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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호

대법관 100명 증원···코웃음 칠 일이 아닌 이유

표지이야기

대법관 100명 증원···코웃음 칠 일이 아닌 이유

72.3%. 대법원이 지난해 1~5월 처리한 민사 본안 사건 가운데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비율이다. 상고법원에 올라간 10건 중 7건이 이유도 모른 채 대법원 판단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수년간 70%대를 유지하고 있다.그렇다면 대법원 심리불속행은 어떤 절차로 진행될까. 먼저 상고이유서와 답변서가 제출되면 모든 사건은 일단 대법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에게 배정된다. 연구관이 사건을 훑어보고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보고서 표지에 ‘심리불속행’이라 표기해 주심대법관에게 보고한다. 이후 이 사건의 처리는 검토 연구관의 의견대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박시환 ‘대법원 상고사건 처리의 실제 모습과 문제점’). 즉 대법관들이 제대로 사건을 읽어보지도 못하는 구조란 이야기다.이렇게 사건을 대법관 대신 연구관이 처리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사법연감을 보면 2023년 기준 상고사건은...

  • [취재 후]트럼프와 시진핑의 초읽기
    [취재 후]트럼프와 시진핑의 초읽기

    “중국에서 온 배들이 태평양에서 유턴해 돌아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미·중 협상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극적인 관세 유예 합의에 도달하기 불과 2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를 자신하며 했던 말들이다. 합의 일주일 전엔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145% 관세를 먼저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거의 사실에 부합한다.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 선박들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을 목전에 두고 되돌아갔다. 수출기지인 광둥성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업체가 속출했다.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의 4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와 우회 수출 강화, 내수 부양을 위한 사실상의 현금 살포까지 동원하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런 고통이 곧장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또 아니다.요즘 ...

    2025.05.28 06:00

  • [우정 이야기] ‘소원우체통’으로 어린이들에 희망을 전한다
    [우정 이야기] ‘소원우체통’으로 어린이들에 희망을 전한다

    매년 5월 ‘가정의 달’이 돌아오면 우정사업본부의 움직임은 바빠진다. 한겨울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반년 넘게 남았지만, 이때만 되면 우정사업본부는 어린이들의 ‘때 이른 산타’가 되기 때문이다.우체국은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전국의 아동 양육시설 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선물을 배달해주는 ‘행복배달 소원우체통’ 행사를 진행한다. 2016년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는 대표적인 사회공업 사업 중 하나로, 매년 2500여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3만8000여명의 소외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선물을 전달했고, 올해엔 2900여명의 어린이에게 선물을 전달해 총 4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게 됐다. 사업비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통 큰’ 행사다.소원우체통 사업은 아동 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갖고 싶은 선물과 사연을 편지에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 직원들이 선물을 구매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우체국은 ...

    2025.05.28 06:00

  • [문화캘린더] 데니스 켈리 대표작 국내 초연
    [문화캘린더] 데니스 켈리 대표작 국내 초연

    [연극]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ORPHANS일시 6월 18~30일 장소 우란2경 관람료 전석 4만5000원영국 극작가 데니스 켈리(Dennis Kelly)의 대표작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Orphans)이 국내 초연을 선보인다. 200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퍼스트상’과 ‘헤럴드 앤젤 어워드’를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유럽, 북미 등 11개국의 무대에서 강렬한 울림과 충격을 안긴 심리 스릴러다.배경은 한밤중, 조용히 임신 소식을 축하하던 헬렌과 남편 대니의 아늑한 저녁 식사 자리. 갑자기 피투성이로 나타난 헬렌의 남동생 리암은 길에서 누군가를 도우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의 서사는 모순을 드러내며 불안감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리암이 감추려 했던 진실이 드러나고, 진실을 마주한 헬렌과 대니는 갈등한다.작품은 단출한 세 인물 헬렌, 대니, 리암의 대치만으로 긴장감을 유지...

