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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호

“센터 짓고 데크길 조성… 지방소멸 해결책 틀렸다”

표지이야기

“센터 짓고 데크길 조성… 지방소멸 해결책 틀렸다”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이끈 민간 싱크탱크 일본창성회가 2014년 발표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이를 대중화시켰다. 이 연구위원은 마스다 보고서의 분석 방법을 빌려 2016년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처음 만들어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228개 시·군·구 중 79개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고 추정했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57.0%인 130곳으로 늘어났다. “이미 때를 놓쳤다”라는 경고가 나온 것도 수년 전이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된 걸까. 여러 질문을 갖고 지난 9월 4일 충북 음성 한국고용연구원에서 이 연구위원을 만났다.-지방소멸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일본에서 고용 문제를 연구하는 우종원 교...

  • [취재 후] 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취재 후] 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지난 1595호 표지 이야기(대파·양파 ‘닥치고 수입’···기후 대응 이게 최선일까)의 댓글로 독자들의 여러 반응을 접했습니다. 특히 ‘농산물 수입을 하지 말란 얘기냐’는 질문이 있어서 답을 남겨봅니다.수입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수입을 ‘잘’하자는 얘깁니다. 수입을 하되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따져서 적정량을 고민하자는 얘깁니다. 정부가 관세를 깎아주는 저관세·무관세 수입은 세금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농가 피해가 명확하다면 보전 수단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물가 잡자고 농업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아울러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념만큼 크지 않다는 점, 한국의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비싼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댓글 중엔 이런 주장도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소수이고 소비자는 다수이니 당연히 다수 편에서 서서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농촌은 피폐화를 면할...

    2024.09.18 06:00

  • [우정 이야기] 우체국 ‘카드테크’ 혜택이 쏠쏠
    [우정 이야기] 우체국 ‘카드테크’ 혜택이 쏠쏠

    물가는 끝없이 오르는데 물가만큼 오르지 않는 월급에 살림살이는 팍팍해진다. 100원, 1000원도 허투루 쓰기 어려운 요즘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주목받는다. 중고거래, 가계부 공유 등 여러 짠테크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카드테크(카드+재테크)’가 꼽힌다.일상생활에서 소비를 안 할 순 없는 만큼 이왕 카드를 쓰는 김에 혜택을 최대한 누리자는 것이 카드테크의 핵심이다. 카드사들도 이러한 요구에 맞춰 연령과 생활 방식 등에 따라 최적화된 카드를 선보여 카드테크족을 매혹하고 있다. 우체국도 카드테크족이 혹할 만한 다양한 종류의 체크카드를 선보였다.대표적인 상품이 지난 4월 출시된 ‘개이득’ 체크카드다. MZ세대를 겨냥해 최초로 캐릭터형 카드 디자인을 채택했고, 카드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MZ세대의 소비패턴을 반영해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개이득 체크카드는 전월 카드 사용액 기준인 10만원을 충족하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2024.09.18 06:00

  • [시네프리뷰] 베테랑 2-시대적 변화까지 반영한 깊어진 속편
    [시네프리뷰] 베테랑 2-시대적 변화까지 반영한 깊어진 속편

    ‘범죄 액션물’인 이 영화가 ‘정의란 명목하에 행해지는 폭력이란 정당한가’ 스스로 되묻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진실과 정의의 가치와 기준이 모호해지는 이때 이런 담론은 더욱 유효하고 가치 있어 보인다.제목: 베테랑 2(I, The Executioner)제작연도: 2024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18분장르: 액션, 범죄감독: 류승완출연: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정만식, 장윤주, 진경개봉: 2024년 9월 13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영화 <베테랑 2>는 9년 만의 속편이다. 시간의 흐름만큼 영화 속 인물들뿐 아니라 소재, 주제 면에서도 성숙한 변화가 포착된다. 다행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편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과거 제자를 농락하고도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교수가 끔찍하게 살해당하자, 인터넷상에는 사적 정의를 구현하는 일명 ‘해치’의...

