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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5호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경쟁력 잣대만 들이대선 안 돼”

표지이야기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경쟁력 잣대만 들이대선 안 돼”

올해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결정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30년이 되는 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가트)’은 해체되고 이듬해인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농산물의 자유무역은 왜 필요한가. 수입 농산물을 빼놓고는 밥상을 차릴 수 없는 시대가 된 지금은 새삼스러운 질문이다. 그러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피폐해진 한국 농촌을 돌아보면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가트 체제에서 보호 대상이었던 농산물은 왜 WTO 체제에선 공산품과 같이 ‘자유무역이 필요한’ 상품이 됐을까.“애초 세계화의 목표는 자유무역을 통해 인류가 함께 잘살자는 것이었죠. 농업까지 개방하면서 WTO가 내건 목표는 ‘기아 해결’이었어요. 30년 지난 지금 해결됐나요? 전혀 아니죠.”농업경제학자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30년 전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비롯해...

  • [취재 후] 좌편향 교과서로 배웠다?
    [취재 후] 좌편향 교과서로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배웠습니다. 수능 선택과목이기도 했고, 평소 역사를 좋아해서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특히 만주에서 활약한 독립군 부대 이름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구분을 위해 지도까지 그려가며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이 활약한 전투와 위치를 지도에서 짚어낼 수 있습니다. 또 김구의 무장투쟁론, 이승만의 외교독립론의 차이도 곧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배운 한국 근현대사는 ‘잘못된 역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좌편향된 교과서로 배웠다고 했습니다. 제가 공부한 한국 근현대사 책이 그 유명한 ‘금성출판사’ 책이었습니다.아무리 곱씹어봐도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며 대한민국 건국 과정이 ‘잘못된 역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 체제를 조금이라도 우호적 시선으로 본 기억도 없습니다. 대신 너무나 어려 보이는 일본군 ‘위안부’ 사진을...

    2024.09.11 06:00

  • [우정 이야기] 조선시대 ‘궁중채화’, 우표로 다시 피어나다
    [우정 이야기] 조선시대 ‘궁중채화’, 우표로 다시 피어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서화 ‘정해년의 궁중잔치’는 1887년 고종이 양모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연 궁중연회의 모습을 10폭 병풍에 담은 작품이다. 연회장 기둥과 잔칫상 위에 흰색 꽃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참석자들의 머리 위에도 꽃이 장식돼 있다.추위가 매서운 1월에 활짝 핀 꽃들이 의아하다. 사실 연회에 사용된 꽃은 종이, 비단 등으로 제작한 조화인 ‘궁중채화’다. 조선시대 연회장 등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 우리나라 무형유산이다.우정사업본부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된 전통조화의 모습을 담은 ‘궁중채화’ 기념우표 54만4000장을 지난 9월 3일 발행했다.우표에 실린 작품은 ‘벽도준화’와 ‘홍도준화’다. 정해년의 궁중잔치에 사용된 궁중채화를 재현한 것이다. 준화는 꽃항아리인 화준에 장식한 꽃을 뜻한다. 두 작품은 항아리에 복숭아나무를 세운 뒤 비단으로 만든 붉은색과 흰색 복숭아꽃을 붙이고, 새와 곤충으로 장식한 공예작품이다.채화라는 용어는...

    2024.09.11 06:00

  • [문화캘린더]반 고흐 작품도 보고 달도 감상
    [문화캘린더]반 고흐 작품도 보고 달도 감상

    [전시]빛의 시어터 ‘한가위 보름달’일시 9월 14~18일 장소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빛의 시어터 관람료 2만9000원빛과 음악을 통해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빛의 시어터’가 추석 연휴를 맞아 인터루드 쇼(Interlude show) ‘한가위 보름달’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거대한 보름달과 함께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이 전시장 내부 벽면에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한다. 밤이 아닌 낮에도 달 풍경을 즐기고 달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거나 소원을 빌어보는 등의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빈센트 반 고흐, 피에트 몬드리안 등 네덜란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빛과 음악,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재해석한 몰입형 예술 전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전과 함께 준비됐다. 거장들의 미술 작품 전시에 보름달이 추석 이벤트로 추가됐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작품도 보고 추가로 달도 감상할 기회다.이뿐 아니라 한가위 보...