    2025.05.28 06:00

  • [시네프리뷰]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 - 비관적 세계와 거리를 둔 장인의 진심
    [시네프리뷰]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 - 비관적 세계와 거리를 둔 장인의 진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은 하야오라는 장인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통해 오랜 시간 섬세하게 직조하고 다듬어온 세계관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정리하는 데 꽤 믿을 만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제목: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Miyazaki: L’Esprit de la Nature)제작연도: 2024제작국: 프랑스상영시간: 86분장르: 다큐멘터리감독: 레오 파비에출연: 미야자키 하야오,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고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개봉: 2025년 5월 28일등급: 전체 관람가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와 이곳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이 갖는 가치는 단순히 애니메이션계라는 굴레 안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 대중문화의 중요한 한 축이자 여전히 진행 중인 고전으로 보는 것이 옳다.스튜디오 지브리는 1985년 설립됐다. 평...

    2025.05.28 06:00

  • [신간]새롭게 만난, ‘연결의 달인’ 조선족
    [신간]새롭게 만난, ‘연결의 달인’ 조선족

    5층 삼촌 박우 지음·너머학교·1만7000원중국과 북한이 상호 간에 국경지역 시장을 개방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조선족은 한국-중국-북한-러시아-일본 사이에서 이뤄진 무역의 주요 플레이어였다. 함경북도 회령 같은 북·중 국경지역의 장마당(시장)에서 조선족은 중국산 건전지, 고무줄, 양말 등을 팔고 북한산 건어물, 명태, 간고등어 따위를 사갔다. 이곳에서는 당시 중국에선 보기 힘든 일제 컬러TV, 테이프 리코더, 심지어 도요타 크라운 같은 일본 중고차가 몰래 거래됐다. 강원도 원산과 일본의 니가타현 사이를 오가는 북한 국적의 삼지연호에 실려 온 일본 중고차들은 국경지역의 장마당에서 거래됐고, 해가 지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갔다.주인공인 조선족 상인 ‘5층 삼촌’은 이런 일을 하면서 사업가로 성장한다. 조선족 상인들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스포츠 의류를 수입해 ‘나이키’ 상표를 붙여 한국 시장에 풀고, 서울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중국 시장에 팔기도 ...

    2025.05.28 06:00

  • [신간]선함과 배려가 융합이다
    [신간]선함과 배려가 융합이다

    사람을 융합하라한의상 지음·경향신문·2만1000원어떠한 것에 다른 것을 더한 형태, 동작, 결과물을 일컫는 단어는 많다. 추가, 중복, 복합 등. 여기에 융합이란 말도 더할 수 있다. 융합은 더한 뒤에 변형된 모습이 그 전에 비해 완벽하게 달라지고 조금 더 소중한 가치를 창출한 것을 말한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 팜젠사이언스 그룹 한의상 회장은 바로 이 융합에서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놀라운 결과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람에 특별한 생각을 융합했을 때 어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도 세세하게 풀었다. 여러 사례도 든다. 빈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등이 모두 융합으로 세계 유례없는 걸작을 남겼다.저자 자신도 융합의 산증인인 점이 흥미롭다. 가난한 용접공으로 시작해 숱한 인생의 질곡을 넘어 글로벌 기업의 오너가 됐다. 그는 특히 사람과 사람을 융합시키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또 진정한 융합을...

    2025.05.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9) 경북 울릉도 해역···푸른 바다 아래 하얀 재앙, 갯녹음 확산

    청정해역이라 생각하는 울릉도 해역이 갯녹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8월 방문한 울릉도 해역 수중에는 바위 곳곳이 흰색 석회질로 덮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지자, 단단하게 붙어 굳은 하얀 층이 거칠게 느껴졌다.갯녹음은 바닷물 속에 과포화 상태로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석출되면서 해저의 바닥이나 암석, 해양 생물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탄산칼슘이 해저에 석출되기 시작하면 pH9.5 정도의 강알칼리성 환경이 된다. 이렇게 바뀐 수질은 본래 중성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해조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무절석회조류 같은 쓸모없는 홍조류만 번성하고,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던 1차 생산자인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바다 생태계는 급속도로 황폐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갯녹음이다.갯녹음의 주요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바다로 유입되는 탄산칼슘의 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탄산칼슘은 자연 상...

