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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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간판’ 다는 두나무, 나스닥 상장되면 기업가치 40조

네이버 성장동력 확보… 두나무는 금융업 진출 윈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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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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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위)와 두나무 기업 로고. 각 사 제공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 소식이 금융·가상자산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1위 네이버페이와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의 결합이어서가 아니라, 네이버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그룹의 금융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연간 결제 규모만 80조 원으로,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간편송금과 대출, 보험, 증권, 부동산 등 종합 금융 플랫폼 회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나무는 국내 1위이자 글로벌 4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이다.

    합병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

    이번 합병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서로 주식을 맞바꾸며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는,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 거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한 신주를 기존 두나무 주주가 보유한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5조~6조 원, 두나무 기업가치를 15조~20조 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두나무 주주들은 주식 1주에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을 3~4주 받게 되며, 합병이 완료되면 두나무를 소유한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3%), 2대 주주는 네이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지만, 사실상 최대주주는 송 회장이 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두나무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제도권 금융업 진출이나 협업을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금융과 산업자본 간 결합을 금지하는 ‘금산분리’와 기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회사에 출자하거나 협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관행적 규제인 ‘금가분리’ 장벽에 부딪쳐서다.



    이번 주식 교환은 그 벽을 우회하는 전략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지배 구조는 네이버→송치형→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업비트 순으로 형성된다. 이를 통해 두나무는 직접 금융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금융 지배권과 결제·금융 인프라 접근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통로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두나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업비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유통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테더와 서클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네이버페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결제처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 네이버는 기존 쇼핑·콘텐츠·페이·금융 생태계에 가상자산을 더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양사 합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업계에서는 “왜”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연간 영업이익이 1조~3조 원에 이르는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1000억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두나무는 규제 리스크 돌파, 네이버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목적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두나무는 그동안 가상자산사업자라는 이유로 각종 그림자 규제에 막혀 신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거래소 사업 특성상 대부분의 이익 창출을 과도하게 수수료에만 의존한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네이버 또한 검색·광고·커머스 등 기존 사업에서 압도적 입지를 다졌지만 신성장동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신사업이 필요한 네이버와 사업 다각화가 간절한 두나무가 합쳐 몸집을 키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 현실화, 연 3000억 수익 창출

    이번 합병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네이버와 업비트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사업은 2030년쯤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 이후 송치형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판단되며, 네이버가 단기적인 실적 개선 효과보다 장기적인 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 주가는 9월 29일 장중 40만5000원까지 올라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된 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합병 법인이 나스닥 상장에 도전할 경우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쳐진 합병 법인의 현 가치는 약 20조 원인데, 나스닥 상장 추진 시 40조~50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빅딜은 주식 교환과 반대주주 설득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으며, 향후 몇 주간이 합병 성사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양사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며, 이르면 11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주식 교환 비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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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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