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 한강 같은 자연 조망권이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집값 차이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아파트 층 따라 분양가 10% 차이
오감을 부동산 투자에 적용할 때 핵심은 시각이다. 부동산 가치를 대변하는 가격은 시각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가령 아파트 분양가 관련 정보가 망라된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같은 평형이라도 층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입주자모집공고의 분양가 테이블에는 동일 면적·타입에서도 저·중·고·최상층마다 서로 다른 분양가가 빼곡히 기재된다. 보통 1층과 최상층 분양가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 과밀 도시일수록 고층 아파트 프리미엄은 커진다. 빽빽한 빌딩숲 넘어 뻥 뚫린 조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좁아지는 아파트 동(棟)·단지 사이 거리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적다.시각을 만족하는 조망 프리미엄은 주택 입지가 강이나 바다, 산처럼 자연경관에 연접해 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의 경우 한강, 부산과 동해 지역은 바다, 내륙은 산 같은 자연 조망이 가능한지에 따라 아파트 가격 차이가 20% 이상 날 정도다. 통상 아파트 시장에선 맞통풍이 가능하고 공간 효율이 좋은 판상형이 타워형보다 선호된다. 하지만 자연 조망이 가능한 단지의 경우 조망권을 키우고자 다소 기형적인 설계를 채택하기도 한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발코니를 보면 철제보다 유리 난간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시에 통창 선호도 높아지는 추세다. 자연 조망뿐 아니라 과밀 도시가 주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뻥 뚫린 시야의 가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시각적 효능감을 가로막을 변수는 ‘친환경 로드맵’이다. 올해부터 ‘제로(0) 에너지빌딩’ 인증 제도 적용 대상이 공동주택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요즘 신축 아파트 외벽을 보면 검은 태양광 패널이 덕지덕지 붙은 경우가 적잖다. 제로 에너지빌딩 인증 기준이 강화될수록 태양광 패널 같은 에너지 효율화 수단이 아파트에 추가될 것이다. 자칫 아파트 외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파트 통창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돼 규제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예비 청약자들이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같은 단지 동일 평형도 층에 따라 분양가가 10%가량 차이 난다. 뉴스1
주택 가격 하방 결정짓는 소음과 악취
소음을 듣는 청각과 악취를 맡는 후각은 기피 본능을 자극하는 감각이다. 이를 부동산시장에 적용하자면 주택 가격 하방을 결정짓는 각종 악재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주택 관련 민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층간소음은 일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비 오고 습한 날 진하게 풍기는 악취도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조건이다. 투자 혹은 실거주를 위해 부동산 임장을 할 때 시각적 요인은 어렵지 않게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주거 질의 마지노선을 결정하는 청각과 후각 자극 요인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임장 타이밍으로 비 오는 날을 추천한다. 각종 소음과 악취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웃과 소음·악취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다면 원만한 해결이 최선이다. 따라서 임장에 나선다면 동네와 주민들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부동산 투자에서 미각은 취향 탐지기라고 할 수 있다. 미각을 뜻하는 영어 단어 ‘taste’는 맛뿐 아니라 취향이라는 의미도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미각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입지와 주택을 탐색하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최근 대세인 1∼2인 가구만 해도 직주근접형, 문화추구형, 펫(pet) 친화형 등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주택 입지가 제각각이다. 시장 선호도가 낮은 아파트 1층도 경우에 따라선 매력적인 입지가 된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층간소음 걱정 없는 1층이 편안한 주거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최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유주 취향에 최적화된 ‘비(非)효율적 공간’ 프리미엄이 유행하고 있다. 아파트 채당 차량 3대 이상 주차 공간이나 전용 엘리베이터, 호텔식 드롭오프존 등이 그것이다.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는 동시에 부유층으로서 위세를 과시하고 싶은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알투코리아는 올해 7대 부동산 트렌드 중 하나로 ‘커스텀 맛집’을 꼽았다. 즉 소비자 취향에 맞게 내부 공간을 꾸미는 것뿐 아니라, 모듈러 조합으로 주거 공간 자체를 짓는 ‘익스테리어 커스터마이징(exterior customizing)’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부동산 입지는 취향에 맞춰 바꾸기 어렵지만, 주거 공간 안팎을 꾸미기는 비교적 쉽다. 최근 소비 트렌드인 ‘추구미’가 부동산시장에서도 힘을 받는 배경이다.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와 폭염은 부동산 투자에서도 새로운 고려 요소다. 동아DB
아파트 통풍에는 ‘판상형 단지’ 유리
촉각도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다. 가령 지도상 거리만 보면 역세권이나 학세권(학군 세력권), 공세권(공원 세력권)처럼 보여도 실제 현장에는 예상치 못한 경사로나 복잡한 신호체계라는 복병이 있을 수 있다. 부동산 입지에서 ‘체감 거리’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아파트 입지에서 햇빛과 바람도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는 자연 조건이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업체 더스택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의 하루 평균 일조시간은 6시간이다. 임장을 한다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관심을 둔 주택이 적어도 6시간 정도 일조시간이 보장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이 늘면서 아파트 입지에서 바람은 무시 못 할 변수가 됐다. 보통 아파트 건폐율이 50% 이상인 경우 단지 내 원활한 통풍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또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판상형·타워형이 혼재된 단지는 통풍에 불리하며, 바람길과 수평 방향으로 배치된 판상형 단지가 통풍에 가장 유리하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리고 싶다면 바람길이 잘 만들어진 단지인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