    2025.05.28 06:00

  • [독자의 소리] 1629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29호를 읽고

    “두 번 안 당한다” 버틴 중국…급한 미국, 사실상 후퇴했다자기 만족감에 취해 극으로 치닫는 ‘뻥쟁이’._경향닷컴 나무****다 같이 안 먹을 수 있는 나라 중국, 제각각 알아서 먹어야 하는 미국. 싸움이 되나._네이버 choi****중국과 싸우려 했으면 세계를 적으로 돌리지 말았어야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소련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전쟁이 어찌 됐을지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_네이버 jins****‘중국의 저축’이 미국을 화나게 한다···무역전쟁의 속사정중국인이 미국인들처럼 버는 족족 다 써버리면 지구는 20년 안에 거덜 난다. 대량생산과 과소비를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는 성공한 체제가 아니라 대재앙이다._네이버 gilj****1980년대 일본 때릴 때랑 똑같이 진행되는 모습… 결과는?_네이버 powe****미국은 군사력과 기술 우위를 통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중국의 많은 인재는 결국 미국을 밀어낼...

    2025.05.28 06:00

  • [편집실에서]이재명발 보수 재편
    [편집실에서]이재명발 보수 재편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인사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입니다. 김상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했고,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죠. 앞서 윤여준 전 장관, 이석연 변호사,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모임까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 후보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아요. 보수 민주당과 극우 국민의힘으로 보수정치가 재편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각종 감세나 개발 공약 등을 보면 정책 측면에선 두 거대 정당 간 차이도 별로 없기에 이런 ‘헤쳐모여’가 별로 어색해 보이지도 않습니다.거대 정당들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왼쪽에 있는 진보정치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어졌습니다. 왼쪽에서 홀로 뛰고 있는 권영국 민주...

    2025.05.28 06:00

  • [렌즈로 본 세상]20대 표심은 누구에게 향할까
    [렌즈로 본 세상]20대 표심은 누구에게 향할까

    지난 5월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5 봄 대동제가 열렸다. 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천막에서 학생들은 자기네 학과 특색을 살린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중국어과 학생들은 양꼬치를 구웠고, 아랍어과는 두바이 초콜릿이 들어간 와플을, 프랑스어과는 파르페를, 독일어과는 소시지를 만들었다.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사이로 투표용지가 보였다. 대동제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단 두 명.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단일화에 성공한 것일까? ‘더불어바나나’ 소속 딸기 바나나 셰이크 후보, ‘국민의핫’ 소속 핫도그 후보가 경쟁했다. 사진 속 학생은 국민의핫 후보 핫도그를 뽑았다. 불닭과 케첩 중에서는 불닭에 투표했다.대선을 2주가량 남긴 날이었다. 학교 밖에는 진짜 후보들의 현수막이 붙었고, 정문에는 커다란 손팻말을 든 선거운동원이 지지를 호소했다. 계엄 이후 국회로, 광장으로, 헌재로 달려갔던 20대는 2주 뒤 투표소에서 누구를 뽑을까?

    2025.05.27 06:00

  • [주간 舌전]윤석열, 이재명 선거운동원 자청하나
    [주간 舌전]윤석열, 이재명 선거운동원 자청하나

    “윤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1호 선거운동원 자청하나.”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지난 5월 21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 후 첫 공개 행보로 영화를 관람한 것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굴 위한 행보냐.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고 적었다.윤 전 대통령은 이날 전직 한국사 강사이자 탄핵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전한길씨와 함께 <부정선거 다큐> 영화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영화관 로비에 대기 중이던 일부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연호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국민의힘은 선 긋기에 안간힘을 썼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우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밝혔고, 신동욱 수석대변...

    2025.05.26 06:00

  • 고교학점제 도입 석 달…교사들, 폐지 청원 왜?
    고교학점제 도입 석 달…교사들, 폐지 청원 왜?