    2024.09.1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4) 제주도 서귀포 해역-‘붙박이’ 일생, 자리돔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4) 제주도 서귀포 해역-‘붙박이’ 일생, 자리돔

    지난봄 제주도 서귀포 해역에서 모자반 해중림에 자리를 잡은 자리돔을 만났다. 자리돔은 아열대성 어류인데 제주도에서는 자리, 제리, 자돔이라 하고 경남 통영에서는 생이리라 부른다. 몸은 달걀 모양으로 비늘이 큰 편이다. 등 쪽은 회갈색, 배 쪽은 푸른빛이 나는 은색을 띤다. 물속에 있을 때는 등지느러미 가장 뒤쪽 아랫부분에 눈 크기의 흰색 반점이 보이지만 잡혀서 물 밖으로 나오면 곧 없어진다.이들은 수심 2∼15m 지점에 형성돼 있는 산호 주변이나 암초지대에 큰 무리를 이루어 넓게 자리 잡고 산다. 바닷속에서 보면 수심에 따라 개체의 크기가 달라진다. 비교적 얕은 수심에 작은 자리돔이, 수심이 깊어질수록 큰 개체가 모여 있다.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자리돔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낸다. 자리돔이란 이름도 평생을 한 자리에 머물며 산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제주도 연안에서만 볼 수 있어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남해안뿐 ...

    2024.09.18 06:00

  • [메디칼럼] (41) 숨겨져 있는 것들
    [메디칼럼] (41) 숨겨져 있는 것들

    20대 초반의 남자 대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성형외과를 찾아왔다. 눈뜰 때 이마를 너무 많이 쓴다는 이유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렸을 때 ‘이마 쓰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말을 안 들었고, 결국 병원까지 왔다고 푸념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환자 상태를 차근차근 점검해 보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위 눈꺼풀이 검은 눈동자를 많이 가리기 때문에 시야가 많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아들은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앞을 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고,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무엇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주름이 깊게 잡힌 이유가 바로 눈 때문이었다. 어머니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아드님이 이마를 쓰는 이유는 눈 때문”으로, “눈을 잘 못 뜨는 것이 아들의 잘못은 아니고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오해가 풀렸는지 어머니는 약간 무안해했고, 결국은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

    2024.09.18 06:00

  • [독자의 소리] 1595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595호를 읽고

    대파·양파 ‘닥치고 수입’…기후 대응 이게 최선일까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밀가룻값 요동치는 것만 봐도 모르겠냐. 수입에 의존했다가는 나라 망하는 거 순식간이다._경향닷컴 이현****그러면 우리 농수산물을 생산하고 채취하는 농민들은 죽으라고?_경향닷컴 징검****먹고살라고 농사짓는데 가격 좀 오르려 하면 수입하니 농민들이 더는 버틸 수 없는 거예요._네이버 kang****일상 덮친 딥페이크, 빅테크 책임 어디까지?범죄는 규제하고 처벌하고 예방해야지, 뭔 자유 어쩌고 하냐.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무법지대가 됐냐._네이버 inha****텔레그램 막는다고 높은 보안성의 메신저가 사라지나?_네이버 skyr****결국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성범죄를 단절할 수 없다._네이버 bak5****삭감 또 삭감, 이젠 예산으로 견제한다거부권으로 국회에 전쟁 선포했으니, 국회는 예산권으로 싸워주길…._주간경향닷컴 hwy****대통...

    2024.09.18 06:00

  • [편집실에서] 이제는 정치를 할 때
    [편집실에서] 이제는 정치를 할 때

    한국사회에서 대중에게 불신을 많이 받는 직업군을 고르라면 아마 국회의원이 첫 번째로 꼽힐 겁니다. 심지어 국회 안에서도 ‘쓸데없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는 17만여명으로 아주 많은 편에 속합니다. 지난해 1월 SBS 취재팀이 OECD국가의 인구수 대비 국회의원 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프랑스는 7만여명, 영국은 4만여명, 이탈리아는 9만여명이었습니다. 나라별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인구로만 보면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또는 대중이 그렇게 여긴다는 의미일 겁니다. 국회의원의 일은 바로 ‘정치’고요.권모술수, 모략 등을 의미하는 ‘정치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에 대한 불신은 심각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이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정치학자 버...

