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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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5.10.24
  • [문화캘린더] 모국어 빼앗긴 조선인 삶 조명
    [문화캘린더] 모국어 빼앗긴 조선인 삶 조명

    [연극] 국어의 시간일시 8월 8~17일 장소 CKL스테이지 관람료 전석 4만원광복 80주년을 맞아 극단 백수광부가 일본 작가 오리 키요시의 <국어의 시간>을 국내 초연한다.오는 8월 서울 무대에 오를 이번 공연은 일제강점기, 모국어를 빼앗긴 조선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무대는 1940년대 일제 통치하의 경성에 있는 한 소학교 교실. 교사 대부분은 일본인이지만,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고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조선인 교사들도 있다.여름방학을 맞은 이들은 학생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창씨개명을 독려해야 한다. 학생들의 부모나 조부모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던 중 조선총독부 학무국 소속 관리가 학교를 방문한다. 교내에서 발생한 낙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칠판이나 벽에 한글로 적힌 낙서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규탄하고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조선인 교사들 사이에는 불안과 의심이 점점...

    1638호2025.07.23 06:00

  • [시네프리뷰] 전지적 독자 시점-한국 영화의 개척 꿈꾼 실험적 이세계물
    [시네프리뷰] 전지적 독자 시점-한국 영화의 개척 꿈꾼 실험적 이세계물

    제목: 전지적 독자 시점(Omniscient Reader)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17분장르: 판타지, 모험, 액션감독: 김병우출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권은성개봉: 2025년 7월 23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원작은 부부 작가 팀으로 알려진 ‘싱숑’이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한 동명의 웹소설이다.2010년대 접어들며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며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은 소위 ‘이세계물’(異世界物·지구상이 아닌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 계열로 분류되는 대표적 국내작품이다. 더불어 묵시록적 대재앙을 다루는 아포칼립스물(Apocalypse物),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들이 특정인을 선택해 후원한다는 설정의 성좌물(星座物) 특성까지 아우른다....

    1638호2025.07.23 06:00

  • [신간]법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와 시민성
    [신간]법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와 시민성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신디 K. 스캐치 지음·김내훈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500원유럽의 헌법학자인 저자는 2008년 이라크 헌법개정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다 로켓 공격을 받는다. 독립을 요구하는 이라크 내 쿠르드인을 대상으로, 독립이 아닌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헌법 설계 작업을 돕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이라크를 도망치듯 떠났다. 한편 민주적인 헌법이 존재하는 유럽 국가에서도 극우 정권이 들어서고 소수자와 약자를 혐오하고 억압하는 일들을 목격한다.그전까지 “어떤 헌법이 민주주의의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만을 연구해온 저자는 그제야 “법이 질서의 파괴를 가져오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지침을 얻기 위해 법에 의존하는 방식은 잘못됐다”는 점을 깨닫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시민성’이다.이 책은 국가를 주체적인 시민들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영어 원제 역시 ‘시...

    1638호2025.07.23 06:00

  • [신간] 엄마의 굴레를 넘어 딸의 자아 찾기
    [신간] 엄마의 굴레를 넘어 딸의 자아 찾기

    착한 딸 증후군캐서린 파브리지오 지음·문가람 옮김·황소걸음·2만2000원“아들이에요”라는 말에 의사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임산부를 보는 건 요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딸 선호 사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딸은 아들보다 키우기가 수월(?)하고 크면 손잡고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기 쉽다는 환상이 딸 선호사상을 만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환상’이다. 딸과 ‘친구’로 지내는 것은 엄마의 바람일 뿐 딸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치료사 캐서린 파브리지오는 착한 딸이 문제적 엄마와의 관계에서 겪는 죄책감, 수치심, 우울감, 자존감 상실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한다. 책은 착한 딸로 살아온 여성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며,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

    1638호2025.07.2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3) 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

    30여년간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고래, 고래상어, 쥐가오리, 남극 물범·물개 등 큰 바다 동물을 만났을 때도 그러하지만 멸치,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이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 감동한다. 이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향을 바꾸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흐름을 만든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율동적인 움직임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닷속으로 스며든 햇살에 은빛으로 반사되는 비늘의 일렁임은 감동의 물결을 불러온다.작은 물고기들의 유영 중 으뜸은 2015년 필리핀 세부섬에서 만났던 정어리의 군무였다. 3일 동안 정어리만 지켜봤을 정도로 정어리 군무에 흠뻑 빠져들어 사진 수천 컷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은 생명의 조화 속에 나 자신이 너무 둔감한 존재처럼 느껴졌다.사람들은 짧은 경험과 현학적인 지식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에 이유를 붙이지만, 이토록 정교하게 얽힌 생명의 질서 ...

