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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호

기초연금 바꾸되,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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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바꾸되,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

‘76만6000원.’대구에 사는 A씨(82)는 비혼 독거가구로 기초연금(올해 단독가구 기준 최대 월 33만4810원)에 폐지를 수집해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소득이 적다 보니 지난겨울엔 보일러가 고장 난 상태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9일 발표한 ‘전국 폐지 수집 노인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폐지 수집 노인(전국 1만4831명)의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 옛 최저생계비와 유사한 개념인 기준 중위소득(올해 1인가구 222만8445원)을 한참 밑돈다. 이들의 한 달 소득은 기초연금이 사실상 절반 가까이 채워주는 것으로 보인다. 폐지 수집 노인 10명 중 9명(89.7%)은 기초연금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A씨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로 선정됐다. 생계급여(올해 1인가구 기준 월 최대 71만3102원)를 받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때보다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다만 생계급여를 받을 때 기초연금은 차감되기...

  • [취재 후] 11년 전 상주 말 사건, 그리고 김건희 여사
    [취재 후] 11년 전 상주 말 사건, 그리고 김건희 여사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꼈던 것은 이른바 ‘상주 말’ 사건이 국회 상임위에서 거론됐을 때였습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가 열렸는데, 당시 청담고 2학년이었던 정유라(개명 전 이름 정유연)가 이듬해 아시안게임 출전권이 걸린 1등이 아닌 2등으로 입상했고 이와 관련해 심판들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풍문이었습니다. 상임위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언급되자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총궐기해 의혹을 제기한 당시 민주당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둥 ‘오버 액션’을 해 더 주목받았습니다. 그게 2014년 4월이었습니다. 사건이 나고 1년 뒤의 일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은 2016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4년 차입니다.“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뭔가 데자뷔를 느끼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의 정치평론가들만이 아닙니다. 사적인 ...

    2024.07.24 06:00

  • [우정 이야기] 캡슐커피, 이젠 우체통에 넣으세요
    [우정 이야기] 캡슐커피, 이젠 우체통에 넣으세요

    캡슐커피는 가공, 블렌딩, 로스팅 과정을 거친 원두를 분쇄하고 탬핑(누름)해 진공포장한 제품이다. 네스프레소가 1992년 특허를 받았고, 같은해 국내에도 진출했다. 네스프레소 특허가 만료된 2012년 이후 시장이 커졌다.캡슐커피는 일반적으로 리드(뚜껑), 상단필터, 원두커피, 하단필터, 바스켓으로 구성돼 있다. 용기를 분리 배출하려면 뚜껑을 떼고 바스켓에 남은 박(찌꺼기)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밀봉된 용기 구조상 분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캡슐커피 사용 후 분리 배출했다는 응답자는 42.0%인 210명에 그쳤다.캡슐커피 소비 증가로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 브랜드는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다 사용한 용기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회수해 재활용하고 커피 가루는 퇴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그러나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국내 유통되는 캡슐커피 21개 ...

    2024.07.24 06:00

  • [시네프리뷰] 파일럿-편협한 현지화가 초래한 우매한 코미디
    [시네프리뷰] 파일럿-편협한 현지화가 초래한 우매한 코미디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관용의 폭이 넓지만, 모든 걸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름 무더위를 통쾌하게 날려줄 시원한 코미디라는 호기가 무색하게 영화는 어색함과 민망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맴돌다 저 멀리 불시착한다.오는 7월 31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파일럿>의 원작은 모르텐 클링베리 감독이 2012년 발표한 스웨덴 영화 <파일럿>(Cockpit)이다. 여객기 조종사 발레(요나스 카를손 분)는 인원 감축으로 해고당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내에게 이혼 통보까지 받는다. 주택담보 대출부터 생활비까지 밀려드는 지출과 생활고에 넋이 나간 그는 다급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우연히 최근 지원한 항공사에서는 여성 조종사를 우대하고 있다는 중요한 첩보를 입수한다.발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여동생 ‘마리아’의 이름과 성별을 도용한 입사원서를 접수하고 당당하게 합격하지만, 당연히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비교적 ...