    2024.09.18 06:00

  • [렌즈로 본 세상] 주황빛으로 오는 가을
    [렌즈로 본 세상] 주황빛으로 오는 가을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白露)가 지났다. 24절기를 보면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전국 대부분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서울 전역에는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이날 찾은 서울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주황빛으로 활짝 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황화 코스모스 곁에 핀 여름꽃 해바라기는 가을에 자리를 넘겨주기 싫은 듯,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기싸움을 하는 꽃밭은 마음을 다독이는 풍경이었지만, 폭염에 찾는 이는 드물었다.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2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썼다.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여름은 쉽게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뜨거운 햇볕에도 황화 코스모스는 조용히 주황빛으로 빛나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2024.09.17 06:00

  • [주간 舌전] “민희진 대표 복귀시켜 달라”
    [주간 舌전] “민희진 대표 복귀시켜 달라”

    “우리 민희진 대표님 그만 괴롭혀 달라.”아이돌 그룹 뉴진스(민지·하니·해린·다니엘·혜인)의 멤버 다니엘이 지난 9월 11일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뉴진스 멤버 5명이 모두 참여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해임 이후 겪은 일들을 말했다. 특히 멤버 하니는 “얼마 전 메이크업 받는 곳에서 다른 팀(아이돌) 멤버와 그 팀 매니저분을 마주쳤다. 서로 인사를 했는데, 그 뒤 다시 마주치자 매니저님이 제가 들릴 정도로 ‘(하니를) 무시해’라고 하셨다”며 “새로 온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내게 ‘증거가 없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그냥 넘어가려 했다.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공유되고 뉴진스의 팬이라는 한 누리꾼이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위반으로 신고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이들은 오는 9월 25일을 민 전 대표 복귀 시한으로 못 박았다. 해린은 “그 사람들(하이브 또는 현 ...

    2024.09.16 06:00

  • “두 팔이 돼준 아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두 팔이 돼준 아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수영에는 정말 목숨을 걸었다. 한쪽 의수를 핸들에 고정한 채 탄 사이클도 위험했다.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한 두 팔 잃은 남편, 남편을 옆에서 도운 아내 모두 조마조마했다. 두 차례 큰 고비를 넘긴 뒤 뛴 마지막 달리기. 부부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하고 행복해졌고 레이스를 마친 뒤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출전 11명 중 두 팔 없는 유일한 선수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와 아내 김진희(45)는 지난 9월 2일 프랑스 파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선수와 핸들러(경기 보조원)로 나섰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750m, 사이클 20㎞, 육상 5㎞ 합산으로 최종 순위를 정한다. 김황태는 2000년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 출전 선수 11명 중 두 팔이 없는 선수는 김황태가 유일했다. 지난 9월 7일 인천 문학경기장 앞에서 김황태와 김진희 부부를 만나 패럴림픽을 무사히 마친 소감을 물었다....

    2024.09.16 06:00

  • “민주당, 해리스로 패 바꾸길 잘했다”
    “민주당, 해리스로 패 바꾸길 잘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TV 토론이 막을 내렸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토론 종료 후 미국 언론과 방송 시청자들은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봤다. 민주당의 새 후보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당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박빙 속에서 이번 토론이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바이든과 다른 해리스이날 오후 9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만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작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

    2024.09.16 06:00

  • “오늘 또 바뀝니다” 대출 시장 요지경
    “오늘 또 바뀝니다” 대출 시장 요지경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지난 두 달간 경쟁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던 은행들이 이번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규정을 쏟아내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되 실수요자는 알아서 선별해 보호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은행들도 혼선을 겪고 있다. 당국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급하게 예외 규정을 내놓으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들조차 시시각각 달라지는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은행원도 모르는 누더기 대출 지침은행마다 실수요자로 판단하는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앞으로도 계속 대출 조건이 바뀔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실수자요임을 은행에 증명하기 위해 이혼서류나 청첩장 등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 은행에 따라 실수요자로, 투기 수요로도 분류되는 복불복 현상이 나타나자,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실수요자 대출을 받는 꿀팁>을 유료로 알려주는 특강 정보까지 등장했다.은행권에서는 향후 변수가 많은 만큼 당분간...