    1638호2025.07.23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2) 전력 폭풍 흡입하는 ‘AI의 역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2) 전력 폭풍 흡입하는 ‘AI의 역설’

    에어컨이 고장 났다. AS를 신청했지만 3주 걸린단다. 고온다습한 나날, 집에서 버티지 못하고 일찌감치 공연장 순례를 시작했다. 마침 46회 서울연극제와 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서울과 대구에서 열렸다. 일정에 맞춰 관람을 시작했는데 전기에너지와 AI 관련 작품들이 눈에 뜨인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건을 다룬 연극 <관저의 100시간>과 전기에너지를 대중화한 니콜라 테슬라를 다룬 뮤지컬 <테슬라>가 동시 상연 중이었다. AI를 활용한 1인 콘서트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과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대화 내용을 AI 기반으로 텍스트 마이닝(비정형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과 시야를 추출하는 과정)한 이머시브 연극 <힐마운트 더퍼스트 센트럴포레 로얄그랜드 스타파크 위례시티>(이하 ‘힐마운트’)가 재밌다고 소문났다. 필자가 이들 작품을 반복 관람하고 이 글을 쓰려는 와중에 <관저의 100시간...

    1638호2025.07.18 14:34

  • [문화캘린더]연극-번아웃에 관한 농담- 자본주의 뒤편 노동 착취의 민낯
    [문화캘린더]연극-번아웃에 관한 농담- 자본주의 뒤편 노동 착취의 민낯

    [연극] 번아웃에 관한 농담일시 7월 19일~8월 3일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관람료 전석 3만5000원창업 2년 차 스타트업 ‘플랫폼 몬스터(플몬)’는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재능마켓’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신생 기업이 흔히 그렇듯, 이곳 역시 명확한 업무 체계는 없고, 낮은 연봉에 2~3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이 도맡는 상황. 그런데도 어찌어찌 회사는 돌아간다.그러던 어느 날, 경영지원팀장이 돌연 잠적하고 그 공백을 메우게 된 대리 유진은 몰려드는 업무에 휘청인다. 한편 플랫폼에는 근거 없는 악성 리뷰가 등장해 프리랜서 회원 제이미의 생계가 위협받고, 제이미는 플랫폼의 무책임한 운영에 분노해 항의 전화를 이어간다. 그 전화를 감당해야 하는 유진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대표 한민은 내년 예정이던 신규 사업 론칭 일정을 두 달 앞으로 앞당긴다.연극 <번아웃에 관한 농담>은 반들거리...

    1637호2025.07.16 06:00

  • [시네프리뷰]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수녀나 악령 들린 여자 나오면 다 오컬트 영화일까
    [시네프리뷰]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수녀나 악령 들린 여자 나오면 다 오컬트 영화일까

    이야기 구조는 평면적이면서도 난삽하다. 동남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화는 만들어진 듯싶지만, 한국 배우들의 베트남어 연기를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제목: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11분장르: 공포감독: 노홍진출연: 스테파니 리, 이신성, 김정민, 김미숙, 김태연개봉: 2025년 7월 17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제작: 영화사고혹, 표범영화사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초자연적 대상이나 살인마와 같은 소재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다 공포 영화일까.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라는 ‘오컬트’ 영화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상념이다. 이 장르의 효시라 라할 수 있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3)에서 악령 들린 소녀 리사가 그랬듯 푸른색 토사물을 쏟아내고 신체를...

    1637호2025.07.16 06:00

  • [신간]소설로 풀어낸 경제학의 변곡점들
    [신간]소설로 풀어낸 경제학의 변곡점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신현호 지음·어바웃어북·2만원경제와 소설. 어쩌면 그사이의 간격은 도무지 메워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 수 있다. 한때 국내 많은 경제학도에게 소설은 한가한 취미생활, 가끔 머리를 비울 때 쓰는 ‘쉬는’ 행위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30여년간 이코노미스트로서 학계와 기업, 국회 등에서 일해온 저자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점에서 소설가와 경제학자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데이터와 차트를 이용했을 때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같은 명작으로 자산 불평등을 이해하는 게 더 직관적일 수 있다. 금융시장 큰손들의 탐욕과 그들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인한 폐해도 나날이 쏟아지는 파편적 기사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소설이 더 친절한 이해를 돕는다. 책은 40편의 소설로 금융투기의 역사부터 유럽 대륙에서 터진 여러 차례의 버블 사태, 20세기 대공황, 21세기 패권 전쟁 그리고 앞으로 닥칠 AI 시대 등의 중요 변곡점을 풀어낸...

    1637호2025.07.16 06:00

  • [신간] ‘겸사겸사 공존’서 엿본 공유 경제
    [신간] ‘겸사겸사 공존’서 엿본 공유 경제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오가와 사야카 지음·지비원 옮김·갈라파고스·1만8500원홍콩 주룽반도 침사추이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청킹맨션’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이 된 공간이다. 중국계와 남아시아계 주민들은 시계점, 잡화점, 식당 등을 운영하고,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은 비자 없이 불법으로 장기간 체류하며 중고차나 중고 가전제품을 자국으로 수출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온 상인들을 상대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주민과 학생, 돈 없는 관광객들은 건물 내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이들은 청킹맨션에서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태로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살아간다.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인 저자 역시 청킹맨션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자칭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불법 체류 중인 카라마와 아프리카계 주민들은 “세상의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타인을 배제하지도 않고 ‘겸사겸사’ 도우며 살아간다. 낯...

    1637호2025.07.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