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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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5.10.23
  • [신간] 중독에 대한 색다른 생각
    [신간] 중독에 대한 색다른 생각

    우리가 기댄 모든 것마쓰모토 도시히코,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송태욱 옮김·김영사·1만8800원알코올, 니코틴, 음식, 스마트폰… 우리는 수많은 중독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통상 모든 중독을 ‘뚝’ 끊는 것을 ‘중독 치료’의 목표로 두곤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알코올, 음식 등 수많은 의존증과 함께 살아온 문학평론가와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는 중독에 대한 통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문학평론가 요코미치는 책에서 ‘중독’은 쾌락을 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몸짓이라고 말한다. 이때 무조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해봤자 근원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른 중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는 중독인 채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의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중독을 터부시하는 시선 자체가 회복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리가 중독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1650호2025.10.22 06:00

  • [시네프리뷰] 8번 출구-뫼비우스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법
    [시네프리뷰] 8번 출구-뫼비우스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법

    왜 하필 8번 출구인가. 8은 뫼비우스의 띠와 닮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뫼비우스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법은 끊는 것이다. 끊으면 나선이 된다. 지적으로 설계된 영화다.제목: 8번 출구(The Exit 8)제작연도: 2025제작국: 일본상영시간: 95분장르: 스릴러, 공포감독: 카와무라 겐키출연: 니노미야 카즈나리, 고마츠 나나, 코치 야마토개봉: 2025년 10월 22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수입: ㈜미디어캐슬배급: NEW원작 게임에 에셔(M.C. Escher)의 그림 포스터가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리뷰를 쓰면서 유튜브에 올라온 게임플레이 영상을 확인해보니 역시 없다. 감독의 해석이다. 영화 속 지하철역 통로에 게시된 에셔 전시회 포스터 그림은 에셔의 그림 ‘뫼비우스의 띠 II(붉은 개미)’(1963년 작)다.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는 에셔의 여러 작품에 영...

    1650호2025.10.22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9) 부산 북형제섬 인근-온순하고 느긋한 박쥐물고기

    박쥐물고기(Batfish)는 독특한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다이버들과 해양생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는 어종이다. 분류학상 농어목 제비활칫과(Ephippidae)인 박쥐물고기는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른 독특한 체형을 하고 있다. 짧은 몸길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높은 체고가 가장 큰 특징이다. 옆에서 보면 삽(Spade)처럼 납작하고 넓게 퍼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어권에서는 “Batfish(박쥐물고기)” 또는 “Spadefish(삽물고기)”라고도 불린다.박쥐물고기는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느긋하며, 움직임도 빠르지 않아 다이버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특별히 경계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수중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피사체가 되며, 교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어기와 성어기의 외형이 매우 달라 초보 해양생물 관찰자라면 서로 다른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유어기에는 지느러미 끝이 뾰족하고 몸 전체가 납작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몸통이 넓어지고 형태가 둥글...

    1650호2025.10.22 06:00

  • ‘쌍꺼풀’ ‘혀 말기’가 우성? ‘궤도 사태’가 한국사회에 던진 질문
    ‘쌍꺼풀’ ‘혀 말기’가 우성? ‘궤도 사태’가 한국사회에 던진 질문

    학창 시절 과학 시간을 떠올려보자. 혀를 ‘U자’ 모양으로 말 수 있는 것을 ‘우성’, 혀 말기를 못 하는 것을 ‘열성’이라고 배웠다. ‘혀 말기’는 상염색체에 있는 한 쌍의 대립유전자로, 멘델의 법칙을 따른다’고도 배웠다. 혀 말기가 되는 이의 유전자를 ‘RR’ 혹은 ‘Rr’로, 불가능한 이의 유전자를 ‘rr’로 표기하며 혀 말기 가계도를 분석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혀 말기가 안 되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난 자녀 역시 혀 말기가 안 된다.과학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설명이 잘못됐으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1940년 혀 말기가 우성 형질이라는 얘기를 처음 꺼냈던 미국의 유전학자 스터티번트는 혀 말기가 안 되는 부모에게서 혀 말기가 되는 자녀가 나오는 등 예외가 다수 있다는 점, 이후 일란성 쌍둥이 연구에서도 멘델 유전과 맞지 않는 사례가 나왔다는 사실을 들어 1967년 자신이 쓴 <유전학의 역사>에서 자신의 오류를 인...

    1650호2025.10.20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8) 라이브 연주로 다시 쓴, 비극의 희망연대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8) 라이브 연주로 다시 쓴, 비극의 희망연대

    드럼의 첫 타격이 울리자, 객석과 공간이 동시에 전율한다. 몸보다 먼저 심장이 쿵쾅거린다. 기타 피드백(앰프에서 나온 소리가 기타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픽업으로 들어가 순환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색)의 진동이 객석을 가르고, 배우의 록킹한 포효가 라이브 밴드 사운드와 맞물리며 객석을 덮치듯 달려든다. 록 뮤지컬의 강렬한 서곡(오버추어)과 첫 번째 넘버는 관객의 심신 상태와 작품의 서사 및 음악적 세계관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매개다. 무의식중에 주파수대가 동기화됐다면 작품과 관객의 물아일체는 시간문제. 감정은 더 이상 대사나 표정, 안무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로이 확장된다. 슬픔은 음향으로, 연민은 박동으로, 공감은 진동으로 바뀐다. 뮤지컬 <쉐도우>와 연극 <안트로폴리스 Ⅰ: 프롤로그/디오니소스>(이하 안트로폴리스)는 이 진동을 다시 감정으로 전환하는 감각 중심 작품이다. 비극을 재현하지 않고, 비극의 파동을 체험하게 이끈다는 점에...