    2024.09.16 06:00

  • 검찰, 사법농단 ‘무죄→유죄’ 바꿀 수 있을까
    검찰, 사법농단 ‘무죄→유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9월 11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1호 법정.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2심 첫 재판이 열렸다. 사법농단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는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2017년 3월 처음 의혹이 불거졌고, 2019년 2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불이익을 준 의혹이 터지면서 많은 시민, 판사가 분노했다. 하지만 재판이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애초 재판을 담당한 검사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재판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정치지형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때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농단 수사가 사법부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됐다.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 혼잡한 정치 공방 속에 사법농단 수사·재판에 ...

    2024.09.16 06:00

  • 조선업 하청업체 두 사장은 왜 거리에 나섰을까
    조선업 하청업체 두 사장은 왜 거리에 나섰을까

    “제가 조선업 30년 넘게 했지만…. 여그는 역대급입니다.”HSG성동조선(이하 성동조선)의 하청업체 ‘건우’의 김동근 대표(50)는 지난 9월 10일 경남 통영의 한 카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용접일을 시작한 이래 인생 대부분을 조선소에서 보냈다.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급증한 2000년대에는 3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하청업체를 차렸다. 7~8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조선업 특유의 파고를 어떻게든 넘어왔다. 그러나 지금 한계에 부딪혔다.건우는 2022년 8월부터 성동조선의 일감을 받아 일했다. 그러다 2년을 꼬박 채운 지난 8월 28일 조업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돈이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개월(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올해 8월 제외)간 건우의 수입·지출 내역을 보여줬다. 월별로 봤을 때 건우가 성동조선의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낸 것은 단 2개월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개월은 모두 적자였고, ...

    2024.09.16 06:00

  • 세수가 줄어드니, 지방만 희생양
    세수가 줄어드니, 지방만 희생양

    “올해 총 32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나.”(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대로 가면 그렇다.”(최상묵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지난 9월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에서 오간 문답이다. 지난해 ‘세수 펑크(세수결손)’ 56조원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2년째 엄청난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법인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수결손이 급증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불용통보, 지자체에 카톡 메시지로 보내세수 펑크로 인한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로 떠넘겨졌다. 국회에서 2023년 예산을 결산하는 과정에서 기재부가 국세수입과 연동되는 보통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예산 관련 결정은 당연히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 재정당국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에 불용통보만 했다. 심지어 지자체에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보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국가재정법을 어기고, 헌법상 ...

    2024.09.16 06:00

  • 연금정치 복원? 17년 전 노무현, 한나라·민노당에서 배워라
    연금정치 복원? 17년 전 노무현, 한나라·민노당에서 배워라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액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올해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개혁안을 지난 9월 4일 내놨다. 중장년일수록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도록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세대별 차등을 뒀고, 가입자들의 기대 여명과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 장치를 2036년 이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정부가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을 전망하고 보험료 등을 조정하기 위한 국민연금법상의 ‘재정계산’은 2003년 처음 했는데 2047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여정부는 이 계산 결과를 토대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즉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법안을 국회에 2003년 10월 제출했다. 이후 3년 8개월간의 진통 끝에 2007년 개혁이 이뤄져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기존 소득대체율 60%...

    2024.09.16 06:00

  • 지지율 ‘폭망’으로 끝난 한·일 밀월…받기만 하는 우정이 있다?
    지지율 ‘폭망’으로 끝난 한·일 밀월…받기만 하는 우정이 있다?

    2년여간 지속한 ‘애착관계’가 끝났다. 한쪽이 떠났고, 한쪽만 남았다. 두 사람을 향한 외부 시선이 걸림돌이었다. 나란히 10명 중 3명 정도의 지지만 받는 이들의 만남이 지속될 순 없었다. 관계에서 ‘갑’이란 평가를 받던 쪽이 먼저 자리를 떴다. ‘을’은 떠나는 ‘갑’의 환송연까지 살뜰히 챙겼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심’이란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이토록 각별했다.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윤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개선은 자부심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언급한다. 지지율이 10%대까지 폭락하며 물러나게 된 기시다 총리도 한·일관계가 자부심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을 기시다 내각의 주요 성과로 꼽는다. 모두 한국의 동의를 받은 사안들이다. 외교는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 찼으니, 나머지 절반을 채워달라”는 식의 ‘순차 게임’이 아닌 가위바위보 같은 ‘동시 게임’에...

