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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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5.10.23
  • [시네프리뷰]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시대가 인정한 시네아스트의 작정한 변신
    [시네프리뷰]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시대가 인정한 시네아스트의 작정한 변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상업 영화의 미덕을 충실히 성취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폭넓은 관객층을 겨냥한, 말 그대로 대형 액션 영화다.제목: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62분장르: 범죄, 액션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레지나 홀개봉: 2025년 10월 1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프랑스어 ‘시네아스트(Cinéaste)’는 사전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감독, 작가, 제작자를 두루 이르는 말이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중에서도 자기 색깔이 강한 예술 지향성이 두드러지는 종사자들을 특정하는 말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장편 데뷔작 <리노의 도박사>(1996)를 시작으로 <부기 나이트>(1997), <매그놀리아>...

    1649호2025.10.08 06:00

  • [신간] 휘청이는 남성, 위기 너머의 희망
    [신간] 휘청이는 남성, 위기 너머의 희망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2만2000원“나는 25년에 걸쳐 소년과 남자들을 걱정해왔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세 아들의 아버지이자 계층,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인 저자는 통계자료들을 가져와 오늘날 어떤 부류의 소년과 남자들이 겪는 곤란에 대해 돋보기를 가져다 댄다. 소년들은 학업에서 뒤처지고, 전통적으로 소위 남성적이라 불려왔던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히 빈곤층 남성은 ‘강자’이면서도 경제·문화적 ‘하층민’이라는 ‘이중의 굴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보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보수는 오직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만 할 뿐이다.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남학생의 입학을 늦추고, 직업에 있어 남녀 성별 분류를 없애는 등의 시도를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이런 접근이 결코 현재 존재하는 여성 임금 격차 등 성별 불평등의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

    1649호2025.10.08 06:00

  • [신간] 애플은 어쩌다 중국에 포획됐나
    [신간] 애플은 어쩌다 중국에 포획됐나

    애플 인 차이나패트릭 맥기 지음·이준걸 옮김·인플루엔셜·3만2000원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애플은 자신들의 제품을 자체 생산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에서, 해외에서는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서 공장을 운영했다. 애플이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해외의 저비용 국가에 생산을 맡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시작됐는데, 첫 파트너가 당시 IMF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의 LG전자였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LG전자 구미공장에는 ‘생존’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의 첫 제품인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 G3’을 생산한 곳이 LG였다.G3 성공 이후, 오프쇼어링에 머뭇거리던 잡스를 설득한 건 팀 쿡(현 애플 최고경영자)이었다. 쿡은 직원들에게 “공급업체와 협상할 때는 공격적이고 비합리적이어야 한다. 하늘에 있는 달이라도 따달라고 요구하라”고 말했다. 이런 요구에 응한 건 중국 선전에 공장을 둔 대만 기업 폭스콘이었다. 폭스콘은 “...

    2025.10.08 06:00

  • [정태겸의 풍경](97) 강원 철원-꽃밭 위로 쏟아진 저무는 햇살에 잠겨
    [정태겸의 풍경](97) 강원 철원-꽃밭 위로 쏟아진 저무는 햇살에 잠겨

    경기 포천시에서 촬영 하나를 마치고 고민을 시작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가까운 강원 철원 고석정에서 가을 꽃축제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났다. 게으름이 짜르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마음은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몸은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고 보채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갈림길에서 운전대를 철원 방향으로 틀었다.한편으로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주차를 하고 걸어서 꽃밭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기대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내가 바라던 풍경이 눈앞에 드러났다. 마치 햇살이 고운 파우더를 공기 중에 뿌려놓은 듯 대지 위로 쏟아졌다. 종일 화사한 빛을 뽐내던 꽃들도 그 빛에 물들어갔다. 꽃 사이를 걸었다. 꽃만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절정의 순간이다. 도리어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꽃 사이의 사람까지 모두 다 꽃과 어우러지는 풍...

    1649호2025.10.08 06:00

  • ‘여적여’ 말고 ‘워맨스’···<은중과 상연> 등 여성 서사 드라마의 힘
    ‘여적여’ 말고 ‘워맨스’···<은중과 상연> 등 여성 서사 드라마의 힘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른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오래된 성차별적 통념을 드러내며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가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공개된 <은중과 상연>(넷플릭스), 방영 중인 <백번의 추억>(JTBC) 등의 드라마만 봐도 이 대통령의 젠더 인식이 얼마나 단선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이들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인물 간 관계성, 시대 배경 모두 다르지만 ‘두 여성 주인공의 우정’을 중심 서사로 끌고 간다. 역시 최근 방영 중인 <달까지 가자>(MBC)와 지난 6월 방송된 <살롱 드 홈즈>(ENA)는 다수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 등을 그리는 ‘워맨스(women+romance)’ 드라마의 명맥을 잇는데, 최근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여준다. 콘텐츠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았...

