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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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퇴사로 백수인데 2차 소비쿠폰 탈락… 사각지대 시민들 박탈감 호소

집 없는 50대도 못 받아… 10월 31일까지 주민센터 방문해 이의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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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10-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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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한 상인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한 상인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번아웃 증후군 때문에 5월 퇴사했다. 6월부터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에 편입돼 국민건강보험료가 올랐다. 백수가 되면서 상위 10%에 들어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30대 A 씨)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1인 가구가 됐다. 가진 재산이라곤 아버지가 빚과 함께 남긴 공시지가 300만 원짜리 땅과 10년 전 3000만 원 주고 산 차가 전부인데, 월급이 많다는 이유로 소비쿠폰을 받지 못했다.”(50대 B 씨)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시민들이 기자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모든 국민이 대상이던 1차와 달리 2차 소비쿠폰은 고액자산가와 소득 상위 10%에겐 지급되지 않는다. ‘소비 진작’에 더해 ‘소득 지원’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26억짜리 집 있어도 쿠폰 지급 대상

    가구원의 2024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 원을 초과하거나 같은 해 귀속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고액자산가 가구로 판단된다. 고액자산가 가구는 가구원 모두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 재산세 과세표준 12억 원에 해당하는 주택은 공시가가 약 26억7000만 원이다.

    소득은 6월 국민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제외)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1인 가구 기준 국민건강보험료가 22만 원 이상이면 ‘소득 상위 10%’에 포함된다. 연봉이 7500만 원 이상인 직장가입자는 2차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2차 소비쿠폰을 받지 못한 시민들은 지급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3년 차 직장인 A 씨는 “연봉 4000만 원을 받으며 직장을 다닐 때는 국민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에 들지 않았는데, 퇴사 후 백수가 된 지금 상위 10%에 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월급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쿠폰까지 받지 못해 아쉽고, 다음에는 더 좋은 기준으로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는 소득만을 근거로 산정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바탕으로 보험료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A 씨처럼 퇴사 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뀌면서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대상이 아님을 알리는 안내문. 독자 제공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대상이 아님을 알리는 안내문. 독자 제공 

    선별 지급하면 경제적·정치적 비용 발생

    재산은 없지만 월급이 많아 2차 소비쿠폰을 받지 못한 1인 가구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24년 차 직장인 B 씨는 6월에 낸 국민건강보험료가 22만 원을 넘어 2차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B 씨는 “당연히 소비쿠폰을 받을 줄 알고 신청했는데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해 황당했다”며 “주변 사람들도 ‘네가 상위 10%라니 숨겨둔 재산이 있는 거 아니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B 씨는 “아파트도 있고 월급도 많은데 지급 기준을 교묘하게 충족해 소비쿠폰을 받은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내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복지정책을 설계할 때 경제적 효용뿐 아니라 정치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소비쿠폰을 더 주면 재분배 효과는 커지지만,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 느끼는 불만 같은 정치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재분배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정책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지급하고 마는 소비쿠폰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 정책 효율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10월 31일까지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 국민신문고에 접속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최근 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나 재산이 줄어든 사람은 이의신청 처리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 2차 지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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