자개발이 발행 금액보다 큰 담보를 제공하는 등 신용 위험을 모두 떠안은 덕분에 한숨을 돌린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다.사...

    2025.08.01 14:18

  • [IT 칼럼] AI데이터센터의 정치경제
    [IT 칼럼] AI데이터센터의 정치경제

    그야말로 하마다. 물만 먹는 하마일 뿐 아니라 전기 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먹성에 지역 주민들의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실 물이 부족하고, 전기요금 인상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래산업이라 일컫는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런 존재다.기대는 충만해 있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에 지역 언론은 상찬 일색이다. 낡아가는 제조업 도시에 미래기술 인프라가 마련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환희가 지속할지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 제조 데이터와의 시너지를 희망하는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독점 운용사인 AWS 같은 빅테크가 특정 지역만을 위해 GPU를 특혜 할당해줄 리는 만무하다.데이터센터는 알고 보면 정치적 시설이다. 메타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일부 도시는 전기요금 인상건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루이지애나의 경우 2GW급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2025.08.01 14:18

  •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지금 한국에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지금 한국에 있다

    현재 전 세계 축구선수 중 시장가가 가장 높은 선수는 누구일까. 레전드급 축구 슈퍼스타들이 최고 중 최고로 인정하는 축구선수는 누구일까. 시장가 무려 2억유로(약 3222억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 네이마르(브라질)조차 “현존 최고며 미래 최고”로 꼽는 스타. 그가 라민 야말(18·스페인)이다. 야말이 7월 29일 한국을 찾았다. 팀 간판임을 의미하는 배번 10번을 달고 스페인 축구 명문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함이다.“그는 이미 현재이며, 위대한 미래를 가졌다.”(리오넬 메시)“내 인생에서 이런 선수는 처음 본다.”(지네딘 지단)“세계 최고 축구 스타 중 한 명이 될 모든 자질을 갖췄다.”(네이마르)“5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시모네 인자기)“한 시대를 만들어낼 선수다.”(호나우지뉴)유명한 글로벌 전·현직 축구 스타들이 야말을 극찬한 발언이다.야말...

    2025.08.01 14:17

  • 미국은 왜 조선업 재건에 매달리나
    미국은 왜 조선업 재건에 매달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협력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분야는 단연 조선업이다. 조선 협력 구상은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조선업(shipbuilding)’ 단어를 붙여넣은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 보증 등 금융 지원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다.미국 조선업 재건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분명 시급한 과제다. 중국이 상업용 해운업과 해군 함정 분야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국가안보 사안으로까지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나서서 한국 등 동맹국과의 조선 협력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까닭이다.앞서가는 중국, 뒤처진 미국현재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은 중국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25.08.01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