    1649호2025.10.06 06:00

  • [문화캘린더] 왜 비슷한 비극을 반복하는가
    [문화캘린더] 왜 비슷한 비극을 반복하는가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일시 10월 10일~12월 28일 장소 극장 온(구 CJ아지트) 관람료 R석 6만6000원 S석 4만4000원1961년 4월 19일, 대학생 우현은 한국전쟁 당시 잃어버린 큰형 희택을 찾아다니다 작은형 윤섭과 마찰을 빚는다. “희택이 형은 빨갱이 새끼들 포탄에 맞아 죽었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왜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냐”는 윤섭의 말에 우현은 “시신을 직접 본 건 아니니 혹시 모르는 일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윤섭의 화만 돋울 뿐이다.윤섭은 속상함과 화를 이기지 못해 집 밖으로 나가버리지만, 그 역시 과거를 완전히 놓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전쟁 이후 생긴 신경쇠약증으로 늘 두통을 앓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두 형제를 달랠 수 있는 것은 윤섭의 아내이자 우현의 형수인 주희다. 주희는 두 사람에게 “지나간 일은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붙들려선 안 된다”고 다정히 이야기한다.어느 날 그런 가족 앞에...

    1648호2025.10.01 06:00

  • [시네프리뷰] 어쩔수가없다 - 스타일 도드라질수록 핍진성 증발한 ‘박찬욱 세계’
    [시네프리뷰] 어쩔수가없다 - 스타일 도드라질수록 핍진성 증발한 ‘박찬욱 세계’

    전반적으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이 도드라지는 영화다. 말하자면 무국적, 트랜스 컬처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나 할까.제목: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제작연도: 2025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38분장르: 코미디, 스릴러감독: 박찬욱출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개봉: 2025년 9월 24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제작: 모호필름, CJ ENM 스튜디오스식은땀이 났다. 벌써 수㎞째다. 풀숲 사이로 난 딱 1대만 가까스로 통과할 만한 도로. 위에서 다른 차가 1대 내려온다면? 돌릴 수도 없고 낭패다. 슬슬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 ‘제3현충원 반대’ 현수막을 내건 집들이 나타났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뭔가 초현실적이었다. 깊은 산중에 띄엄띄엄 자리 잡은 양옥집들. 집주인으로 보이는 노인들이 넓은 유리창 너머 안락의자에 앉아 무심한 듯 늦은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1648호2025.10.0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78) 필리핀 세부섬-만다린 피시의 ‘은밀한 사생활’

    5~6㎝에 불과한 만다린 피시는 만나기 쉽지 않다. 시간 대부분을 산호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면 10~20분 동안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넓은 바닷속 어디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지 찾기 힘든 데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또한 짧다 보니 만나기 귀한 존재다.만다린 피시 관찰의 백미는 짝짓기 장면이다. 석양 무렵 짧은 시간 짝짓기에 나서 사람들은 만다린 피시가 석양이 뿜어내는 붉은색을 좋아한다고 믿으며, 붉은색을 만다린 피시의 혼인색이라 부르기도 한다.2005년 필리핀 세부섬을 찾았을 때다. 만다린 피시를 봤다는 현지 다이버의 안내를 받아 산호 가지 사이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리니,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수컷이 보였다. 신중하게 렌즈 초점을 맞추는데 암컷 한 마리가 수컷에게 다가와 배를 맞댄다. 동시에 알과 정자를 방출해 수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배를 맞댄 두 마리는 공중부양을 하듯 20㎝ 남짓 떠올랐다. 2~3...

    1648호2025.10.01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7) 신개념 무장애 공연 이끄는 ‘포용과 관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57) 신개념 무장애 공연 이끄는 ‘포용과 관찰’

    “진행 과정은 배울 점이 많아 보이지만 불편하지 않고 재밌었어. 솔직한 로맨틱 코미디라 더 공감돼.”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젤리피쉬>(벤 웨더릴 원작, 민새롬 연출, 고권금 안무)를 관람하고 객석을 나서는데 관객들의 소감이 들려 와 귀를 쫑긋 세웠다. 다운증후군 여성 켈리(백지윤 분)가 비장애 남성 닐(김바다·이휘종 분)을 만나 사랑하고 임신과 출산에 이르는 과정의 난관을 적나라하게 담은 이 작품에서 많은 관객이 ‘장애’보다 ‘관계’에 더 집중함을 알 수 있어서다. 실제 다운증후군인 백지윤 배우가 출연해 주목받은 <젤리피쉬>를 지난해 쇼케이스부터 올해 초 본공연, 이날 앙코르 공연까지 모두 관람한 입장에서 만면에 미소가 배어 나왔다. 창작진들과 출연진들이 이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미학적으로 재해석된 무장애성 ‘배리어프리’, ‘무장애’, ‘접근성 높은’, ‘장애 당사자성’ 등의 수식어로 시작하는 신개념 공연들이 ...

    1648호2025.09.26 15:07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3) ‘아버지의 법’에 저항하는 여성의 꿈과 윤리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3) ‘아버지의 법’에 저항하는 여성의 꿈과 윤리

    박완서는 여성신문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를 연재할 당시 인터뷰에서 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여성들의 부당한 사정을 접한 것이 작품 구상의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법 개정의 핵심인 호주제는 2005년 폐지됐으나 소설은 그 전에 광범위한 가족법 개정이 이루어진 1989년 전후의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1989년 개정된 가족법 중 친권과 관련된 조항을 주인공 차문경과 김혁주의 법적 소송의 틀을 빌려 담고 있는 법(law) 서사다. 가족법 개정 운동이 한창이었던 당시 소설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상당했다. 1990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몇 년 뒤 아침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는 이혼 후 대학 동창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임신을 하지만,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도 초혼에 경제력이 좋은 다른 여자와 재혼한다. 홀로 아이를 낳고, 남자가 자신의 아이로 인정...

    1648호2025.09.26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