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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경제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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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영의 경제본색](8) 정부 ‘배임죄 폐지’ 속도전…지배주주 견제 장치는 실종
    (8) 정부 ‘배임죄 폐지’ 속도전…지배주주 견제 장치는 실종

    70여 년 만에 배임죄가 사라질까. 정부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배주주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섣불리 배임죄부터 폐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배임죄는 누군가의 재산이나 이익을 지켜야 할 사람이 일부러 그 신뢰를 깨고 불공정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배임죄는 그동안 대기업 총수나 전문경영인 등 주로 기업 범죄로 인식됐다.실제 법무부가 최근 5년 동안 배임죄로 처벌된 1심 판결문과 약식명령 약 3300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 임직원이 회사 자금이나 재산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4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납품 대금이나 용역 수수료, 경비 등을 과다하게 책정해 계약한 사례가 10.5%였다. 회사의 중요 기술이나 영업비밀,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도 9.4%로 뒤를 이었다.배임죄 개선은 그동안 재계의 단골 민원이었다. 이는 배임죄에 대한 처벌 수...

    1650호2025.10.17 14:48

  • [박상영의 경제본색](7) 정권 따라 굴곡 겪은 공정위, ‘재벌 개혁’ 다시 시동 거나
    (7) 정권 따라 굴곡 겪은 공정위, ‘재벌 개혁’ 다시 시동 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저승사자’로 부활할까. 그동안 재벌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주병기 서울대 교수가 이재명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재벌 정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규모 인력 증원 계획까지 맞물리며 공정위 역할 확대 전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정부는 이미 공정위 인력 대폭 충원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5일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보강 필요성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에 구체적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업체에 인건비 등 대금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하도급·유통·가맹 분야 조직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도권 지역 사건을 전담할 경인 지방사무소 신설 가능성도 크다.여기에 재벌 개혁론자인 주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대기업 정책을 맡는 기업집단국 인력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이후 기업집단국은 지주회사과가 폐지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주 위원장은 그동안 경...

    1648호2025.09.26 15:03

  • [박상영의 경제본색](6) ‘깜깜이’ 지출 구조조정 논란 벗어나려면?
    (6) ‘깜깜이’ 지출 구조조정 논란 벗어나려면?

    27조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줄이겠다고 한 지출 구조조정 규모다. 지금까지 정부가 줄이겠다고 한 지출 구조조정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지출 구조조정은 정부가 비효율적이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줄여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매년 씀씀이는 늘어나는 데 비해 세수 기반은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당시 각 부처에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 운용계획안 작성을 위한 추가 지침’을 보냈다. 이 지침에는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최소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10% 수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역대 정부와 달리 ‘최소 10%’로 수위를 한층 높인 셈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윤...

    1644호2025.08.29 14:53

  • [박상영의 경제본색](5) ‘TRS 악용’ 계열사 부당 지원···편법 채무보증의 그림자
    (5) ‘TRS 악용’ 계열사 부당 지원···편법 채무보증의 그림자

    사례 1. 2014년 말 조현준 효성 회장이 68.27%의 지분을 보유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부채비율이 1829%에 이를 정도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금난에 직면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당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경영난으로 CB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이 CB를 인수한 금융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연 5.8%의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2년 후 계약이 끝날 때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금융회사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손해 금액을 내고, 반대로 이익이 나면 SPC가 효성투자개발에 이익금을 주는 방식이었다.이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은 약 300억원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효성투자개발이 발행 금액보다 큰 담보를 제공하는 등 신용 위험을 모두 떠안은 덕분에 한숨을 돌린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다.사...

    1640호2025.08.01 14:18

  • [박상영의 경제본색](4) “돈 벌 기회 포기도 사업 기회 제공?”
    (4) “돈 벌 기회 포기도 사업 기회 제공?”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총수 일가가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한 행위가 ‘사업 기회 제공’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 첫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업 기회 제공 제재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대법원은 지난 6월 26일, 공정위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을 ‘사업 기회 제공’으로 보고 최 회장과 SK㈜에 부과한 시정명령과 16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의 한 유형인 ‘사업 기회 제공’ 행위가 대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첫 사례다.이번 사건의 핵심은 SK㈜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최 회장이 실트론 지분 29.4%를 매입한 것이 사업 기회 제공에 해당하는지였다. 회사가 총수 일가에 적극적으로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한 것을 넘어 돈을 벌 기회를 포기한 것도 사업 기회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기업 가치 5배 뛴 ‘실트론’공정위가 그간 ‘사업 기회 제공’ ...

    1637호2025.07.11 13:59

  • [박상영의 경제본색](3) AI 혁신, 빅테크 ‘독점’ 수단 되나···칼 빼드는 규제 당국
    (3) AI 혁신, 빅테크 ‘독점’ 수단 되나···칼 빼드는 규제 당국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한 이후 지난 4월 첫 제재가 이뤄졌다.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억유로(약 32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EU 집행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메타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었다. 메타가 2023년 11월 도입한 ‘결제 혹은 동의’ 모델은 EU 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에게 ①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처리하고 결합하는 데 동의하고, 맞춤형 광고가 포함된 버전을 무료로 이용하든지 ②동의를 거부하고 광고가 없는 버전을 매월 유료 구독할지 선택을 강요했다. 즉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기 싫으면 무광고 버전을 유료로 구독하라는 것이었다.EU 집행위는 메타의 이분법적인 선택 방식이 DM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빅테크 기업이 광범위한 사용자에게 이용 조건을 강요해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1633호2025.06.13 14:17

  • [박상영의 경제본색](2) 쿠팡의 질주가 드리운 그늘
    (2) 쿠팡의 질주가 드리운 그늘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5월에 공개하는 ‘대기업 집단 현황’을 보면 기업들의 매출액 순위를 알 수 있다. 비금융보험사로 한정하면 최근 5년간 매출액 상위 5대 그룹이 바뀐 적은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포스코로 이어지는 순위도 그대로다.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 없었다는 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다만 10대 그룹으로 넓히면 한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0년만 하더라도 매출액이 15조2000억원이었던 쿠팡은 지난해에는 48조2000억원으로 뛰었다. 5년 만에 매출액이 217.3% 성장하며 매출액 순위도 16위에서 10위로 올랐다.같은 기간 ‘유통 맞수’인 신세계그룹 매출액이 20.5% 증가한 것에 비하면 10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쿠팡은 이미 2023년에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거느린 신세계그룹을 앞지르면서 유통기업 가운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매출인 11조5000억원을 거두...

    1629호2025.05.16 14:23

  • [박상영의 경제본색](1) 기재부 또 한 번 쪼개나요?
    (1) 기재부 또 한 번 쪼개나요?

    “정말 두 개로 쪼개질까요?”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만나면 조직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종종 물어본다. 타 부처 공무원들도 기재부의 조직 개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과 세제는 물론 공공기관 평가에 경제정책 조정 기능까지 갖춘 기재부의 변화는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기재부 쪼개기’ 논의에 불을 댕긴 건 최근 언론에 유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의 조직 개편안이었다. 개편안에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담겼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각각 운영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왜 민주당은 기재부를 쪼개는 방안을 추진할까? 그 전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각각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돈 쓰는 곳과 정책 만드는 곳의 만남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돈을 쓰는 곳이다. 예산 편성을 포함해 재정을 관리한다. 기획예산처는 매...

    1626호2025.04.25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