    2024.09.16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밸류업 발목 잡는 경제단체 왜?
    [오늘을 생각한다] 밸류업 발목 잡는 경제단체 왜?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행보에 의구심이 든다. 한경협은 요즘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하는 근원적 노력에 관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며 기업가치의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가 업종과 규모가 비슷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현상이다. 그 원인으로는 주주환원 정책의 불투명성, 기업지배구조의 불건전성 등이 꼽힌다. 한국 주식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금융위원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타파하고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의 ‘밸류업(value-up)’ 정책을 참고한 것으로, 일본 개선 정책의 핵심은 ‘투자자 소통 강화’다. 일본 정부는 금융과 기업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때 경제성장이 가능하고, 해외 금융기관의 안정적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대...

    2024.09.13 16:00

  • [꼬다리] ‘피사체 너머’를 보는 마음, 낯설게 보기
    [꼬다리] ‘피사체 너머’를 보는 마음, 낯설게 보기

    습관처럼 하는 일과가 있다. 일명 ‘카메라 되어 보기’다. 눈앞에 보이는 컵, 가방과 같은 사물을 포함해 사람 얼굴 등을 하나씩 선택해 무늬 개수, 주름 하나하나까지 세어가며 글로 적곤 한다. 대상을 명확히 보고자 하는 나만의 버릇이기도 하다.기자로 일하면서도 가치판단이 개입돼 혼란스러울 때 “카메라가 되어 보자”고 버릇처럼 주문을 건다. 그러면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무엇보다 내 감정과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사안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혼자서 “카메라 되기에 명확히 실패했군” 하면서 취재내용들을 다시 돌아보곤 한다.취재에서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직장 혹은 일상생활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내 생각만큼 되지 않을 때면 역시 주문을 외운다. 일기장을 펼쳐놓고 한땀 한땀 복기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곤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야말로 일방향일 수 없기에 ‘카메라 되어 보기’에도 내 감정이 무너질 때가 더 많다....

    2024.09.13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2) 사랑에 대한 실재와 허상
    [이주영의 연뮤덕질기](32) 사랑에 대한 실재와 허상

    명절 연휴는 축복이자 재앙이다. 친지들과 모임 속 뼈있는 대화와 명절 음식 장만 여파는 회포를 푸는 것과 동시에 탈출을 꿈꾸게 한다. 명절 노동으로 불거지는 고부갈등과 부부갈등은 사랑하는 이들을 폭력의 주체로 만든다. 오죽하면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본질을 허상으로 대체하며 참고 참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선언하고 실재를 직시한다면 연휴의 축복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른다.가상 부부와 현실 연인의 동상이몽연극 <시뮬라시옹>(최양현 작·이태린 연출)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가까운 미래, 확장된 허상이 본질을 대체하면서 생기는 혼돈을 다룬다. 선욱(송철호 분)은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아내 상아(신사랑 분)를 잃고 슬픔에 잠식되던 중 동료가 죽은 반려견을 AI로 복원해 상실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내를 복원하기로 결심한 선욱은 아내에 대한 데이터를 스캔해 AI 시스템에 연결한다. 이제 특수 안경만 착용...

