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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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론’은 기우(杞憂)에 가깝다

AI 서비스, 기업 현장에 이미 적용돼 생산성 증대 효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5-10-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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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개별 AI 기업의 단기적 주가 변동보다 AI 서비스에 따른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GETTYIMAGES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개별 AI 기업의 단기적 주가 변동보다 AI 서비스에 따른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GETTYIMAGES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타올랐다. 이러한 기대 속에 수많은 벤처기업이 인터넷 사업에 달려들었고 대규모 투자도 이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실질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한 채 무너졌고, 투자 자산의 절반 이상이 증발해버렸다. 그 유명한 ‘닷컴버블’이다.

    반면 2010년대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은 닷컴버블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모바일 붐’은 단순한 유행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산업 지형 전체를 바꾸고 실질적인 이윤 창출 체계를 구축했다. 과연 인공지능(AI) 시장은 닷컴버블처럼 과열된 환상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 시장이 오늘날 시장의 큰 축이 된 듯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인가.

    ‘모바일 붐’에 가까운 AI 시장

    오픈AI 챗GPT는 현재 전 세계에서 7억 명 이상(주간활성사용자 수 기준)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챗GPT를 유료로 사용하는 기업 수만 500만 곳이 넘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7월까지 12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챗GPT의 사용자 기반이 넓고 오픈AI가 빠르게 수익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닷컴버블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8월 챗GPT 최신 모델 ‘GPT-5’가 공개된 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혹평과 “이전 모델로 되돌려달라”는 원성이 터져 나온 것도 사실이다. 오픈AI는 GPT-5 출시 하루 만에 ‘이전 모델 복귀 옵션’을 제공했는데, 이는 AI 기술이 아직 안정된 혁신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AI 기술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환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했다.

    기술 발전과 시장 기대의 괴리는 AI 관련 사업 및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AI 버블론’을 자극한다. 실제로 투자시장 흐름을 보면 버블론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적잖다. 대표적으로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올해 2분기 12억 달러(약 1조6700억 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기업공개(IPO) 후 주식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또한 높은 부채 구조로 장기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됐다.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기업의 급격한 주가 상승은 1999년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와 퀄컴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던 흐름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일부 전문가는 현 AI 열풍이 과거 닷컴버블의 재연이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으면 AI 시장이 빠른 속도로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버블론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모바일 생태계가 등장한 지 10년 만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한 것처럼, AI 산업도 생산성 혁신과 산업 구조 변화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AI 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GDP를 연 4조4000억 달러(약 6133조1600억 원)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미국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63%가 이미 AI 에이전트를 주요 업무에 도입했고, 특히 금융·물류·에너지·헬스케어 등 핵심 산업에서는 AI 서비스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는 데 그쳤던 닷컴버블 당시와는 달리, AI 서비스는 이미 기업 활동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율 개선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AI 기업 주가 변동, 신기술 정착 과정

    AI 시장은 2000년대 닷컴버블보다 2010년대 모바일 붐에 더 가깝다고 본다. 닷컴버블은 기술 발전보다 투자가 더 앞섰지만 현재 AI는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비스의 사용자 기반이 넓고 기업 도입률이 높은 것은 산업 구조가 AI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AI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등 AI 투자가 과열된 듯한 징후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신기술이 성숙해갈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조정 과정에 가깝다.

    AI는 모바일 붐을 뛰어넘는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과 투자자는 AI 기업의 단기적 주가 변동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AI가 산업 전반에 스며들어 창출할 구조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AI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보고 지원할 때 AI 생태계는 21세기 경제와 사회를 재편하는 거대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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