    1650호2025.10.17 14:51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14) 소녀는 어떻게 여자가 되는가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14) 소녀는 어떻게 여자가 되는가

    오정희의 <유년의 뜰>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유년부터 중년을 보낸 한국 여성의 일대기를 연작 형식으로 그린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개 단편의 주인공이 동일 인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별사’를 제외하고 각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고, 그들이 살고 있는 연대나 거주하는 장소도 특정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집이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히는 것은 작중 여주인공들의 경험이 6·25전쟁기부터 개발독재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한국 여성들이 어린아이에서 성인 여성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다단한 경험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사회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 탐문<유년의 뜰>은 생애의 다른 시간대를 통과하는 여성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결, 고통과 체념을 적확한 문체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정희...

    1650호2025.10.17 14:50

  • [IT 칼럼] ‘소라 2’가 창조하는 완벽한 허상
    [IT 칼럼] ‘소라 2’가 창조하는 완벽한 허상

    2024년 12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AI 소라(Sora) 첫 버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그 잠재력은 인상적이었지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물리 법칙을 종종 무시했고, 인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난 9월 30일 공개된 소라 2는 이전 버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놀라운 도약을 이루었다.이제 사용자는 “주인을 향해 달려가는 골든레트리버”와 같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1920년대 무성 영화 스타일로, 안개 낀 금문교를 배경으로 회한에 찬 표정을 짓는 늙은 탐정의 클로즈업 샷, 카메라는 그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따라 천천히 줌 아웃한다”와 같은 복잡하고 감성적인 디렉팅까지 가능하다.소라 2의 핵심은 ‘맥락적 일관성’과 ‘물리적 정확성’의 경이로운 향상에 있다. 영상 속 인물은 여러 장면에 걸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의 결을 유지하며, 자연스러운 미소, 흩날리는 머리카락 등 실제 촬영한...

    1650호2025.10.17 14:47

  •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지난 9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골목에 자리한 문학서점 ‘고요서사’ 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덟 명의 참석자가 둘러앉아 있다. 이날은 황인숙 시인과 함께하는 정기 프로그램 ‘마지막 금요일 저녁때’가 열리는 날이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마다 서점에 모여 그달의 책을 함께 낭독하는 행사로 이날은 9월의 도서인 박혜경 시집 <한 사람을 생각했다>를 함께 읽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황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황 시인은 “정부의 지원이 끊겨서 동네책방이 힘들다는 기사를 읽고 평소 자주 드나들던 고요서사가 걱정이 됐다. 독서 전초 기지 같은 공간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책 1권을 1시간 동안 이어읽기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낭독회가 시작되자 황 시인을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차례로 시를 소리 내 읽어 나갔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이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온전히 ‘읽기’에 집중했다....

    1649호2025.10.13 06:00

  • ‘대한민국은 공연 중’···전국서 연극·무용 등 210편 무대
    ‘대한민국은 공연 중’···전국서 연극·무용 등 210편 무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는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2025 대한민국은 공연 중’을 진행한다.‘대한민국은 공연 중’은 공연 성수기인 10∼11월에 문체부가 추천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을 국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정보와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문체부는 ‘서울아트마켓’(PAMS),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리:바운드 축제’,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210편의 공연과 축제 정보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통합해서 홍보한다.‘서울아트마켓’은 오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국립중앙극장,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등에서 진행된다. 국내 우수공연을 해외 구매자에 소개하는 ‘팸스초이스’와 공연유통을 위한 1대 1 사업 미팅 프로그램인 ‘팸스스피드데이팅’을 통해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오는 16일부터 11월 9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대학로극장 쿼드...

    2025.10.08 06:12

  • [문화캘린더] 전혜진이 전하는 테베 왕가의 비극
    [문화캘린더] 전혜진이 전하는 테베 왕가의 비극

    [연극] 안트로폴리스Ⅱ - 라이오스일시 11월 6~22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5000원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라이오스>가 국내 초연된다. 2023년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신화를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로 2025~2026년 국립극단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국내 초연은 연출가 김수정이 맡았으며, 2025년 한국사회의 맥락에 맞춰 각색됐다. 익숙한 신화에 상상력을 더한 원작은 지배와 피지배, 부모와 자식 간의 대물림 구조를 통해 동시대의 균열을 드러낸다.<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 신화의 기원이 되는 인물 라이오스를 중심으로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이 오이디푸스를 조명해온 반면 그 아버지인 라이오스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작품은 ‘라이오스는 왜 신탁을 거스르려 했는가’, ‘오이디푸스는 ...

    1649호2025.10.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