    2024.07.24 06:00

  • [신간]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세상
    [신간]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세상

    필터월드카일 차이카 지음·김익성 옮김·미래의창·2만1000원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뜨는 옷·화장품 광고를 보면서 놀랄 때가 있다. 최근에 검색하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던 정보가 뜰 때는 왠지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전속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카일 차이카는 인터넷 어디서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광고 등 모든 정보가 알고리즘과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차이카는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을 ‘필터월드(Filter world)’라고 부른다. 흔히 맞춤형 정보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의 감각과 인식이 조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만약 현실세계에서 기계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책을 추천해준다면 어떨까. 낯설고 거슬릴 것이다. 차이카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동 추천에 대해 낯섦과 거슬리는 감각이 없어진 것은 “알고리즘이 스스로 생각하지 말 것을 다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더 정교한 알고리즘...

    2024.07.24 06:00

  • [신간]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순간
    [신간]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순간

    헌법의 순간박혁 지음·페이퍼로드·1만9000원1948년 제헌국회 회의록을 토대로 제1대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어떻게 제정했는지 추적한 책이다. 책이 다루는 기간은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의 20일이다. 이 기간 국회 본회의장에 헌법 초안이 상정돼 헌법안이 통과된다. 그리고 7월 17일에 정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공표됐다.저자는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제헌국회를 뒤흔든 논쟁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보여준다. 당시 제헌 국회의원들은 노동권 보장(이익균점권), 여성의 권익 확충(남녀 혼인동권과 축첩 폐지), 공동체 정의 실현(친일파 청산), 보편 인권의 보장(신체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무상 의무교육의 필요성 등 중차대한 가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논쟁을 보면, 당대인이 꿈꾸던 미래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그간 잊고 있던 오래된 미래를 발굴해 정치체제 변화에...

    2024.07.2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

    전남 여수 바다에서 바닥에 숨어 있는 노랑각시서대를 포착했다. 이 서대는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가로띠가 예뻐서인지 ‘각시’라는 수식이 붙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다른 서대에 비해 비리고 맛이 떨어져 인기 있는 품종은 아니다.서대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박대, 참서대, 개서대, 용서대, 흑대기, 노랑각시서대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데다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에 개인적으로는 통칭인 서대가 정감이 가고 편하다.서대는 우리말로 ‘셔대’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동물백과전서인 <전어지>에는 혀를 닮았다 해서 ‘설어(舌魚)’,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접(長鰈)’이라 했다. 정약전은 서대를 “몸은 좁고 길며 짙은 맛이 있다. 모양은 마치 가죽신 바닥과 비슷하다. 속명은 ‘혜대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서대란 이름은 ‘설어(舌魚)’ 또는 ‘...

    2024.07.24 06:00

  • [독자의 소리] 1587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587호를 읽고

    ‘윤의 운명’ 싸고 설왕설래…‘탄핵의 길’ 찾기 쉽잖을 듯흑백으로 갈라치기, 이제는 자리 내놓아라._경향닷컴 들****탄핵으로 한 번 재미를 보더니 탄핵에 중독돼서…. 공부 안 하면서 의대 갈 생각만 하는 모양새다._경향닷컴 HK55****인간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_경향닷컴 Roy****“북한 가족 먹고살라고 보낸 돈이 범죄라니?”마음대로 가족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인륜이 먼저다. 잘 산다는 게 뭐냐?_주간경향닷컴 Viva****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 탈북을 위하거나 생계를 책임지려 돈을 보내는 건데 이걸 범죄로 보나._네이버 91lk****풍선에 돈 넣고 날려 보내면 무죄._네이버 ddm2****‘영피프티’는 왜 욕을 먹을까성찰이 없다기보다는 성숙하지 못해서 성찰하지 못하는 게 맞습니다. 나도 소위 X세대로서 작금의 상황과 젊은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_주간경향닷컴 .****...

