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조영철 기자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관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불장’ 조짐을 보였다. 특히 서울 성동·마포·광진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과열 분위기가 재현되는 가운데 경기 과천, 성남 분당, 광명 등에서도 풍선효과가 확연해지는 분위기였다.
서울 전역 규제 대상, 갭투자 원천 봉쇄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 경기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구, 수원 영통·장안·팔달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의왕, 하남)이 10월 16일부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또 10월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이에 따라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 목적임을 증명해야 하며,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등으로 주택을 사려는 경우는 허가가 나지 않아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다. 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된다. 수도권·규제지역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동일하지만, 시가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다만 보유세 등 세제 개편은 이번 대책에서는 유보됐다.
‘문재인 정부 시즌 2’에 비유될 만큼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과 집값 급등 배경,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일어난 변화 등에 관해 고 교수에게 10월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물었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에도 과열 양상을 보인 원인은 무엇인가.
“서울 주택 수급에 문제가 있는 가운데 서울 수요자뿐 아니라 경기, 인천, 지방 투자자까지 서울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 부동산시장은 서울 인구 1000만 명만이 아니라 배후에 5000만 명 수요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일부 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구)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를 하니 풍선효과로 성동·마포·광진구 등 한강벨트는 물론, 성남 분당이나 과천 같은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집값이 급등했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즌 2’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유사한 점도 있지만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일단 현 시장은 그때와 비교해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7월 말까지 M2(광의통화)가 160조 원 증가했는데, 이렇게 불어난 돈은 실물자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까지 ‘불장’이 된 이유다. 또한 과거에는 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됐지만 이번에는 서울과 지방이 철저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공시가 1억 원 이하인 경기 지역 아파트 가격까지 올랐는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현재 경기 지역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1만 채가량 쌓여 있는 데다, 당시 소액 갭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큰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개인이 다주택자가 되면 과세 리스크를 안았던 반면, 법인 명의로 투자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후 법이 바뀌면서 법인으로 투자하면 오히려 개인보다 무거운 취득세(12%)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도 내게 됐다. 문재인 정부 이후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 이유다.”
정부가 세 번째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예상외로 강력하다.
“그동안 서울 집값이 계속 올랐던 것은 일부 지역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풍선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장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면 투기 수요가 들어올 수 없도록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까지 묶으면서 대출을 제한해 갭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억제했다는 점에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동안 시장이 과열됐던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았기 때문인데,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만들었으니 앞으로 해당 지역 집값이 조정에 들어가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집 서둘러 사기보다 상황 지켜봐야
최근 다시 등장한 용어가 ‘패닉 바잉’이다. 이번 대책이 나온 후에도 집을 서둘러 사야 할까.“이번 대책을 보니 강남 3구와 용산구, 한강벨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 조바심을 버리고 조금 상황을 지켜봐도 될 것 같다. 나 역시 올 연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수요 억제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넘어 정상화를 할 방법은 무엇인가.
“공급 물량 증가다. 공급이 넘쳐나면 집값은 오를 수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새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럴 때는 세제 완화 등을 통해 기존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집값이 사람들의 기대처럼 뚝 떨어지기는 힘들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인건비, 원자재비, 공사비 상승 등이 반영돼 가격 자체가 높다. 그런 상황에서 구축 아파트 가격만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집값이 조정 단계에 들어간다고 해도 현 가격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조정된다고 봐야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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