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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악, 내 카톡도 업데이트됐어.” 카카오톡이 원치 않게 업데이트가 됐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듣고, 업데이트를 누르지 않고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가나다순으로 정렬됐던 전화번호부 대신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사진이 주르륵 떴다. 취재원이 러닝을 하는 사진, 그다지 친하지 않은 동창의 아기 사진이 보였다. 알고 싶지 않았던 TMI(과도한 정보)들을 보다가 다른 사람 카톡에도 내가 이렇게 뜰까 싶어서 얼른 모든 사진을 비공개로 돌렸다.인스타그램을 따라 하려다 혹평만 듣고 있는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보며 싸이월드가 생각났다.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내게 첫 SNS는 싸이월드였다. 초등학생 때 계정을 만들어서 대학생 때 페이스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미니홈피를 꾸미고 용돈으로 도토리를 사 모았다. 작년에는 싸이컴즈라는 회사가 싸이월드 부활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케팅 책임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와 싸이월드의 차별...

    1650호2025.10.17 14:53

  • [꼬다리] 댓글창은 공론장이 될 수 없을까
    댓글창은 공론장이 될 수 없을까

    국제부 생활도 어느덧 1년 5개월차, 업무상 매일 외신을 읽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각 언론사의 댓글 정책이다. 내 담당 지역인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일반 독자가 홈페이지에 댓글을 다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신 ‘코멘트 플러스’라는 제도를 운용한다. 아사히가 선정한 전문가에 한해 ‘코멘테이터’로 활동할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이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외국인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달렸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이 데이터도 보이지 않은 채 에피소드 중심으로 외국인에 의한 위협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 외무성 주임 분석관을 지낸 작가 사토 마사루의 지적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보수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나라 공원에서 사슴을 발로 걷어차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더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이후다.아사히는 이 같은 댓글 가운데 기사에...

    1649호2025.10.10 06:00

  • [꼬다리] 그런 농담, 재미없습니다
    그런 농담, 재미없습니다

    지난 6월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문화예술계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월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최고등급인 코망되르를 수상한 조수미 성악가도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이들을 맞았다.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건 조 성악가와 김 여사의 관계였다. 조 성악가는 선화예술고등학교 2회 졸업생, 김 여사는 6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사회를 맡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를 시사하며 “(두 분이) 선화예고로 학연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당신도 학연이 있군요?” 소수의 인원만 입장이 허락됐던 행사장이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그 자리엔 나도 있었다. 그 말이 왜 웃긴지 몰랐다. 성차별적인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내내 배우자를 직업인·사회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했다. 피아노 전공자인 김 여사를 ‘예술가’로 소개하자 “예술가...

    1648호2025.09.26 15:10

  • [꼬다리] 나의 임신 일기
    나의 임신 일기

    출산 예정일을 한 달쯤 앞두고 있다. 임신은 신기하고 경이롭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무엇보다 임신부는 스스로 엄격해지는, 자기 검열의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신체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견딜 만했다. 입덧도 지나가니 언제 그랬지 싶다. 오히려 ‘임신 전과 후가 크게 달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짓눌렀다. 임신 초기부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면 나약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되뇌곤 했다. 주변에서 눈치를 준 것도 아닌데 그랬다. 아이를 낳고 나면 1년 정도는 일을 놓게 된다는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그 불안함을 메우기 위해선 이 순간만큼이라도 잘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임신부 배지도 불편한 대상이었다. 분홍색인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방에 매달아 놓으면 나의 정체성을 ‘임신부’로만 한정하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방 앞주머니에 넣고는 다녔지만 거의 꺼내지 않았다. 평소 대중교통을 탈 때 앉지 않는 편이라 습...

    1647호2025.09.19 14:19

  • [꼬다리] ‘노동자 출신’ 장관?
    ‘노동자 출신’ 장관?

    2015년 11월 18일, 경찰이 돌린 한 용의자 수배 전단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이 수배 전단에서 용의자의 외모를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노동자풍’이라는 표현은 그전에도 여러 차례 수배 전단에 등장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머리와 옷차림이 허름하거나 방언 사용자일 때 주로 ‘노동자풍’이라는 용어를 썼다. 양복 차림의 깔끔한 인상을 뜻하는 ‘사업가풍’이나 ‘회사원풍’ 등과 구분되는 의미에서였다.문제의 전단이 온라인에서 확산하자 민주노총은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노동자를 하찮고 남루한 존재로 규정·폄훼했다”고 항의하면서 ‘노동자풍이라는 표현을 시정해달라’고 했다. 경찰청은 11월 23일 민주노총에 “용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고자 했을 뿐, 노동자 폄훼 의도는 없었다”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 조치하겠다”고 답했다.‘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화이트칼라 사무직 노동자 대신,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비사무직 노...