    2024.07.24 06:00

  • [편집실에서] 기초연금 도입 10년
    [편집실에서] 기초연금 도입 10년

    지난해 한국에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보다 많아졌습니다. 생산가능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는 계속 줄고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납니다. 한국의 노화 속도는 우리가 걱정했던 것 이상으로 빠릅니다.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2022년보다 11만3709명 줄었습니다. 이중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 인구(619만7486명)를 처음 추월했습니다. ‘고령’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411명(19.0%)으로 2022년보다 46만3121명이 늘었고, 올해 7월에는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는 지난해 기준 3593만1057명(70.0%)으로 전년보다 35만97명 줄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

    2024.07.24 06:00

  • [렌즈로 본 세상] 혼탁한 강물처럼 흐려지는 진실
    [렌즈로 본 세상] 혼탁한 강물처럼 흐려지는 진실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7월 15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를 찾았다.길이 200m 교량 중심부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깊었다. 곳곳에 물살이 도는 회오리 현상도 보였다. 강물은 탁했다.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 10분경, 이곳에서 당시 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모 상병(당시 일병·사후에 상병 추서)이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14시간 뒤에 사고현장으로부터 5.8㎞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예천군의 폭우 피해 복구 대민 지원으로 가용한 인근 군부대를 총동원하라는 특별지시를 국방부에 내렸다. 수해 복구 작전으로 알고 삽과 곡괭이, 모래주머니 등만 챙겨 간 해병대원들은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구명조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이 해병대원들은 강물로 밀어 넣어졌다.1년이 지났다. 억울한 죽음과 남겨진 가족은 있는데 희생을 강요한 사람은 그런 ...

    2024.07.23 06:00

  • [주간 舌전]“공소 취소 부탁했단 말하고 아차 했다”
    [주간 舌전]“공소 취소 부탁했단 말하고 아차 했다”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월 18일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열린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 후보는 나 후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느냐”고 추궁하자 이를 반박하다 ‘본의 아닌 폭로’를 해버렸다. 한 후보는 7월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한 후보가 사과했지만 이미 해버린 폭로를 주워 담지는 못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당사자가 직접 범죄행위를 증언한 만큼 반드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불법적...

    2024.07.22 06:00

  • 개혁·개방 45년, 중국 과연 어디로 갈까
    개혁·개방 45년, 중국 과연 어디로 갈까

    중국의 중장기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지난 7월 18일 폐막했다. 20기 3중전회는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발표했다.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중장기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하고, 5년 동안 총 7차례의 전체회의(전회)를 연다. 1·2중전회에서는 인사를, 3중전회에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다룬다. 1978년 개혁·개방 확정, 1993년 국유기업 개혁, 2003년 사유재산 인정 등이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20기 3중전회는 통상 개최 시점보다 8개월가량 늦어졌는데, 마땅한 청사진을 찾지 못해서라는 추측도 있었다.신화통신이 요약해 전한 결정문을 보면 당 지도부는 이번 3중전회에서 국방력 강화, 과학 인재 양성, 재정·조세·금융 분야 개혁,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 등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

    2024.07.22 06:00

  • “만약 축구 안 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
    “만약 축구 안 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

    “만약에 축구를 안 하고 일반 학생이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K리그2 김포FC의 유소년축구단 소속 선수이던 A군(당시 16세)이 2022년 4월 27일 새벽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카카오톡에 남긴 메시지다. A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은 7년 만에 사그라졌다. A군은 카카오톡 메시지에 코치들 이름을 나열한 뒤 “솔직히 오늘 걸려서 내일이 두렵다”, “OO의 차별과 OO의 폭력, 언어폭력” 등의 말을 썼다.A군의 죽음 뒤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한 지도자의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논란과 관련해선 유독 손씨 측을 두둔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손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선 ‘축구선수가 되려면 강한 멘탈(정신력)이 필...

    2024.07.22 06:00

  • 존재감 약해진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존재감 약해진 조국혁신당·개혁신당

    22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 4월 1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 차려진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조국혁신당이 12∼14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총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를 제기한 조국혁신당은 야권 압승의 도화선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총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발짝 앞서 개혁을 이끌겠다는 ‘쇄빙선’ 전략이 주효해 결국 12석의 비례의석을 만들어냈다.바로 옆 회의실에 개표상황실을 차린 개혁신당도 새벽녘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준석 당시 대표가 지역구(경기 화성을)에서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고, 천하람 원내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보수 성향 대안정당으로 맹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보수 정당 개편 시나리오까지 나왔다.총선을 치른 지 100일 가까이 지났다. 그런데 제3지대 정당의 존재감은 총선 직후에 가졌던 기대와 달리 극히 미미하다....

