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문화·과학

2025.10.23
  • [취재 후]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 후 K콘텐츠의 미래
    [취재 후]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 후 K콘텐츠의 미래

    어쩌다 보니 공개 직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봤습니다. 퇴근 후 리모컨을 켰는데,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라고 나오더군요. <케데헌>은 TV모니터 앞을 지나가던 딸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튿날 딸은 엄마에게 한번 보기를 ‘강권’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디테일한 고증 같은 건 꽤 잘됐지만, K팝 아이돌 가수들의 진짜 직업이 알고 보니 괴물 사냥꾼이었다는 설정이 참신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당장 떠올랐던 것이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알고 보니 ‘뱀파이어 헌터’였고, 미국 남북전쟁도 뱀파이어들의 ‘음모’ 때문에 일어났다는 역사 판타지 소설이었습니다.<케데헌>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후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주 제가 쓴 “‘케데헌’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도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많이 나온 주제였습...

    1647호2025.09.24 06:00

  • [문화캘린더]에쿠우스(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
    [문화캘린더]에쿠우스(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

    [연극] 에쿠우스(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일시 10월 3일~2026년 2월 1일 장소 예그린씨어터 관람료 전석 6만6000원헤스터 판사가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를 찾아와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소년 알런 스트랑의 치료를 의뢰한다. 다이사트는 치료 과정에서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무관심에 짓눌린 알런을 마주하며, 말에 대한 광적인 열정과 원시적 욕망으로 가득 찬 그의 내면에 점차 사로잡힌다. 알런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고 치료를 시작하지만, 동시에 소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 속에서 자신 또한 어둠에 잠식돼 간다.<아마데우스>, <고곤의 선물>로 잘 알려진 세계적 극작가 피터 셰퍼의 대표작 <에쿠우스>가 한국 초연 5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화두인 신, 인간, 섹스에 대한 성찰과 인간 내면의 원초적 욕망을 깊이 탐구하며, 열정과 광기, 원시적...

    1647호2025.09.24 06:00

  • [시네프리뷰] 얼굴-아프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얼굴
    [시네프리뷰] 얼굴-아프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얼굴

    미스터리 형식의 사건 전개도 흥미롭지만, 생생한 인물들과 쉴 새 없이 오가는 애정, 의심, 증오, 선망, 실망, 탐욕 등 다양한 감정의 날카로움과 위태로움이 보는 이를 더욱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제목: 얼굴(The Ugly)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03분장르: 미스터리, 드라마감독: 연상호출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개봉: 2025년 9월 11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보통의 관객들에게라면 연상호 감독을 <부산행>의 감독이라고 설명하는 게 쉽겠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됐고, 초기작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는 꾸준히 가치를 인정받는 수작이다.요즘 들어 연상호라는 이름에 싫증을 드러내는 사람이 꽤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감독들에겐 좀처럼 보기 드문 왕성한 다작 활동에 있지 않나 싶다. 스스로 연출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많은 작품을 지휘하고, 그...

    1647호2025.09.24 06:00

  • [신간] 호주에 가서야 답을 찾았다
    [신간] 호주에 가서야 답을 찾았다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루아나 지음·메멘토·1만9800원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했던 저자가 호주로 이주한 뒤 돌봄 노동자로 일하며 겪은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내 아이는 왜 이토록 예민하고 까다로울까? 아이와 나의 관계는 왜 이렇게 겉돌기만 할까?’ 괴로워하던 저자는 호주에 가서야 답을 찾았다.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이제 혼자 애쓰지 말고 전문가들과 함께 키우자”는 의사의 말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아이가 다니는 공립학교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교사들 역시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는 “(한국에서의) 내 교직 생활은 특수학급에 머물던 장애 학생을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거나, 학급에 이미 함께 있던 장애 아동을 무지 탓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호주의 장애인들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주거 환경을 스스로 선택한다. 공립 수영장 같은 시설은 성...

    1647호2025.09.24 06:00

  • [정태겸의 풍경](96) 전남 강진-장인의 손으로 빚은 선 고운 옹기
    [정태겸의 풍경](96) 전남 강진-장인의 손으로 빚은 선 고운 옹기

    몇 번이나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전남 강진은 숨어 있는 보석 같다. 먹을 것, 볼 것, 할 것이 생각보다 많음에도 가치에 비해 덜 알려진 여행지다. 원래 이곳은 청자로 유명세를 날리던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진의 청자만 쳐다보다 이곳의 옹기가 못지않게 훌륭하다는 건 놓치고 있었다. 칠량 바닷가 옹기장인 정윤석씨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강진의 옹기를 알게 됐으니.칠량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옹기를 만들었다. 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을 뒷산의 흙이 옹기를 빚기에는 제격이다. 자연스레 그 역사가 길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졌다.장인에게 옹기 빚는 과정을 들었다. 듣기만 하면 뭐하냐면서 물레 앞에 앉는다. 곱게 내린 흙을 치대어 만든 반죽이 물레 위에 오르고, 때리고 돌려 다듬으며 옹기 하나를 빚기 시작한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힘이 있다.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장인은 말 한마디 없이 옹기를 빚는 동안 물레...

