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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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입 없다면 중국의 대만 점령은 ‘식은 죽 먹기’

대만軍 군기 빠지고 무기 낙후… 中 대규모 화력전으로 해안 초토화 전략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10-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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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군이 중국과 마주한 진먼섬에서 해안포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만군이 중국과 마주한 진먼섬에서 해안포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7년은 미국 정부 및 군 고위 인사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한 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윌리엄 번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도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월 취임 직후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대만을 독립 국가가 아닌, ‘괴뢰정부’가 불법 점령한 미수복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대만을 무력 병합하기 위해 준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그들 표현으로 ‘조국 통일’에 필요한 군사력을 거의 달성했다.

    대만 뚫리면 미국 동부, 中 SLBM 위협 노출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는 매우 높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경제, 군사 등 전방위로 격화되면서 대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우선 대만은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산업 시설을 파괴하거나 장악하면 그 파급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게다가 대만을 손에 넣을 경우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저지선을 돌파할 수 있게 된다. 유사시 중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핵잠수함이 미국 동부 대도시를 타격하려면 태평양으로 나가야 하는데, 대만이 그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대중 저지선 붕괴는 미국으로선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노출된 대만 측 방비는 대단히 취약하다. 오랫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의 국방예산만 지출한 탓이다. 군사 강국인 중국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유사시 외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말이다. 게다가 중국은 대만의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군에도 많은 간첩을 심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대만에선 ‘중국 간첩 적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만의 군사력 부족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는 나라들을 위협해 무기 조달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대만군 무기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대만 육군 포병의 주력 무기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M114와 M101 견인곡사포다. 6·25 전쟁 때 전선을 누빈 경전차도 최근까지 운용됐다. 대만 해군은 1960년대 건조된 미 해군의 구식 군함을 중고로 도입한 치양급 호위함을 지금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F-16 성능 개량을 진행하기 전까지 대만 공군은 1970년대 초반에 나온 F-16A/B 초기 사양을 주력으로 썼다.

    대만군은 무기가 엉망진창일 뿐 아니라, 대다수 군인 수준도 참담하다. 대만에선 자국군 병사를 ‘딸기병(草莓兵)’이라고 부른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독립심이 부족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한 특징을 살짝만 건드려도 무르는 딸기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2021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군의 훈련 부족을 꼬집은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대만군 병사 상당수는 군 복무 중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 상당수는 훈련 대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소일했고, 잡초 뽑기 등 잡역에만 동원됐다. 군 복무 중 한 번도 총을 쏴본 적 없다는 예비군도 있었다. 



    7월 실시된 ‘한광훈련’(중국 침공에 대비한 연례 군사훈련)에선 대만군의 한심한 작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대만 당국이 ‘정예 예비군’의 시가전 훈련 영상을 공개했는데, 대부분 소총 파지·견착도 제대로 못 했다. 사주경계나 은폐·엄폐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랴오닝함과 산둥함을 포함한 중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 중국은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항모를 앞세운 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랴오닝함과 산둥함을 포함한 중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 중국은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항모를 앞세운 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미인계에 홀려 기밀자료 유출… 대만군 난맥

    대만군 장교들의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 가령 대만군 한 현역 소장은 중국이 보낸 20세 연하 미녀 간첩에게 홀려 7년 동안 기밀자료를 빼돌렸다. 영관급 장교들이 지하조직을 만들어 유사시 후방 교란을 모의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수도 타이베이를 지키는 최정예 제269기계화보병여단의 전차와 장갑차 등 전투 장비는 서류상 90% 가동률을 자랑했으나 실제로는 30~50%에 그쳤다. 이 부대에선 고위 장교들이 빼돌린 군수품을 사비로 채워 넣다가 빚더미에 앉은 초급 장교가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대만이 이처럼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총체적 난국인 군대로 병력과 화력 모두 압도적 우위인 중국의 침공을 막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대만군 수뇌부는 유사시 중국군이 상륙하면 모든 게 끝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대만은 중국 상륙함대가 대만해협을 건너오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데 방어 작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륙 저지 전력의 선봉은 해군이다. 대만은 소형·스텔스미사일 고속정인 광화6호(光華6號) 31척을 중심으로 대함미사일로 중무장한 소형 전투함 55척을 전력화하고 있다. 중국의 방해 탓에 대형·고성능 전투함을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소형 전투함은 대부분 대함미사일 4발을 싣지만 최신형인 퉈장(沱江)급 스텔스 초계함의 경우 초음속 대함미사일 슝펑(雄風) Ⅲ를 최대 8발 탑재한다.