    경기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사교육 컨설팅업체를 방문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고교 1학년인 첫째의 생활기록부 컨설팅을 문의했는데, 업체가 안내한 어마어마한 비용과 마주하면서다. A씨는 “수행평가까지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은 학기당 300만원, 적성검사비만 따로 70만원”이라며 “중학생인 둘째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데 말이 되는 금액인가 싶어 일단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수강 신청 시작 전에 진로를 정해놔야 한다는데, 중학교 졸업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아이에게 무슨 진로를 정하라는 건지 생각할수록 황당하다”고 토로했다.■학생들, 입시 유리 과목에만 몰려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지 석 달째지만, 학교 안팎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진로·적성 대신 입시 유불리에 따른 과목 선택에 내몰리고,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

    2025.05.26 06:00

  • 보수 인사 모으는 민주당, 이러다 보수 재편?
    보수 인사 모으는 민주당, 이러다 보수 재편?

    “과도하게 세력 규합에 집중하다 보면 정당정치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노조를 비난한) 전윤철 선대위원장이나 퇴행적 언론인들, 이런 여러 (영입) 사례를 보면 다수의 약자를 중심으로 한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2017년 3월 13일)”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문재인 후보 측의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이같이 비판했다. 그로부터 8년,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이 후보의 인식은 크게 달라진 듯 보인다. 과거 용산 참사를 ‘알카에다식 자살 폭탄 테러’에 빗댄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의 민주당 선대위 합류가 논란이 되자 이재명 후보는 지난 5월 2일 “지금 국민의 최대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순수하거나 아무 흠 없는 사람들만 모아서 하면 가장 좋겠지만 국민의 다양한 의사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서, 어쨌든 저희로선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2025.05.26 06:00

  • “스테이블코인, 통화량과 부채 팽창 가속화”
    “스테이블코인, 통화량과 부채 팽창 가속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규제 방안을 담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이르면 6월 초에 미 상원에서 최종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디지털 화폐 기술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의 안정적 수요 기반을 마련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적고, 전통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한국에서도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섣부른 도입 주장이 그 이면에 자리한 경제적 파장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 스테이블코인 육성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보고서에서 민간에 의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국가가 독점력을 가져야 할 통화 창출권을 ...

    2025.05.26 06:00

  • [꼬다리] 보지 않은 뒷모습
    [꼬다리] 보지 않은 뒷모습

    온라인에서 탁상시계를 구매한 친구는 막상 받아보니 분침이 고장 난 시계였다고 했다. 배우자는 왜 이런 시계를 샀느냐며 핀잔을 줬고, 친구 마음엔 서운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이리저리 비교해보고 구매한 것이었다. 그러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배우자의 뒷모습을 마주했다. 화원을 운영하는 부부는 당시 비수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친구는 생각했다. ‘그래, 나는 저 사람을 사랑해.’부부 모두 눈물을 보이고는 잠들었다는 이 이야기는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화에서 어린이인 양양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뒷모습이라 어딘지 쓸쓸한, 왠지 모르게 진실해 보이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누군가의 앞모습만 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일어난다.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2주차에 접어들었다. 대선후...

    2025.05.23 14:48

  • [오늘을 생각한다] 시민사회, 누가 망치는가
    [오늘을 생각한다] 시민사회, 누가 망치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시작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로 끝난 지난겨울 광장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파면’과 민주주의의 실현이 거대 야당 대표의 압도적 당선이라 여기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청년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등으로 대표되는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윤석열만 끌어내린다고 민주주의의 봄이 온다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성찰했고, 모순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차별금지법이나 노동자들의 투쟁, 식량주권 등 요구가 멈추지 않고 나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대선 국면이 시작되기 무섭게 시민사회의 몇몇 원로는 허겁지겁 광장의 요구를 ‘정권 교체’라는 하나의 결론으로만 정리하려 했다. 내란 청산을 위해선 거대 양당 구조에 투항해 하나의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등 원내 군소정당들도 이에 호응했고,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출마도 포기했다. 낯설지 않다. 과거에도 이들은 한국사회의 정치 구도를 거대 양당 구조로 ...