    2024.09.13 1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2) 잘 살기 위해 잘 헤어지는, 이별의 기술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22) 잘 살기 위해 잘 헤어지는, 이별의 기술

    헤어짐에 관한 표현이 많다. 잠깐 헤어지는 ‘작별’이 있고, 영원히 헤어지는 ‘고별’이 있다. 작별 인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만, 고별인사는 마지막 단 한 번뿐이다. 헤어짐의 강도에 따라서도 담담하게 갈라서는 ‘이별’, 애틋하게 헤어지는 ‘석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결별’이 있다.돌아보면 수없이 헤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헤어졌고, 고등학교 때 만났던 첫사랑 여학생과 헤어졌고, 내가 모셨던 김우중 회장,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도 헤어졌다. 사람들과 헤어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소중했던 학창 시절, 직장생활과도 헤어졌고, 오래전에 고향과도 헤어졌다. 헤어짐이 이토록 애틋하고 그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내 인생에서 헤어질 것들을 만났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었는가.잘 헤어져도 절반은 성공한 인생삶은 헤어짐의 연속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했던가. 만나면...

    2024.09.13 16:00

  • [박성진의 국방 B컷](15) 한·미 UFS 연합훈련에 웬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
    [박성진의 국방 B컷](15) 한·미 UFS 연합훈련에 웬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

    2024년 을지프리덤실드(UFS·을지자유의방패) 연습이 지난 8월 19일 시작해 29일에 끝났다. UFS 연습은 매년 8월 중순에서 말에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의 한반도 전구작전수행능력 배양 훈련이다. 한·미 공동의 모의 워게임으로 진행하는 군사지휘소연습(프리덤실드)과 한국정부연습(을지)을 함께 실시한다. ‘을지’란 명칭은 삼국시대 때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청천강)에서 몰살시킨 고구려 영웅 을지문덕 장군에서 따온 것이다.합동참모본부는 이번 UFS 연습에 대해 “점증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GPS 교란 및 사이버 공격,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위협과 최근 전쟁 양상 등 현실적인 위협을 상정해 내실 있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하이브리드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허위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연습을 각 부대 및 유관기관과 함께 실시해 절차와 방법을 숙달했다”고 덧붙였다.■중·러의 군사개입합참이 설명하지 않은 이번 UFS 연습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한...

    2024.09.13 16:00

  • [김유찬의 실용재정](45) 민주주의의 위기와 조세재정정책
    [김유찬의 실용재정](45) 민주주의의 위기와 조세재정정책

    우리는 소득과 자산 상위 0.1%나 0.01%에 속하는 계층에게 부와 소득이 지나치게 집중된 세계에 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더해 0.1%의 사람, 1000명 중의 1명에게 도움이 되고 나머지 999명에게 해로운 세제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1명의 이익을 위해 999명이 희생당하는 체계가 정치적으로 가능하고, 그런 효과를 가지는 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현재 절실하게 필요한 조세재정정책은 한국의 소득 및 자산 상위 0.1%의 자산 축적 경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세제개편과 재정정책일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장기적 실천을 통해 양극화가 초래하는 불평등과 저성장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조세제도의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자산·소득 상위계층에 구멍 뚫린 조세제도우선 조세제도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소득세가 바로잡혀야 한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추가되는 지방세 부담까지 고려하...

    2024.09.13 16:00

  • [IT 칼럼] 텔레그램에 떨고 있는 뜻밖의 사람들
    [IT 칼럼] 텔레그램에 떨고 있는 뜻밖의 사람들

    안보를 중시해야 할 한국에 이상한 보안 불감증이 있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지켜내는 일과 본척만척 무시하는 일을 서로 헷갈리는 증상이다. 금고를 적극적으로 지키려는 문지기와 어디에 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연락도 닿지 않는 문지기 중 누구를 고용해야 하는지는 뻔하다. 그런데 정보가 소중하다면서 후자에 맡기곤 한다. 텔레그램 이야기다.한국의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실(또는 과거 청와대) 등 나름대로 보안을 관리한다고 자처하는 조직일수록 텔레그램이 비선에서 애용됐다. 대중적인 카카오톡은 압수수색이라도 벌어지면 서버가 털려 대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했으니 걱정이 됐나 보다.텔레그램은 그럴 일이 없으리라는 순진무구함도 이해는 간다. 텔레그램은 전 세계 각국의 사법당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고객의 정보를 지키는 것으로 여겼나 보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e메일을 무시하는 일과 사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사실 무관하다. 그들은 그저 연락이 잘 안 될 뿐,...

    2024.09.13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