    2024.09.11 06:00

  • [시네프리뷰] 비틀쥬스 비틀쥬스-스스로 장르가 된 팀 버튼이 만든 36년 만의 속편
    [시네프리뷰] 비틀쥬스 비틀쥬스-스스로 장르가 된 팀 버튼이 만든 36년 만의 속편

    팀 버튼의 영화는 그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말했다. 본인도 그런 저간의 평가를 의식하는 듯싶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수많은 부분에서 <비틀쥬스>를 모방한다.제목: 비틀쥬스 비틀쥬스(Beetlejuice Beetlejuice)제작연도: 2024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04분장르: 코미디, 판타지, 공포감독: 팀 버튼출연: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제나 오르테가, 모니카 벨루치, 윌렘 데포, 저스틴 서룩스개봉: 2024년 9월 4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크리스티나 리치 이외에 다른 웬즈데이는 앞으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팀 버튼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를 보기 전까지는. 시즌 2도 팀 버튼이 연출한다는데 아마도 이 넷플릭스 스핀오프를 통해 ‘아담스 패밀리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제나 오르테가 말고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

    2024.09.11 06:00

  • [신간] 기술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꿨나
    [신간] 기술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꿨나

    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노정태 옮김·21세기북스·2만4000원빅테크 기업의 기술은 편의를 제공하는 혁신, 인공지능(AI)은 충직한 비서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빅테크와 그들이 만든 디지털 혁명이 정말 편의만 제공할까? 저자인 전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빅테크는 플랫폼으로 봉건제의 영지를 꾸리고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자발적 데이터 농노로 만들어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의 영주가 되었다”고 말한다. 책 제목 <테크노퓨달리즘>(Technofeudalism)은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와 봉건제도(feudalism)를 합친 말이다.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들이 생각 없이 쓴 온갖 의견을 모두 알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누구를 어디서 만나는지 등 개인정보를 우리보다 더 자세히 기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들이 시민의 정보를 모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체성의 일면을 훔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놀이...

    2024.09.11 06:00

  •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재앙의 지리학로리 파슨스 지음·추선영 옮김·오월의봄·1만9800원표지 사진은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 쓰레기 모습이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생산한 옷들이 이렇게 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패스트패션 기업의 옷을 저렴하게 구입해 입는 사람들, 거기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이 장소로부터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다.기후변화와 연관된 불평등·노동환경 등을 연구하는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환경오염과 기후붕괴를 함께 팔아넘겼다고 지적한다.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내 ‘탄소 감축’ 성과를 내놓는데 실상은 가난한 나라로 ‘탄소 생산’을 밀어냈을 뿐이다. 저자는 전 세계 공급망 안에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친환경 제품’은 왜 허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안의 피해는 얼마나 불평등하게 일어나는지 파헤친다.저자는 캄보디아 벽돌공장·의류공장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 노동자들의 삶을 전한다...

    2024.09.11 06:00

  • [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

    2024.09.11 06:00

  • [독자의 소리] 1594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594호를 읽고

    뉴라이트의 이승만 활용…‘자기모순’이냐 ‘왜곡’이냐좋은 기사네요. 혹시 후속 기사를 쓸 거면 박정희와 이승만을 한데 묶는 뉴라이트의 모순에 대해서도 다뤄 주세요. “박정희가 살아 돌아온다면 뉴라이트처럼 이승만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이승만의 ‘업적’을 칭송하는 데 동의할까?”_주간경향닷컴 빛알****이승만이 한·일 국교 재개를 얼마나 격렬하게 반대했는데._경향닷컴 Brian****팩트는 이승만은 건국절이라는 단어조차 꺼낸 적이 없다. 뉴라이트들이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라는 정통성을 내세워 건국절이라는 희대의 거짓선동을 하는 거다._네이버 ahk2****신입사원들은 왜 폭염의 표적이 됐을까이젠 우리나라도 여름철 낮 기온 32도 넘어가면 점심시간 2시간을 줘서 낮잠을 자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_네이버 hkt-****부자들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걱정 없어요. 에어컨 고장 나도 못사는 애들이 와서 고쳐줄 거니까요. 더워서 쓰러지면 다른 애 부르면 돼요. 기후변화...

    2024.09.11 06:00

  • [편집실에서] 여성이 겪는 세계
    [편집실에서] 여성이 겪는 세계

    몇 년 전 일입니다. 회사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피곤했는지 목적지를 말하고 잠깐 졸았습니다. 당시 자주 야근을 했던 터라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갔습니다. 어둡고 외진 길이었습니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택시기사의 뒤통수를 보면서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강도가 수많은 승객 중에 비교적 건장한 체구의 남성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역시나 기우였습니다. 택시기사가 길을 잘못 든 것뿐이었습니다.다음날 제가 겪은 ‘촌극’을 제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여성들이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저는 잠깐 긴장하다 끝났지만, 여성들은 훨씬 더 극심한 공포를 겪는다고 했습니다. 택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에서 더 힘이 센 존재, 그러니까 대체로 남성들에게 위협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거의 겪어보지 못한 일...