    2025.05.23 14:46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8) 무대 미학과 음악으로 확장된 ‘경계인의 삶’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8) 무대 미학과 음악으로 확장된 ‘경계인의 삶’

    경계와 경계인을 다루는 서사가 진일보하고 있다. 국가와 인종의 탈경계를 지향하는 난민과 이민자 중심에서 인간과 비인간으로 확장해 일상의 경계를 재인식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아일랜드 더블린 토박이 남성과 체코 이민자 여성이 서로의 결여를 음악적 연대로 채우는 뮤지컬 <원스>, 이민자의 아기로 배에 버려져 평생 배와 함께 성장한 무적자 노베첸토의 삶을 담은 음악극 <노베첸토>, 불법체류 청소년들의 불안과 성 정체성을 논한 연극 <생추어리 시티>, 우주개 라이카와 인간 캐롤라인의 우정을 어린 왕자로 풀어낸 뮤지컬 <라이카> 등이다.액터뮤지션과 재즈피아니스트의 연대적극적인 관객 참여 뮤지컬 <원스>(엔다 월시 극본, 황석희 번역, 글렌 핸사드·마르게타 이글로바 음악, 존 티파니 연출, 이지영 협력연출)는 프리쇼부터 탈경계적이다. 관객들은 30여 분 전부터 공연장에 들어서 무대 위, <원스>의 공간...

    2025.05.23 14:45

  • [가깝고도 먼 아세안](52) 베트남 ‘대나무 외교’, 트럼프도 결국 꺾였다
    [가깝고도 먼 아세안](52) 베트남 ‘대나무 외교’, 트럼프도 결국 꺾였다

    “정말 멋진 만남이군요. 마치 ‘어떻게 하면 미국을 골탕 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 같아요.”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베트남과 중국의 밀착을 경계하는 미국의 불편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으로 베트남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쉽사리 타결되기는 어렵겠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 기간에 양국은 공급망 및 생산 협력, 철도와 도로 인프라 개발, 인공지능과 디지털 경제 협력 등 45개 협정에 서명했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상 간 방문에서 10~15건의 협정이 체결되는 것과 달리 45건의 협정이 체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을 잇는 도로, 철도 연결망 사업 협정만 7개나 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베트남과의 교통망 연결이 일대일로 정책의 숙원 사업...

    2025.05.23 14:43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0) 슬픈 원주민 학살의 현장 ‘운디드니’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10) 슬픈 원주민 학살의 현장 ‘운디드니’

    “우리는 오늘부로 역사적인 운디드니(Wounded Knee) 마을이 자랑스러운 오글랄라 수족의 전통을 이어받은 독립국인 ‘오글랄라국’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원주민들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이며 국제연합(UN)에 대표단을 파견해 회원국으로 가입할 것이다.”1973년 3월 8일 무장한 원주민들이 호위하는 미국인디언운동(AIM) 지도부는 주요 TV에 방송된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흔히 ‘제2차 운디드니’라고 부르는 역사적인 ‘운디드니 점거투쟁’이 시작된 것이다.크레이지 호스 기념관으로부터 동남쪽으로 160㎞를 달려가면 운디드니가 나타난다. 미국 역사의 중요한 현장인 운디드니에 도착하자 나는 충격에 빠졌다. 언덕 위에 있는 운디드니 기념 현장에는 진입로도 포장조차 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기념관이나 기념시설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조야한 붉은 대형 안내판만이 이곳이 역사의 현장이라는 ...

    2025.05.23 14:42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말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반지하에 살던 60대 남성의 고독사 사건을 보도했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예산이 소진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혼자 세상을 떠났고, 시신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다른 가난한 이들의 죽음처럼 그의 죽음도 잊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복지 제도의 핵심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권리 없는 복지2005년에 제정된 긴급복지지원법은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금전 또는 현물’을 직접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도 비극적 사건이 있다. 2004년 12월, 대구 불로동의 저소득층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30대 어머니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막노동을 하던 30대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실직 상태였다. 가족 전체가 굶는...

    2025.05.23 14:38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46) 세계화는 종말을 고했나
    [서중해의 경제망원경](46) 세계화는 종말을 고했나

    이번 달에 주목할 만한 두 개의 국제 행사가 있었다.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중국 양국은 관세부과에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합의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합을 어느 나라가 관세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는가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표단은 중국이 굴복해 들어온 듯이 회합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서방 언론은 대체로 미국이 수세에 있다는 어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 측 언론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대신 중국이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도했다.5월 9일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는 전승절 열병식이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이번 모스크바 전승절에는 구소련 9개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 29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열병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앉아 양국의 우호를 과시했다. 열병식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 위성국들...

