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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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중국, AI 탑재 ‘노인 돌봄 로봇’ 집중 육성 가능성”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 “내수 진작 목적… AI 로봇이 새로운 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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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10-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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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중국 기업에는 ‘한국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하자며 접촉하는 한국 기업이 많은데, 대부분 중국 기술과 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과학기술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고 미국과 ‘딥테크(deeptech)’ 경쟁을 벌이는 수준이다. AI 분야만 봐도 중국 당국은 단순 개발뿐 아니라, AI를 굴뚝 산업부터 농업까지 전 산업에 적용하는 ‘AI 플러스’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중국 경제 현장을 누빈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가 전한 중국의 AI 기술 혁신 상황이다. 

    삼성SDS 중국법인장 등을 지낸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 박해윤 기자

    삼성SDS 중국법인장 등을 지낸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 박해윤 기자

    ‘특허발명 출원 수 세계 1위’ ‘글로벌 100대 과학기술 혁신 클러스터 구축 세계 1위’ ‘논문 총수·인용 횟수 상위 10% 이내 논문 수 세계 1위’. 중국 과학기술 현주소를 보여주는 타이틀이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과시적 ‘국뽕’이 아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일본 국책연구소가 내놓은 ‘팩트’다. 한국에서도 ‘딥시크 쇼크’와 최근 중국 증시 랠리를 계기로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경제와 산업, 기술이 나아갈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얻을 창구는 많지 않다. 중국 특유의 부실한 경제 통계와 기업 공시는 한국 투자자에게 높은 허들이다. 주간동아가 이 박사를 인터뷰한 이유다. 

    이 박사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KT 기술협력부장, 삼성SDS 중국법인장, SK 엔카(현 SK AX) 중국본부장과 중국 전자기업 TCL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냈다. 9월 19일 이 박사를 만나 중국 첨단기술의 향배와 투자 포인트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AI 로봇산업, 中 자동차업계가 주도할 것”

    중국이 향후 어떤 첨단산업을 육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10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표되는 국가 발전 로드맵인 ‘제15차 5개년 계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의 90% 이상은 과학기술 육성,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AI 로봇 같은 임보디드(embodied) AI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중국 당국의 경제·산업 정책 방향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지난해 3월 양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첫 언급)이다. 지금까지 영위해온 전통 산업이나 양적 성장을 하는 산업이 아닌,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자는 취지다. AI 플러스 정책, 미·중 전략 경쟁을 감안하면 앞으로 중국의 미래 핵심 산업은 AI일 수밖에 없다.”

    AI 중에서도 로봇을 꼽는 이유는. 

    “AI를 적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 중 로봇은 당장 산업화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다. 중국 AI 로봇산업은 아직 1등 기업이 어디라고 거론할 만큼 성숙한 상태는 아니다. 다만 최근 서방의 세계적인 로봇 개발 기업들 면면을 보면 실제 ‘생산’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자동차업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 자동차산업은 수백 개 업체가 극심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그중 수십 곳은 탈락할 것이다. 자동차와 로봇 생산에는 적잖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원천기술이야 현재 선두를 달리는 로봇 기업들이 개발한다고 해도 실제 생산 측면에서 경쟁력은 자동차 기업이 크다. 자국 자동차산업 합리화를 추진하는 중국 정부로선 AI 로봇이 새로운 활로로 보일 것이다.”

    중국에 AI 로봇 수요가 있나. 

    “노인 돌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경제의 주요 화두는 어떻게 부진한 내수를 진작할지 여부다. 주요 대책으로 사회안전망 보장이 거론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노인 복지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지금 중국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청년들은 한 자녀 정책 시절 태어났다. 부부 2명이 양가 부모 4명을 부양하고 건강까지 챙겨야 하는 실정이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중국 정부가 원격 진료·수술 등 대책을 내놓아도 여의치 않다. 그런 점에서 AI가 탑재된 노인 돌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및 보급이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中 투자, 신뢰성 낮은 통계와 기업 공시 주의” 

    최근 중국 증시는 테크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 25일 3883.56으로 2015년 8월 7일(3744.2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이 18%를 넘어 통계 방식을 바꾼 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가 모두 부진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증시가 실물경기 침체에도 뜨거운 이유는.

    “중국에서도 이상 현상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실체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왜 증시만 난리냐는 것이다. 최근 증국 증시 활황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본다. 우선 중국 내 유동성이 대거 증시로 몰린 결과다. 지난해 미·중 갈등이 심화하자 중국 당국은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투자 유치 일환으로 중국 정부 차원에서 푼 자금이 상당하다. 안 그래도 최근 중국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역대 최대치다. 정부와 기업, 개인이 가진 유동성이 증시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15차 5개년 계획과 관련된 정보를 파악한 이들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 5개년 계획처럼 중요한 로드맵을 짜는 준비 작업은 2년 전부터 시작된다. 지금쯤 되면 중요 프로젝트는 사실상 결정됐을 것이다. 로드맵 준비에 참여했거나 고급 정보를 알 수 있는 이들은 중국 정부가 어떤 메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중국 투자 시 주의할 점은. 

    “일단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외국인에겐 어렵다. 중국 주식 대부분은 ‘A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제한돼 있다. 중국 당국의 신뢰성 낮은 통계, 기업의 형식적인 공시도 주의해야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료들의 ‘통계 장난’에 분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중국에선 각종 경제 지표를 예전보다 정확히 작성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중국 경제 통제의 신뢰도 자체는 높아지겠지만 그중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범위는 크게 줄어들 것 같다.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주의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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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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