    2024.09.11 06:00

  • [렌즈로 본 세상]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렌즈로 본 세상] 산 것과 죽은 것 그리고 인간

    우리나라의 산림이 토석채취장과 광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목 공사나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골재인 토석의 40%는 산림에서 채취된다. 토석채취장 일부는 사용 업체의 부도나 복구 예치금 부족 등으로 속이 파내진 채 버려진다. 사진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의 한 토석채취장이다. 2015년 부도를 맞은 업체는 땅을 버렸다. 지금은 이 땅을 매입한 한 사업주가 하루에만 25t 트럭 300대 분량의 흙을 실어와 속을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이렇게 2년은 더 해야 한다. 여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청과 긴 시간 법정 싸움을 벌여 승리를 쟁취한 한 사업주는 기어이 백두대간인 경북 문경 대야산 중턱에 구멍을 뚫었다. 이제 속을 긁어낼 일만 남았다. 산 것의 속을 긁어내면 이내 그것은 죽은 것이 돼버린다. 그리고 사람은 죽은 땅에서 살지 못한다.

    2024.09.10 06:00

  • [주간 舌전] “국회 개원식 불참한 대통령, 제일 별나다”
    [주간 舌전] “국회 개원식 불참한 대통령, 제일 별나다”

    “대통령이 제일 별나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9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일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국회의장, 각 당 대표, 원내대표와의 차담회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도대체 어떤 정치를 하면 여야 당대표도 만나기 힘든 상황이냐”며 “참모들이 드러누워서라도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개원식 대신 미연방 상원의원단 만찬에 참석한 것을 두고는 “상원의원들이 얼마나 웃었을까”라며 “그들도 보좌관들로부터 보고받았을 텐데 ‘낮에 개원식은 안 가고 우리랑 저녁 먹네. 뭐 하는 분이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을 두고 다양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9월 4일 전 직원 조회를 열고 “내가 개원식 불...

    2024.09.09 06:00

  • “딥페이크 성범죄에 우리는 분노한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우리는 분노한다”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지난 8월 2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앞에 모인 여성들은 이렇게 외쳤다.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전국적으로 학교, 군대, 직장, 가정에 이르기까지 만연해 있다는 것이 드러난 후 여성들이 내놓은 메시지였다. 여기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음에도 이를 방치한 정부, 정치권, 사회 여론에 대한 ‘분노’, 그리고 범죄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이 구호를 외쳤던 기자회견에는 서울여성회와 산하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정의당 페미클럽) 등 14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공동행동’을 꾸리고 8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강남역 앞에서 여성들의 말하기 대회를 연다. 참여단체는 40여개로 늘었다.거리로 나온 여성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지난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서울여성회 부설 언니네작은도서관에서 최지수 서페대연...

    2024.09.09 06:00

  • 백약이 무효…위기의 응급실
    백약이 무효…위기의 응급실

    지난 8월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2세 여아가 열을 동반한 경련 증상을 보였다. 신고를 받고 소방 구급대원이 나섰지만, 곧장 출발하지 못했다. 진료할 수 있는 응급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듭된 전화 문의 끝에 신고 후 1시간이 지난 뒤에야 12번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아이는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지난 9월 1일에는 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안약과 착각해 눈에 순간접착제를 넣었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2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찾지 못했다.환자에게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을 때는 응급실 문턱도 밟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생 A씨는 지난 8월 경북 지역에서 산길을 걷다가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다. 오후 늦은 시간 인근의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았는데 큰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A씨가 서울...