    2025.05.23 14:36

  • [IT 칼럼] 우리 모두 SW의 노예가 되는 날
    [IT 칼럼] 우리 모두 SW의 노예가 되는 날

    “우리 모두 배달 앱의 노예가 됐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자영업자와 라이더들의 탄식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남는 것이 점점 없는 기분이다. 띠링띠링 알림에 따라 정신없이 앱이 시킨 일을 처리하다 보면 단골이 누군지도 알 수 없다.자의에 의한 사인 간의 계약이 무슨 ‘노예 계약’이냐며 할 말 없다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손님도 시장도 그 소프트웨어 속에만 있다면 다른 선택지가 떠오르지 않는다.소프트웨어는 편리하다.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타파한 덕에 널리 퍼져 우리에게까지 알려진 셈이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편한 것에 길들다 보면 의존적이 된다. 과의존이란 장기적으로 위험한 일임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게다가 플랫폼은 고객이 두 종류다. 공급자든 소비자든 둘 중의 한 고객군만 확실히 길들여 놓으면 다른 쪽의 노예 계약은 알아서 쏟아져 들어온다.소프트웨어는 선의로 만들어졌을 터다. 하지만 포커판에 처음 앉을 때의 불안하고 겸손한 마음과 이기기 시작...

    2025.05.23 14:33

  • 트럼프의 ‘마구잡이식 추방’에 맞서는 이들
    트럼프의 ‘마구잡이식 추방’에 맞서는 이들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체포·구금 적법성을 따지는 뉴저지주 연방법원에서 미국 법무부 측 변호인단은 7개의 법 적용 사례를 제출했다.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에게 적용한 이민국적법 조항의 선례를 내라는 법원 명령에 따른 결과였다. 미국 국무장관에게 ‘잠재적으로 심각한 외교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인’을 추방할 수 있게 한 해당 조항은 1990년 법 개정으로 추가된 후 거의 쓰이지 않았으며, 자의적 집행 또는 남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판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어떤 법적 합리성에 기반했는지 가늠할 실마리였기에 칼릴의 변호인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이주민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들 모두 정부가 내놓을 선례에 주목했다.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7개 사례 중 하나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의 매부 무함마드 자말 칼리파였다. 요르단 폭탄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칼리파...

    2025.05.23 14:28

  • [기고] 한국에서 보수란···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자리매김을 위하여
    [기고] 한국에서 보수란···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자리매김을 위하여

    보수란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 민족주의, 사회의 기본 질서와 가치를 지키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말한다. 국가가 분단된 상황이라면 조국의 단일성과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 통일을 지향하려고 한다. 또한 보수는 도덕적 가치와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솔선수범하고자 한다. 국가와 사회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헌신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보수의 덕목 중 하나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를 그 예로 들곤 한다. 어디 그분뿐이랴. 일제강점기에 희생한 수많은 독립운동가, 조국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순국선열, 그밖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훌륭한 영웅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천한 ...

    2025.05.23 14:27

  • [한동수의 틈새](1) 대법관 증원 역설한 ‘대법원의 사법쿠데타’
    [한동수의 틈새](1) 대법관 증원 역설한 ‘대법원의 사법쿠데타’

    대다수 국민, 보수 성향의 법조인들조차 상고기각을 예상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1. 서울고등법원 무죄판결이 매우 충실하고 설득력이 높았다. 2. 항소심 판결 선고 후 한 달 남짓 만에 초고속으로 선고기일이 잡혔다. 상고 후 단기간 내 선고는 상고기각이 통례다. 3.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 지 2시간 후 전격적으로 회부된 전원합의체에서 불과 9일 만에 나오는 선고다. 4. 국민의 예상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생방송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5. 보수 성향을 포함해 전원 법관 출신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가 8 대 0 전원일치로 파면선고했기에 법관의 양식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있었다. 6. 헌법재판소와 경쟁의식이 있는 대법원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상고기각 판결을 통해 대법원의 위상을 유지하고, 차기 정부에서 법원개혁 요구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그러나 대법원은 여론의 예상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A4용지를 손...

    2025.05.23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