    유사시 해군이 막지 못한 중국 군함은 대만 해안에 배치된 해안포와 미사일이 맡는다. 대만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해안선은 콘크리트 방어벽으로 요새화돼 해안포·대함미사일 발사기지와 이동식 대함미사일 발사차량이 빽빽하게 깔려 있다. 주력은 대함미사일이다. 대만산 아음속 대함미사일 슝펑 Ⅱ(사거리 160㎞), 미국산 아음속 대함미사일 하푼 블록 Ⅱ(280㎞), 음속(마하) 2.5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슝펑 Ⅲ(400㎞) 등 3종류가 배치돼 있다. 대만은 중국 함대가 접근해 오면 대함미사일 수백 발을 동시에 쏟아부으며 상륙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대만은 미사일 전력에 더해 첨단 대함 자폭 드론을 사용해 중국 함대를 상대로 물량전을 벌일 계획이다. 대만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과 미국 드론 제조업체 크라토스는 ‘첸펑 Ⅳ’라는 장거리 대함 자폭 드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무인 공중 표적기 MQM-178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내년 1월 첫 비행 예정인 이 드론은 사거리 700㎞ 이상, 비행 속도 마하 0.8에 전투기 수준의 급기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군은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접목해 수많은 드론이 상호 통신하며 최적의 공격 코스로 적 군함을 타격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런 스펙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국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물론 이 드론은 탄두 중량이 대함미사일보다 훨씬 적다. 그런 점에서 적함을 격침하는 용도라기보다 적 함대공미사일을 소진시키고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한 일종의 ‘염가형 총알받이’다. 대만은 해당 드론을 대량생산해 유사시 중국 항공모함 전단과 상륙 함대를 노리는 비수로 활용할 전망이다. 

    대만군이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한광훈련’을 위해 타이베이 외곽에 전개한 패트리엇 미사일.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군이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한광훈련’을 위해 타이베이 외곽에 전개한 패트리엇 미사일. 대만 국방부 제공 

    침공 주저 이유는 미국 참전 가능성

    이에 맞서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대규모 화력전을 구상하고 있다. 먼저 개전 초 대량의 미사일과 장거리 유도 로켓, 자폭 드론으로 대만 해안을 뒤덮어 대함미사일 진지를 완전히 제압하고, 이후 대함 전력이 초토화된 대만으로 중국 해군이 유유히 접근하는 전략이다. 개전 초기 대만군의 저항을 무력화하고자 중국군은 지금도 화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중국-대만 전쟁의 승패는 개전 초 대만이 중국의 대대적 공습으로부터 대함미사일 기지를 지키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함대를 저지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다시 말해 제해권과 제공권을 누가 잡는지가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미국·일본의 해군과 공군이 적극 개입하지 않는 이상 대만이 중국의 초반 화력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능력을 갖췄음에도 침공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만 무력 병합 시도를 놓고 시진핑 주석과 군 수뇌부의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대만 무력 병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의 4연임에 맞춰 ‘통일 과업’을 완수하려는 정치적 야욕을 품고 있다. 그러나 군부 고위 인사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중국공산당, 정부 관료 가운데 적잖은 이가 미국·유럽에 비자금을 숨겨놓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서방세계는 러시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 정부·공산당·군부 인사의 해외 은닉 자산을 추적해 동결할 것이다. ‘잃을 게 많은’ 군부 인사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중국 안팎에서 나온다.

    극심한 부정부패로 중국군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군사적 문제도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최고위급 장성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군에 만연한 부패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주요 외신들은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중국 전략무기의 충격적 실태를 보도했다. “최고급 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연료탱크에 연료 대신 물이 채워져 있고, 미사일 사일로의 덮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로켓군 사령관 등 중국군 최고위 장성이 대거 숙청됐다”는 게 뼈대다. 

    미국의 존재는 중국이 대만 침공을 망설이는 최대 변수다. 미군은 세계 거의 모든 전장 환경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았고 무기체계 성능도 입증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참전 여부를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곧 발표될 국방전략서(NDS)의 미국 방어선에 대만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대만 방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는 대만과 가까운 자국 도서 지역 군사력을 크게 증강했다. 

    美 항모 2척·전투함 20척 잃고, 中 해군은 전멸

    유사시 미국이 작정하고 대만 보호에 나선다면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과 노력을 들여 건설한 군사력을 대부분 잃게 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대만 전쟁을 가정해 2023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미·중 양국이 충돌할 경우 미국의 피해는 항모 2척과 구축함 10~20척을 잃는 정도에 그치지만, 중국 해군력은 전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모 2척과 구축함 10~20척을 잃어도 미국에는 항모 9척과 이지스 구축함 50~60척이 남는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1979년 “앞으로 최소 100년 동안 미국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며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유훈과 군부의 우려를 무시하고 미국·대만을 겨냥한 위험한 도박에 나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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