    2024.09.09 06:00

  • 삭감 또 삭감, 이젠 예산으로 견제한다
    삭감 또 삭감, 이젠 예산으로 견제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송심의위원회(방심위)의 내년도 예산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지난 8월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게 예산 삭감을 경고했다. 정 의원은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가지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방송의 독립을 해친다면 거기에 예산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삭감 이유를 댔다. 그동안 정부·여당 추천위원 2인으로만 구성된 위원회로 방송 장악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통위에 날카롭게 ‘예산 칼질’을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정 의원은 자신이 과방위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임을 상기시키며 방통위 운영예산 34억원과 방심위 경상비, 방송심의활동비 등 130억원을 삭감 대상으로 언급했다.‘준예산’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역대 어느 국회에서나 야당은 예산 삭감을 ‘무기’로 정부를 압박했지만, 정부기관의 운영비 전액 삭감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

    2024.09.09 06:00

  • ‘지지율 20%대’ 대통령이 만든 정치 실종 시대…결국은 ‘각자도생’
    ‘지지율 20%대’ 대통령이 만든 정치 실종 시대…결국은 ‘각자도생’

    한국사회가 대통령제에 관해 ‘참교육’을 당하고 있다. 여론, 지지율 변화에 무감한 대통령에게는 특별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 이번 교육의 핵심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의 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 나선 지난 8월 29일 이후 하루동안 지지율은 2.1%포인트 급락했다.(30.4→28.3%)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친일 논란, 김건희 여사 수사, 채 상병 특검, 당정관계, 영수회담 등에 관해 설명했다. 지지율 하락은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과 여론의 괴리감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급락하면 국정운영을 쇄신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러니 지지율은 대통령제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장치처럼 여겨졌다. 윤 대통령은 달랐다. 국정브리핑 직후 참모들에게 “선거 없는 지금이 개혁을 추진하기에 가...

    2024.09.09 06:00

  • 일상 덮친 딥페이크, 빅테크 책임 어디까지?
    일상 덮친 딥페이크, 빅테크 책임 어디까지?

    n번방 사태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만나 더 악랄하게 돌아왔다. 딥페이크(AI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기업과 군대 등의 일터를 넘어 전국 초·중·고등학교까지 확산했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몰카를 근절하려 분투한 한국이 이제는 딥페이크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적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의 진앙”이라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AI 발전으로 딥페이크를 악용한 부작용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세계 각국은 작년 선거철을 맞아 딥페이크를 악용한 가짜뉴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례가 늘자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운동 목적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할 수 없게 했다. 정부와 국회의 관심은 선거에서 끝났다.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해도 느슨한 제재와 처벌로 방치했다.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접근만으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

    2024.09.09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타자는 괴물이 아니다
    [오늘을 생각한다] 타자는 괴물이 아니다

    대학 시절 ‘신자유주의’라는 말의 범람 속에서 살았다. 생전 처음 듣는 개념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언지도 모를 그것에 맞서 싸웠다. 우리는 모든 나쁜 변화들을 ‘신자유주의’라는 말로 설명하곤 했다. 대통령과 정부 기술관료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화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은 신자유주의 군사세계화의 첨병이었으며, 대학과 지역사회는 모조리 신자유주의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존경했던 우상과 멀어졌고, 좋은 가치라 여기던 것의 환상과 작별했다. 우리는 글로 ‘신자유주의’에 대해 배운 후 상상했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큰일이라도 나겠어? 아니, 어쩌면 세상은 망해버리는 게 아닐까?” “글쎄… 술이나 마시자.”그 즈음 봤던 홍상수 영화 속 한 인물은 주인공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뭔가 모두의 폐부를 찌르는 듯하지만, 20년 쯤 지나고나니 의문이 돌아온다.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2024.09.06 16:00

  • [꼬다리] 염치가 없는 건
    [꼬다리] 염치가 없는 건

    담배, 위스키, 애인. 영화 <소공녀>에서 미소는 이 셋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사노동자(도우미) 일로 생활비를 간간이 충당하는 미소가 포기한 것은 ‘집’이다. 그는 세 들어 살던 단칸방을 빼고 집을 구해보지만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했던 동기들의 집을 전전한다. 미소는 이들 집에서 임시로 지내며 요리, 청소를 하고 상심에 빠진 친구를 위로해준다. 호화주택에서 사는 동기 정미는 자기 집에 머물며 가사를 돕는 미소가 어느 순간 심기를 거슬리게 하자, 자신이었으면 술과 담배부터 끊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일갈한다. “나는 네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해.”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운 마음. 염치의 사전적 정의다. ‘○○인데 염치가 없어’에서 ○○의 자리는 공교롭게도 취약한 지위에 놓인 이들이 주로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담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선 사진 속...