    2024.07.22 06:00

  • 어대한·어대명 이후의 여야, ‘브레이크 없는 질주’ 멈출까
    어대한·어대명 이후의 여야, ‘브레이크 없는 질주’ 멈출까

    “처음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한동훈 쪽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아, 왜 저를 안 불러줬어요. 그러니 제가 이쪽(원희룡 쪽)에 들어갔지’라고 하니까 ‘그러게 내가 왜 너를 안 불렀지’라면서 전당대회 끝나면 같이하자, 그러면서 그때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 7월 15일 저녁 통화한 김온수 원희룡 캠프 수석부대변인의 말이다. 기류는 ‘읽씹문자’ 사건이 터지고 확 바뀌었다고 그는 덧붙였다.‘읽씹문자’ 사건은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을 두고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자신이 사과할지에 대해 판단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다섯 차례 보냈으나, 한 위원장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5일 CBS 노컷뉴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의 ‘폭로’로 시작됐다. 김 여사가 보냈다는 문자에 대해 한동훈 캠프 측이 “여러 정황을 더해보면 사과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라고 반박했고, 지...

    2024.07.22 06:00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5)“한·미동맹이 모든 문제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윤 정부 단순해”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5)“한·미동맹이 모든 문제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윤 정부 단순해”

    직능대표제가 없는 한국 의회제도에서는 비례대표가 직능대표적 성격을 갖는다. 이를 통해 국회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각 정당은 비례대표 순번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제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관련 종사자를 1번 후보로 내세운 뒤 2번 후보부터 차별성을 보였다. 이중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전직 외교관으로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낸 위성락 후보(현 의원)였다. 그의 존재는 민주당이 외교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남북협상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음을 상징했다.사실, 위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유세가 한창이었던 2021년 말, 주간경향은 윤석열, 이재명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을 만든 참모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윤석열 캠프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현재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이...

    2024.07.22 06:00

  • 힘 받는 ‘트럼프 2.0’, 힘 빠지는 ‘전기차·배터리’
    힘 받는 ‘트럼프 2.0’, 힘 빠지는 ‘전기차·배터리’

    대선 TV 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피격 사건까지 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4개월이 남아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을 염두에 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발생할 태풍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국내 금융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도체와 2차 전지 주가가 출렁이며 휘청이고 있다.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압박하고, 전기자동차와 2차 전지에 주는 세제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공약이 실현되려면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해야하는 변수가 있지만,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다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국에 보편관세 10% 부과 땐, 21...

    2024.07.22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당연한 것을 결심하기까지
    [오늘을 생각한다] 당연한 것을 결심하기까지

    지난 7월 18일, 고 이예람 공군 중사가 세상을 떠난 날로부터 3년 2개월 만에 장례가 시작됐다. 유가족은 오랜 시간 고인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의 냉동고에 안치하고 빈소에서 숙식하며 곁을 지켰다. 성추행, 2차 가해, 부실 수사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장례를 거부하겠다는 의지와 함께.2021년 5월 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관사에서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3월 초,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이예람 중사는 이어진 2차 피해와 군 수사기관의 방치 속에서 시들었고, 사건 발생 81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나는 이예람 중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 지원단체 활동가로서 세상을 떠난 뒤에 알게 된 사람이다. 처음 접했던 이 중사의 흔적은 ‘모두가 절 죽였습니다’란 유서에 적힌 한 서린 글귀였고, 다음 흔적은 성추행이 벌어진 다음 날 아침, 친하게 지내던 선배 부사관에게 보낸 ‘저 이제 어떻게 합니까?’란 SOS였다. 모든 이가 자기를 죽이고 있었다는 참혹한...

    2024.07.19 16:00

  • [꼬다리] 평범한 불행들
    [꼬다리] 평범한 불행들

    유튜버 쯔양의 교제폭력 피해를 빌미로 공갈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온라인의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화제에 오른 것은 역시 사이버 레커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때문이다. 가세연은 유튜브 방송에서 해당 유튜버들 간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혹을 나열했다. 당사자인 쯔양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폭로’였다. 쯔양은 애초 피해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지만, 가세연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면서 오해나 억측을 방지하려 피해에 대해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처럼 사이버 레커들의 방송은 당사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 6월 1일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도 마찬가지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를 지원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 역시 사이버 레커의 표적이 된 적 있다. 그들은 사실관계 확...

