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충남 부여-백제의 마지막 지켜본 소나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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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충남 부여-백제의 마지막 지켜본 소나무산

입력 2025.09.10 06:00

수정 2025.09.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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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정태겸의 풍경] (95) 충남 부여-백제의 마지막 지켜본 소나무산
[정태겸의 풍경] (95) 충남 부여-백제의 마지막 지켜본 소나무산

충남 부여는 경주 못지않은 역사 도시다. 경주가 신라의 고도라면 백제의 마지막 수도는 부여였다. 경주에 비하면 부여에 관한 관심은 덜한 편이다. 더구나 한여름이어서일까. 인적이 드물었다. 부여의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백마강, 그리고 그 곁에 솟아오른 언덕. 우리에게는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낙화암이 있는 곳. 그곳이 부소산성이다. ‘부소’는 백제의 고어로 소나무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부소산은 곧 소나무산이다. 106m의 키 작은 이 산은 백제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저 나무가 그때의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리 없겠지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만큼 산길을 오르는 내내 소나무가 길가를 지키고 섰다.

성왕이 이곳으로 도읍을 옮긴 538년. 처음 토성을 쌓고 123년이 지난 후 백제는 마지막 빛을 잃었다. 낙화암까지 오르고 나니 백마강이 널리 휘돌아가는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자리에서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고? 믿기지 않는다. 낙화암 아래는 백마강이 아니라 그냥 절벽이다. 의자왕을 깎아내리기 위해 지어낸 낭설이라는 소리도 있더라만. 그럼에도 저 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유히 흐른다. 늦은 오후 나지막한 햇살에 괜스레 눈물을 자아내는 자리다, 이곳은.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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