    2024.09.06 16:00

  •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19)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댐?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19)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은 사막이다. 햇빛과 모래만 무한히 반복되는 이곳은 태양의 열기로 모든 것이 녹아 없어지는 진공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을 무한히 달리다 보면 홀연히 나타나는 초현대적인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있다. 지치고 힘든 여정을 끝내고 거짓말처럼 나타난 네온사인의 열기는 여행자를 환락과 도박으로 유혹한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보면 이곳이 왜 ‘죄악의 도시’(Sin City)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공항에서부터 편의점, 차를 주유하기 위해 들른 주유소에도 슬롯머신이 있어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매년 4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여가활동, 쇼핑, 컨벤션 센터를 결합한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도 성장 중이다.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에 우뚝 솟은 라스베이거스 빌딩 숲을 보면 의문이 든다. 어떻게 물과 전기를 큰 도시에 공급할 수 있을까. 답은 도시 동쪽에 있는 후버댐에 있다. 후버댐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 무너졌던 미국 경제를 일으킨...

    2024.09.06 16:00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8) 상사를 따돌리는 직장 내 을질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38) 상사를 따돌리는 직장 내 을질

    A는 유독 큰 소리로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마치 C에게 들으라는 듯했습니다. A와 C 그리고 B과장 단 3명으로 구성된 ‘콥’(팀의 하부조직)이었고, C는 A의 상급자였습니다.C가 사무실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옆자리의 A와 B과장이 대화하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C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무언가 C를 배제한 대화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C는 모니터를 보며 일을 시작했지만, 울리는 키보드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알고 보니, A는 근무시간 중 같은 팀의 B과장과 사내 메신저에서 C를 대상으로 “미친년”, “개또라이”, “개노답”, “극혐” 등의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면서 C를 따돌렸습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어. 누나(B과장)도 하자.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고개도 돌려야 해. 본인의 정수리가 상대방(C)을 향해야 각도가 완성됨. 한숨도 푹푹 쉬어주고”라며 C의 정신적인 압박을 유발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024.09.06 16:00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34) 달러의 특권은 유지될 수 있을까
    [서중해의 경제망원경](34) 달러의 특권은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번 칼럼 ‘강한 달러와 미국의 지역경제’에서는 강한 달러의 함의를 미국 경제의 지역 격차 관점에서 짚어보았다. 이번에는 국제 경제 관점에서 살핀다. 우선 공화당 J. D. 밴스 상원의원의 질문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답변부터 보자.“미국 경제를 보면 금융 엔지니어와 많은 종류의 컨설턴트는 많지만,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와 달러에 대한 통제력 부족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에 대한 의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준비 통화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밴스 상원의원의 질문에 파월 연준 의장은 이렇게 답한다. “(짧은 시간에) 답하기에는 너무 큰 질문입니다. (···) 달러는 세계의 준비 통화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민주적 제도가 뒷받침됐고, 오랜 세월 인플레이션을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미국의 법치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달러가 사용되고 거래가 이...

    2024.09.06 16:00

  • [가깝고도 먼 아세안] (37)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진 라오스
    [가깝고도 먼 아세안] (37)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진 라오스

    미국의 경제전문지 ‘시이오월드 매거진(CEOWORLD Magazine)’이 지난 5월 6일 세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2024년 중국에 가장 많은 빚을 진 국가’ 순위를 발표했다. 상위 20개 국가 대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국가들이 차지했다. 이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우려를 사고 있는 라오스는 105억달러(약 14조원)라는 국내총생산(GDP)액만큼의 채무를 지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중국에 진 빚이다.라오스는 2015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메콩강 유역의 수력발전 사업과 중국 국경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 사업 등이다. 특히 2021년 12월 개통된 중국-라오스 간 414㎞의 고속철도는 라오스의 중요한 물류망을 구축한 프로젝트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19일에는 라오스에서 태국 방콕까지 철도가 개통되면서 중국-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가 철도로 연결됐다. 내륙 국가인 라오스로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

    2024.09.06 16:00

  • [IT 칼럼] 감성 AI가 당신 마음을 읽는 법
    [IT 칼럼] 감성 AI가 당신 마음을 읽는 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정의 영역까지 침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감성(Emotion) AI’의 등장이다. 감성 AI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는 심리학,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가능하며 텍스트, 음성, 표정, 생체 신호 등 다양한 채널을 분석해 인간 감정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포착하고자 한다. 감성 AI의 핵심은 인간 감정을 디지털화해 기계가 이해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술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텍스트 분석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텍스트 데이터에서 감정적 맥락을 추출한다.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문맥 등을 분석해 텍스트에 내포된 감정 상태, 태도, 의도를 파악하며 이는 챗봇, e메일,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고객 피드백 분석 등 다양한 분...

    2024.09.06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