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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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5.10.23
  • [문화캘린더]연극 봄밤-고단한 삶서 끌어올린 관계의 의미
    [문화캘린더]연극 봄밤-고단한 삶서 끌어올린 관계의 의미

    [연극] 봄밤 일시 9월 16~28일 장소 우란2경 관람료 전석 4만5000원권여선 작가의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수록된 단편 ‘봄밤’을 원작으로 한 무대가 관객을 찾는다. 작품은 알코올 중독 환자 영경과 류머티즘 환자 수환, 요양원에서 ‘알류커플’이라 불리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젊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어두운 결을 마주하고 있는 간병인 종우의 시선은 영경과 수환의 이야기를 또 다른 층위에서 비춘다.모든 것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두 사람, 그리고 그 곁에서 바라보는 젊은 간병인 종우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고단함과 애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관계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한다.이소연 작가는 인물에 대한 세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이인수 연출은 실험적인 형식을 통해 감각적인 무대를 구현한다. 그들의 협업은 관객을 단숨에 복잡한 감정의 심연으로 끌어들이며, 한 잔의 술처럼 쓰고 빈 잔처...

    1644호2025.09.03 06:00

  • [시네프리뷰] 컨저링: 마지막 의식-워렌 부부에 의한, 워렌 부부를 위한 영화
    [시네프리뷰] 컨저링: 마지막 의식-워렌 부부에 의한, 워렌 부부를 위한 영화

    제목: 컨저링: 마지막 의식(The Conjuring: Last Rites)제작연도: 2025제작국: 영국, 미국상영시간: 135분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감독: 마이클 차베스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미아 톰린슨, 벤 하디국내 개봉: 2025년 9월 3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어느 골동품 가게. 거울 앞에 선 여성이 거울에 손을 가져다 대자 금이 간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이미지. 여성은 쓰러진다. 임산부인 이 여성은 하혈하며 병원에 실려 간다.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밤, 응급수술이 진행되는데 전기마저 나간다. 그때 천장 기둥에 어렴풋이 나타나는 누군가의 손. 사람이 아닌 존재가 아이를 노리고 접근한다. 어렵게 아이는 태어났지만 숨을 쉬지 않는다. 사산한 아기를 두고 의사가 안타깝다는 말을 건네는데, 산모와 아버지가 울면서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니 울음을 터뜨린다. 살아난 ...

    1644호2025.09.03 06:00

  • [신간] 친환경 아이콘 지렁이의 두 얼굴
    [신간] 친환경 아이콘 지렁이의 두 얼굴

    흙의 숨유경수 지음·김영사·2만2000원토양학 교수인 저자는 한국 진도, 미국 오대호 연안·알래스카, 인도 나갈랜드, 스웨덴 파디엘란타 등 전 세계를 돌며 흙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했다.책에서 오대호 연안과 알래스카, 파디엘란타의 토양이 황량하게 변한 이유를 밝혀가는 과정은 추리물에 가깝다. 저자와 동료들은 토양을 바꾼 범인이 ‘지렁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1만 년 전까지 두꺼운 빙하로 덮인 까닭에 이들 지역은 최근까지 지렁이 없는 생태계로 진화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유입된 유럽·아시아 쪽 지렁이가 유기물을 빠르게 분해하기 시작했고, 과다하게 쏟아져 나온 영양분이 지하수와 개천에 씻겨 나가면서 황량하게 변했다는 설명이다. 오대호 지역 원주민 언어를 연구한 학자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돼요. 원주민 말에 지렁이를 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이 늘 의아했어요.”한국, 중국, 일본 등 온대 지역은 흙에 질소가 부족하다 보니...

    1644호2025.09.03 06:00

  • [신간] 통찰과 상상력의 비타민 ‘문학 읽기’
    [신간] 통찰과 상상력의 비타민 ‘문학 읽기’

    왜 학교에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데니스 수마라 지음·오윤주 옮김·노르웨이숲·2만800원“우리는 문학을 왜 읽어야 할까?” 이 질문 앞에는 종종 ‘굳이’라는 부사가 덧붙는다. 왜 AI가 모든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주는 시대에 오랜 시간을 들여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걸까?저자인 데니스 수마라는 문학 읽기가 “깊은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초점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끈기를 갖고 어떤 행위를 지속해갈 때, 어떤 세계의 윤곽이 점진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는 의외의 풍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통찰력은 거시적 주장이 아닌 ‘작은 이야기’들로부터 형성된다고 말했다. 소설은 그런 작은 이야기들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풍부한 통찰을 쌓아 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문학을 ‘의무’로 강요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학이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읽기 때문이 아니라 ...

    1644호2025.09.0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6)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섬-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6)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섬-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지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북위 78도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롱위에아르뷔엔을 다녀왔다. 롱위에아르뷔엔은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으며, 역대 최저기온은 영하 46도에 달한다. 여름에는 하루평균 기온이 4~5도로, 폭염에 시달리는 한국보다 쾌적한 편이다.필자는 지금까지 롱위에아르뷔엔을 중심으로 한 북극권을 네 차례 방문했다. 다양한 동식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그중 가장 깊은 인사이트를 준 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였다.이들은 매년 4~8월 북극권에서 번식한 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여름이 시작되는 지구 반대편 남극으로 이동한다. 이듬해 4월 남극에 겨울이 오기 전 다시 북극으로 돌아온다.살기에 적합한 기온을 찾아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이들의 연간 이동 거리는 7만900㎞에 달한다. 신천옹, 흑꼬리도요, 검은슴새 등도 먼 거리를 여행하지만 북극제비...