    1646호2025.09.12 14:42

  • [꼬다리] 격노설
    격노설

    ‘VIP 격노설’이라는 표현을 처음 봤을 때 좀 놀랐다. 누군가 화를 냈는지 여부가 뉴스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나는 거의 매일 격노하지만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한 사람의 격노 여부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그 격노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VIP 격노설도 그렇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크게 화를 냈다고 의심받는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 예천 폭우 사태 때 실종자를 수색하다 채수근 일병(이후 상병으로 추서)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한 날이다. 수사단은 고 채 상병의 부대장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는데, 윤 전 대통령의 격노 후 혐의를 받던 몇몇 사람이 수사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이 있다.이 의혹을 두고 수많은 질문이 떠오르는데, 지금까지 내게 유효한 질문은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은 왜 화를 냈을까, 하는 것이다. 이유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배경과 사고회로가 궁금하...

    1645호2025.09.05 15:25

  • [꼬다리]윤리특위 ‘최장 공백’이 보여주는 것
    윤리특위 ‘최장 공백’이 보여주는 것

    “윤리특위 이야기 좀 그만해. 안 그래도 수박(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욕먹는데”, “그건 질문하지 마세요.”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 구성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의 최근 답변이다. 앞서 여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과 윤리위를 ‘양당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여당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의원의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윤리위는 22대 국회 들어 1년 넘게 ‘휴업’ 상태다. 현재까지 접수된 징계안은 32건에 달한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 발언을 해 60만명 이상이 의원직 제명 국민청원에 동의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강선우·이춘석(현 무소속) 의원, 국민의힘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 심사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윤리위 가동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사이 “주권자가 선출한 국회의원을 어떻게 다른 의원 손으로 처치하느냐”...

    1644호2025.08.29 14:59

  • [꼬다리]부동산 불로소득
    부동산 불로소득

    부동산 갭투자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20·30대 부동산 투자자들이 쓴 블로그 글을 읽고, 그들이 하는 유튜브도 봤다. 섬네일에는 ‘영끌’, ‘빚투’ 같은 단어가 많이 보였다. 임장 데이트를 즐겨 다닌다는 젊은 커플도 있었고, 부동산 강의를 듣는 데만 1000만원을 넘게 썼다는 직장인도 있었다.인터뷰 당일. A는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A는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수도권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대출도 받았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갭투자할 아파트를 정하기 전에 부동산 공부도 많이 했다. 퇴근 후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부동산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었다는 A는 “임장을 100번도 더 다녀서 서울 웬만한 지역의 대장 아파트는 다 가봤다”고 말했다.또 다른 30대 직장인 B는 전세로 들어가 살던 아파트의 매매가가 1년 만에 1억원이 오르는 것을 보고 부동산 투자를 결심했다고...

    1643호2025.08.22 14:32

  • [꼬다리] ‘윤석열 예외주의’는 그만
    ‘윤석열 예외주의’는 그만

    내 기억 속 가장 힘들었던 여름은 2010년이다. 병사로 한창 군 복무할 때다. 수치만 보면 그리 더운 여름은 아니었다. 사상 최악 더위였다는 1994년이나 2018년에 비하면 폭염 일수도, 최고 기온도 많거나 높지 않았다. 문제는 병사들의 존재 여건이었다. 당시 병사들 숙소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한 방 수용 인원은 최대 12명, 더위를 달래줄 기계는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이따금 고장이 나곤 했다. 제대 후 생활관에 에어컨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슬며시 질투가 난 이유다.그 시절 기억 탓일까.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징징거림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기후변화로 날이 갈수록 더워져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라는데 한 덩치 하는 60대 중반이 견디기는 쉽지 않겠다 싶었다. 물론 독방이라니 수용자 여럿이 머무는 혼거실보다야 낫겠고, 신평 변호사 주장처럼 “생지옥”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에어컨이 있는 상황만은 못 할 것으로 짐작됐다.다만 그 주장의 ...

    1642호2025.08.15 14:42

  • [꼬다리]그깟 공놀이
    그깟 공놀이

    지난 노동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생애 첫 프로야구를 직관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였다. 지인이 빌려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들어섰다. 한 손엔 응원 도구 ‘짝짝이’도 들었다. 홈과 원정의 개념도 모를 때였다. 응원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야구는 ‘홈런’이 제일 좋은 거로 알았는데, 팬들은 연신 ‘안타’를 외쳤다. 열정적인 응원이 좋아 그저 몸을 맡겼다. 늦바람은 무서웠다.엄밀히는 야구 관람 문화에 먼저 빠졌고, 그다음이 야구였다. 그라운드에선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지만, 야구장을 찾은 관객에게 적용되는 제약은 적었다. 맥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고, 먹거리도 넘쳐났다. 응원가에 맞춰 힘껏 소리를 쳐도 춤을 춰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다.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대화를 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극 ‘E성향’(외향형)인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이렇게, 다들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이건 ...

    1641호2025.08.08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