    2024.07.19 1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29) 풍자인가 씻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29) 풍자인가 씻김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열풍이 거세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 유럽 연극의 르네상스 시기 명작을 쏟아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매일 상연 중이라 할 만큼 공연계 단골 메뉴다. 하지만 올해처럼 중·대극장 작품이 연달아, 심지어 같은 시기에 같은 작품을 여러 프로덕션이 상연하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대부분 전석 매진이거나 그에 준하는 인기몰이를 이어가 공연계 종사자들도 놀라고 있다.시작은 신시컴퍼니의 세 번째 시즌 <햄릿>(손진책 연출·배삼식 극본·이태섭 무대)이다. 2016년 내로라하는 중견 연극배우들을 필두로 연극 <햄릿> 초연을 전석 매진으로 한 달여 상연한 신시컴퍼니는 2022년 같은 창작진들과 새로운 시도를 했다. 주요 배역은 청년 배우들로, 조·단역은 중장년 유명 배우들로 캐스팅한 역발상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상연 중인 같은 맥락의 세 번째 시즌 <햄릿>은 이런 여정에 힘입어 3개월 장기공연 중이다.셰익스...

    2024.07.19 16:00

  • [전성인의 난세직필](28) OK저축은행과 iM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전성인의 난세직필](28) OK저축은행과 iM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지난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재탄생한 대구은행은 회사 이름을 iM뱅크로 바꾸고 오는 7월 24일 강원도 원주에 역외 지점을 최초 개업하는 등 영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대구은행, 대구은행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 그리고 최근 DGB금융지주의 최다 출자자 지위를 획득한 OK저축은행에 적용되거나,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각종 금융규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인 OK금융그룹은 10년 전인 2014년 가교 저축은행인 예주저축은행(현 OK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기존 주력사업인 대부업 규모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016년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의원은 OK금융그룹이 일부 대부업체를 그룹 회장의 가족 명의로 돌린 후 이를 대부업 현황 보고에서 누락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017년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인가를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OK금융그룹은 오케이홀딩스...

    2024.07.19 16:00

  • [박성진의 국방 B컷](11) 러시아 포위한 ‘K-9 자주포’와 ‘9’의 의미
    [박성진의 국방 B컷](11) 러시아 포위한 ‘K-9 자주포’와 ‘9’의 의미

    대한민국이 만든 K-9 자주포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는 상징적 무기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도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우려해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했다. 루마니아는 한국산 자주포 K-9을 도입하는 10번째 국가다. 나토(NATO) 회원국으로는 6번째다. 10개국 가운데 절반인 5개국이 러시아와 인접하고 있는 국가다. 루마니아는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차 36대, 정찰·기상 관측용 차륜형, 장비탄약 등을 패키지로 2027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는 게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명이다. 총 1조3828억원 규모다.현재 K-9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1999년 계약). 튀르키예(2001년), 폴란드(2014·2022년), 노르웨이(2017년), 핀란드(2017년), 인도(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 호주(2021년), 이집트(2022년) 등이다....

    2024.07.19 16:00

  • [IT 칼럼] 저작권과 벡터화할 권리
    [IT 칼럼] 저작권과 벡터화할 권리

    최초의 저작권(copyright)은 복제권이자 인쇄권이었다. 저자의 창작물을 기계의 힘을 빌려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했다. 여기서 기계란 구텐베르크 발명 이후 보편화한 인쇄기를 지칭한다. 저자가 작성한 작품을 사들여 활자화한 뒤 인쇄기로 다량 복제하는 일련의 프로세스에 권리를 부여하는 개념이 바로 저작권이다. 1710년 영국 ‘앤 여왕법’으로 최초의 저작권이 제정된 당시, 저작권의 보유 주체는 대부분 비싼 인쇄 기계를 보유한 출판업자들이었다. 역사적으로 저작권을 기계의 역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인쇄 기계를 보유한 출판업자가 인간의 창작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 권리로 저작권은 확장해갔다. 만약 인쇄기라는 대량 복제 기계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들이 돈을 벌 기회는 제한적이었을 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활자화는 가치 생산의 핵심 수단이었다. 원고지에 쓴 저자의 작품이 금속형 활자로 제작돼 복제가 쉬운 형태로 변환되면,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2024.07.19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