    1644호2025.09.03 06:00

  • 디지털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물성’의 힘…그가 물건을 모으는 이유
    디지털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물성’의 힘…그가 물건을 모으는 이유

    그는 수집가다. 일일이 개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약 30년간 1만여점에 달하는 물건을 수집했다. 물건을 모으는 기준은 희귀함이나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대부분의 수집가와는 달리 흥미로운 이야기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발굴의 즐거움을 주는지다. 나중에 비싼 값에 ‘되파는’ 일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기, 메모, 사진 등 당대를 살아간 장삼이사의 삶의 흔적이 남은 자료면 더 좋다. 이런 자료들을 모아 그간 <내 방안의 역사 컬렉션>,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등 4권의 책을 냈다.다만 직업적인 연구자나 수집가가 아니라 학원강사라는 생업이 있고, 수집을 위한 별도의 장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수집품에는 대체로 몇 가지 소소한 조건이 더 따라붙는다. 가볍고 자리를 덜 차지할 것, 너무 비싸지 않을 것.저는 사료를 그 시대에 통하는 게이트웨이, 이런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그게 완전히 대체될까요? 글쎄요.지난...

    1644호2025.09.01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5) ‘불안’으로 빚어지는, 구체화한 ‘나’

    당혹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흔히 농담 반 진담 반 내뱉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는 철학적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로 풀어보면 정체성(국적·성별·직업 등 주어진 속성과 소속)과 아이덴티티(불안과 혼돈 속 선택하는 과정적 자아)에 대한 불안이 읽힌다. 초지일관이 왕도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조변석개가 자연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아이덴티티’는 미완의 무정형 상태로 수용된다. 바로 인간은 세계 안에 던져져(피투성·Geworfenheit)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직-아닌 것(noch-nicht)’, 즉 변동성과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존재라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현존재(Dasein)’다. 올해 들어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줄을 잇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연극 <로제타>(김정한 Yossef K. 작·연출, 장도혁 음악, 김상민 무대, 이승호·강상...

    1644호2025.08.29 14:56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11) 여대생 소설의 등장과 단독자 여성의 자아 찾기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11) 여대생 소설의 등장과 단독자 여성의 자아 찾기

    강석경의 <숲속의 방>은 150쪽 안팎의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지만 1980년대 여성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1985년 가을 ‘세계의문학’에 발표됐다가 이듬해 동명의 소설집에 수록된 이 작품은 1986년 작가에게 ‘오늘의작가상’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출간 3개월 만에 2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에도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은 이어져 초판 30쇄와 2판 6쇄를 찍었고, 2005년에 출간한 3판도 꾸준히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990년대 초에는 공지영 각색, 최진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는 여성 독자와 여성 관객의 공감과 지지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무엇이 이토록 열렬한 반응을 일으켰던 것일까? 소양이라는 문제적인 여주인공을 빼놓고서 이 작품의 대중성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중산층 가정의 교육받은 딸’이라 할 수 있는 소양이 세상과 불화하며 자기를 찾기 위해 벌이는 투...

    1644호2025.08.29 14:56

  • [문화캘린더] 뮤지컬 레드북-시대 억압 넘어 자아 찾아가는 여성
    [문화캘린더] 뮤지컬 레드북-시대 억압 넘어 자아 찾아가는 여성

    [뮤지컬] 레드북 일시 9월 23일~12월 7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관람료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6만원19세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런던을 배경으로 시대의 억압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서사를 그려낸 작품이다.약혼자에게 과거를 고백한 뒤 파혼당한 여인 안나가 도시로 떠나 홀로 삶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첫사랑의 기억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안나는 어느 날 ‘신사 중의 신사’ 브라운을 만나고 그의 격려를 계기로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입회해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다. 그러나 여성이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빅토리아 시대, 그의 소설이 게재된 잡지 레드북은 사회적 비난과 탄압에 직면하게 된다. 작품은 개인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시대적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제1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묻는다.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1643호2025.08.27 06:00

  • [시네프리뷰] 투게더-‘함께’이기에 감내해야 할 고통과 선택
    [시네프리뷰] 투게더-‘함께’이기에 감내해야 할 고통과 선택

    <투게더> 호평 이유는 공포영화로서 본질에 충실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연출과 더불어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의 매력적인 연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제목: 투게더(Together)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 호주상영시간: 102분장르: 공포, 로맨스감독: 마이클 생크스출연: 데이브 프랭코, 알리슨 브리, 데이먼 헤리먼개봉: 2025년 9월 3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21세기 영화 산업은 분명히 과거와 다른 생태계 안에서 재편되고 있다.필름의 굴레를 벗어던진 디지털 시대는 이전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영상 제작 환경을 조성했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은 누구라도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이자 주류세계로의 진입을 가능케 하는 고속통로가 되고 있다.도제 시스템이나 전통적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됐던 장편 영화감독 데뷔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1643호2025.08.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