    1647호2025.09.24 06:00

  • [김우재의 플라이룸](66) 과학의 정치적 종말
    [김우재의 플라이룸](66) 과학의 정치적 종말

    전 세계 생의학 연구를 선도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25년부터 국제 공동 연구의 생명줄을 끊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 정책은 미국 연구 과제에 해외 기관이 하위 과제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우려 국가’ 연구자들의 핵심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차단하며, 수년간 진행된 국제 프로젝트의 중단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 건조한 행정 언어 뒤에는 세계 과학계를 이끄는 초강대국 미국이 스스로 연구 생태계 주변에 장벽을 쌓고 있다는 섬뜩한 현실이 숨어 있다.평화로운 시대의 종말론존 호건은 저서 <과학의 종말>(1996)에서 위대하고 혁명적인 과학 발견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다윈의 자연선택, DNA 이중나선 구조와 같은 현대 과학의 근본적인 기둥들이 현실에 대한 본질적으로 참된 지도를 형성했으며, 이 지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다만 문제는 미래의 과학 활동이 지도를 새로 그리는 것이 아니...

    1647호2025.09.19 14:16

  • [문화캘린더] 소리극-서편제; The Original-원작에 충실하게 소리의 미학적 복원
    [문화캘린더] 소리극-서편제; The Original-원작에 충실하게 소리의 미학적 복원

    [소리극] 서편제; The Original일시 10월 17일~11월 9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관람료 전석 7만원전남 보성의 외진 마을, ‘소릿재’라 불리는 고개 너머에 자리한 주막. 한 사내가 들어서고 주인 냉이가 술상을 내오는 사이 사내는 불쑥 북을 꺼내 든다. 장단이 울리자 냉이는 곧 소리를 뽑기 시작한다. 소리 끝에 사내가 소릿재 주막의 내력을 묻고 냉이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한 아비와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원작으로 한 창작 소리극 <서편제; The Original>이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돼 무대에 오른다. 1976년 출간된 <서편제>는 이후 영화와 뮤지컬, 창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각색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온 대표 서사다. 정동극장은 이번 작품을 통해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고 ‘소리’라는 매체 본연에 집중하는 무대를 구성했다. ‘디 오리지널’이라는...

    1646호2025.09.17 06:11

  • [시네프리뷰]귀시-귀신 사고판다는 ‘귀시’ 배경은 왜 베트남일까
    [시네프리뷰]귀시-귀신 사고판다는 ‘귀시’ 배경은 왜 베트남일까

    ‘큰 나무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에피소드까지 총 5편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묘하게,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제목: 귀시(THE CURSED)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96분장르: 공포감독: 홍원기출연: 유재명, 문채원, 서영희, 원현준, 솔라, 차선우, 수민, 서지수, 손주연개봉: 2025년 9월 17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제작: ㈜제리굿컴퍼니, 쟈니브로스㈜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제리굿컴퍼니돌이켜보면 J호러 붐을 일으킨 쌍두마차 중 하나인 <주온>(시미즈 다카시 감독·1997)의 이야기 구조는 기이했다. 에피소드는 잘게 쪼개져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당하는 불행 내지는 실종 이야기를 마치 DNA 나선을 엮듯 끊임없이 이어가는 이야기 구조다. 불량 소녀든 착한 모범생이든 결국에는 다 당한다. 그런데 이들의 불행 스토리를 통해 끊임없이 회귀하는 사건이 있다. ...

    1646호2025.09.17 06:11

  • [신간]매각 위기서 만든 동화 같은 기적
    [신간]매각 위기서 만든 동화 같은 기적

    직원들이 회사를 샀다김영수, 한대웅 지음·마이 라이프·1만9800원회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직원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 ‘좋은 오너’와 새 경영진이 해고 없이 회사를 잘 경영해주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사주의 고용 승계 약속은 깨지기 일쑤고, 회사 자산을 팔아치우거나 기술만 쏙 빼가기도 한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 인수·합병 시장을 떠도는 기업들이 종종 눈에 띈다.경부고속도로, 지하철 1호선, 한강 종합개발, 청계천 복원, 인천국제공항 등의 건설에 참여한 토목 엔지니어링(설계)업체 한국종합기술(KECC)도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의 경영 악화로 2017년 매물로 나왔다. KECC의 직원들은 좋은 오너를 기다리는 일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우리가 인수하자.”KECC의 임직원 830명은 KECC홀딩스 법인을 설립하고 1인당 5000만원을 출자해 385억원을 모은 뒤, 추가로 145억원을 대출받아 KECC 경영권을 포함하는 주식 52%를 사들였...

    1646호2025.09.17 06:09

  • [신간] 우리는 왜 ‘말의 이면’ 읽어야 할까
    [신간] 우리는 왜 ‘말의 이면’ 읽어야 할까

    더블스피크윌리엄 러츠 지음·유강은 옮김·교양인·2만4000원더블스피크(Double Speak)란 이중화법을 뜻한다. 사안의 본질과 맥락을 고의로 흐리기 위해 권력자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폭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보면 ‘부수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하거나, 고문 대신 ‘향상된 심문 기법’을 사용한다고 하는 식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상속세에 부정적인 의미를 덧씌우기 위해 ‘유산세(상속세)’라는 표현 대신 ‘사망세’라는 용어를 고안해내기도 했고, 효과는 상당했다.저자가 초판을 쓴 것은 1989년이었고, 사람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이중화법이라는 기만적 언어 전술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중화법은 과거에 비해 아무렇지도 않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기만적인 언어의 힘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전술로서의 이중화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예전보다 더 위험한 이유다. 그가 수십 년간 모아온 이중화법의 데이터베이스 및 분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다 보...

    1646호2025.09.17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